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플로리다 프로젝트] - 그들에게 필요한 꿈과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쭈니-1 2018. 3. 15. 15:23



감독 : 션 베이커

주연 : 브루클린 프린스, 브리아 비나이트, 윌렘 대포

개봉 : 2018년 3월 7일

관람 : 2018년 3월 14일

등급 : 15세 관람가



몇번의 예매와 몇번의 취소 후 드디어 보다.


결국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결국'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 영화를 보기까지 네번의 예매와 세번의 예매취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3월 둘째주 개봉작 중에서 [툼레이더]와 더불어 제 기대작이었지만, 흥행성이 부족한 예술영화이고 CGV 단독 개봉작이기에 극장에서 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CGV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때 CGV 매니아로 활동했고, 오랜 기간동안 CGV VIP 등급을 유지했지만, CGV가 좌석 등급제를 적용하는 순간부터 정이 떨어져버렸습니다. 그래서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는 꾸준히 VIP 등급을 유지중이지만, CGV만큼은 몇 년전부터 일반 회원으로 등급이 하락했습니다.

사정이 그러하기에 제 기대작이 CGV 단독으로 개봉할 땐 난감합니다. 웬만하면 cgv에 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개봉한 3월 7일에 퇴근 시간 후 CGV 목동으로 예매를 했지만 결국 예매를 취소하고 롯데시네마에서 [사라진 밤]을 봤고, 3월 9일 금요일에도 역시 퇴근 시간 후 CGV 목동으로 예매를 했지만 또다시 예매를 취소하고 롯데시네마에서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3월 13일 화요일에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또다시 퇴근 시간대에 CGV 목동으로 예매를 했지만 그날따라 머리가 깨지듯이 아파서 예매를 취소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 저녁 7시부터 그 다음날 아침 7시 30분까지 잠을 청했습니다.

이렇게 세번의 예매와 세번의 예매 취소가 반복되면서 이러다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저를 엄습했습니다. 특히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하며 흥행 성적이 낮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상영하는 CGV 상영관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빠른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굳은 결심(?)으로 3월 14일에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고야 만 것입니다. 이쯤되면 '결국'이라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충분하겠죠?


이 아이들을 보기 위해 나는 지난 일주일동안 마음을 졸여야 했다.

가기 싫은 CGV 예매를 했다가 취소하기를 여러번

그리고 결국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봤을때 그동안의 마음 졸임이 완벽하게 보상되었다.



매직 캐슬의 아이들


제가 CGV 단독 개봉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기대했던 이유는 영화의 예고편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영상미와 귀여운 아역 배우들의 천진난만한 연기 때문입니다. 비록 스타급 배우라고는 윌렘 대포뿐이고,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윌렘 대포가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 전부였지만, [탠저린]에서 보여준 션 베이커 감독의 천재성과 밝은 분위기 속에 담겨진 슬픈 정서가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도 느껴져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실제로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예고편과 [탠저린]을 본 후 제가 기대했던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담겨져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의 매직 캐슬이라는 3류 모텔입니다. 매직 캐슬은 겉 보기엔 아름다운 외관을 지닌 디즈니월드와 가까운 숙박시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매직 캐슬에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장기 투숙을 하는 곳으로 그들 대부분은 꿈과 희망을 잃은채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입니다. 영화에서 비서의 실수로 매직 캐슬에 예약한 신혼부부의 한바탕 소동극이 매직 캐슬의 현 주소입니다.

매직 캐슬의 어른들은 이렇게 꿈과 희망을 잃은채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지만, 아이들은 다릅니다. 아이들에게 매직 캐슬은 세상의 전부와도 같습니다. 가난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안락한 보금자리이고, 비슷한 처지의 또래 친구들과 실컷 놀 수 있는 신나는 놀이터입니다. 매직 캐슬의 관리인 바비(윌렘 대포)를 놀려 먹는 것도 그들의 일상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무니(브루클린 프린스)를 비롯한 매직 캐슬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장난으로 영화의 대부분을 꾸밉니다. 그들은 2층에서 1층에 주차된 차의 앞 유리에 침 뱉기, 관계자외 아무도 출입할 수 없는 통제실에 몰래 들어가 매직 캐슬 전체를 정전시키기, 근처 디즈니월드를 찾아가 관광객들에게 아이스크림 얻어먹기 등으로 하루 하루를 신나게 보냅니다.


어린 아이들이기에 허용되는 짓궂은 장난들.

하지만 그들의 천진난만한 장난이 영원할 수 없음을 알기에

불현듯 불안함을 느끼게된다.



천진난만한 장난과 무책임한 범죄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영화의 초반을 브루클린 프린스를 중심으로한 아역 배우들의 천재적인 연기로 활기차게 꾸밉니다. 무니의 친구들은 조금 과한 감은 있지만 이제 겨우 여섯살임을 감안한다면 귀엽다고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큰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매직 캐슬 근처 빈집에서 놀던 아이들이 벽난로에 불을 지피려다가 그만 화재를 일으키고만 것입니다. 무니는 친구들에게 절대로 어른들에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입단속시키지만, 무니의 단짝 스쿠티는 엄마, 애슐리(멜라 머더)에게 들킵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하여 무니는 더이상 스쿠티와 놀지 못하게 됩니다.

