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8년 영화이야기

[온리 더 브레이브] - 진정한 영웅을 위한 진솔한 헌사

쭈니-1 2018. 3. 14. 09:56



감독 : 조셉 코신스키

주연 : 조슈 브롤린, 마일즈 텔러, 제프 브리지스, 제니퍼 코넬리

개봉 : 2018년 3월 7일

관람 : 2018년 3월 11일

등급 : 12세 관람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땐, 무언가를 포기해야할 때도 있다.


웅이의 봄 방학이 끝나고 웅이도 이제 중학교 3학년으로 진학하였습니다. 구피는 웅이도 이제 공부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할 때인만큼 너무 자주 영화보러 다니지 말라고 제게 넌즈시 경고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쉽지만 주말에 한 편의 영화만 웅이와 보기로 다짐했습니다. 그 결과 토요일 아침에 [툼레이더]를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툼레이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웅이가 묻습니다. "내일은 무슨 영화 볼꺼예요?" 겨울, 봄방학동안 주말마다 두 편의 영화를 보는데 익숙해진 웅이는 일요일에도 영화 한 편을 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순간 저는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구피의 경고도 신경써야 하고, 웅이와 영화보기도 포기하고 싶지 않고...

결국 저는 절충안을 찾아냈습니다. 조조 시간대에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극장에서 영화를 봐도 시간이 많이 남아 웅이가 공부할 시간이 충분할 것입니다. 구피도 이러한 제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웅이는 주말에는 늦잠을 자야하는데 너무한다며 투덜거렸지만 저는 웅이에게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땐 무언가를 포기해야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습니다. 웅이이게 꼭 하고 싶은 일이 영화보기라면 포기해야할 것은 주말의 늦잠입니다. 이렇게해서 웅이와 저는 또 한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을 획득했습니다.

사실 저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웅이가 주말 늦잠을 포기하며 획득한 기회인 만큼 이번 영화만큼은 웅이가 직접 고르도록 배려했습니다. 그랬더니 웅이는 [온리 더 브레이브]를 선택하더군요. 영화를 본 후 소방복을 입은 모자룡을 멋있게 그려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렇게해서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또 뒤로 밀렸지만, 그래도 예정에 없던 [온리 더 브레이브]를 봤으니 저로써도 손해본 장사는 아닌 셈입니다.


자나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온리 더 브레이브]는 산불조심 캠페인 포스터 같은 영화이다.

하지만 그 속에 감동도 잘 녹아냈다.



19명의 소방관의 생명을 앗아간 애리