무니의 엄마인 핼리(브리아 비나이트)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애슐리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애슐리가 일하는 음식점에서 깽판을 부리며 시위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애슐리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방화는 분명 큰 죄입니다. 그러한 방화를 자신의 아들이 친구들과 저질렀음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을 애슐리의 심정은 아마도 처참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방화를 저질렀다고 신고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한 사실이 알려진다면 아이의 교육을 잘못시켰다며 양육권을 빼앗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애슐리는 스쿠티가 더이상 무니와 놀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합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린 자녀를 키워야 하는 부모의 의무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가정교육을 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빠 없이 여섯살 아들, 딸을 키워야 하는 애슐리와 핼리에겐 사실 그러한 부모의 의무가 버겁습니다. 애슐리는 하루종일 돈을 벌어야 하기에 스쿠티를 돌볼 시간이 없고, 직업이 없는 핼리는 아이들을 지켜주고 가정교육시키기는 것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러한 상황이라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부모에게서 양육권을 빼앗아야할까요? 아니면 그래도 부모가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면 기다려야할까요?


무니의 무책임한 행동들을 벌 줄 수 없다.

여섯살에 불과한 그녀가 장난과 범죄의 경계를 잘 알고 있을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무책임한 교육엔 벌을 줘야 한다.

그리고 그 벌이 아이에게 최선이 되고록 끊임없이 고민해야한다.



바비와 핼리


[플로리다 프로젝트]에는 두 종류의 어른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책임감이 강한 바비이고, 또다른 하나는 무책임한 핼리입니다. 매직 캐슬의 관리인으로 일하는 바비는 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살뜰하게 매직 캐슬 주민들을 챙깁니다. 그의 진가는 아동성애자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무니 일행에게 접근하려 할때 그를 멀리 내쫓는 장면에서 증명됩니다. 바비는 툭하면 핼리에게 한번만 더 이런다면 강제 퇴거 시키겠다고 협박을 하지만 그것은 그의 진심이 아닙니다. 장기 투숙이 금지된 매직 캐슬 사장의 방침으로 한달에 한번 핼리가 다른 모텔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할 때 그녀를 위해 한달음에 달려와 준 것도 바비입니다. 

그와는 달리 핼리는 어른의 몸을 가졌지만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는 무책임한 어른의 전형입니다. 그녀는 무니를 데리고 다니며 디즈니월드의 관광객들에게 향수를 팔거나, 디즈니월드 자유이용권으로 사기를 치기도합니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그녀가 한달에 1,000달러인 매직 캐슬의 방값을 벌기 위해서는 그러한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그녀의 행동은 점점 도를 넘어갑니다. 향수를 팔 때만 하더라도 분명 합법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큰 범죄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유이용권으로 사기를 칠땐 바비의 도움이 없었다면 핼리는 큰 낭패를 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핼리는 매직 캐슬에서 매춘 행위를 하며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고 맙니다.

무니는 핼리를 닮았습니다. 그녀의 딸이기에 어쩌면 당연하죠. 그렇기에 만약 이대로 무니를 방치한다면 핼리처럼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아동국에서 무니를 데려가려 했을 때 저는 핼리를 응원하지 못했습니다. 핼리가 바비처럼 어른으로써의 책임감이 있었다면 엄마와 딸을 제멋대로 떼어놓으려하는 아동국의 만행을 비난했을테지만, 핼리에겐 책임감이 없었고, 그녀의 무책임한 행동은 무니의 미래를 어둡게할 것입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발 물러선 바비처럼, 핼리와 무니의 이별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무니에게 엄마 핼리는 최고의 친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니에게 필요한 것은 친구같은 엄마가 아니었다.

바비처럼 어른으로써 책임감있게 지켜주고 올바르게 교육시키는

그런 엄마가 무니에겐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꿈과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저는 핼리를 응원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녀로써도 무니와 함께 매직 캐슬에서 생활을 하기 위해선 방법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 어디에서 일자리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핼리가 희망을 가졌던 것은 애슐리가 음식점 매니저로 승진하면 자신을 점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화사건 이후 애슐리와의 관계가 멀어지며 한가닥 가느다란 희망마저 사라집니다. 이제 매직 캐슬에서 쫓겨난다면 그녀는 무니와 갈 곳이 없었고, 그러한 절박함이 결코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르게 만듭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핼리에게 엄마의 자격이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좀 더 노력을 했어야 하고, 좀 더 책임감을 가졌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영문도 모르는채 엄마의 곁을 떠나야 하는 무니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가슴이 아팠습니다. 무니는 왜 엄마를 빼앗겨야 하는지, 왜 자신이 매직 캐슬을 떠나 낯선 위탁가정으로 가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절친인 젠시(발레리아 코토)에게 달려가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에선 그렇기에 마음이 찡했습니다. 언제나 당당하던 무니가 울음을 터트리자 젠시는 무니의 손을 잡고 뜁니다. 그녀들이 향한 곳은 바로 디즈니월드입니다.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 어쩌면 무니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한 꿈과 희망임을 젠시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마지막, 디즈니월드 장면은 션 베이커 감독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탠저린]의 마지막 장면과 닮아 있습니다. [탠저린]은 모든 것이 가짜 투성이인 LA를 배경으로 가짜 여성이라 할 수 있는 트렌스젠더 신디의 소동극입니다. 어쩌면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디즈니월드는 [탠저린]의 LA와 같은 곳일지도 모릅니다. 화려하지만 모든 것이 가짜인 곳. 신디가 모든 것이 가짜인 LA에서 알렉산드라와의 진짜 우정을 확인했듯이, 어쩌면 무니도 가짜로 만들어진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월드에서 젠시의 우정이라는 진짜 희망을 확인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결말은 씁쓸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니와 젠시의 뒷모습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미국 언론매체의 호평에 걸맞는 영화였습니다.


분위기는 경쾌하지만 그들의 처지는 암울하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암울하지만, 마지막 희망은 훈훈하다.

[탠저린]과 마찬가지로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이 상반된 감정들을 잘 조율하며 션 베이커라는 천재감독의 탄생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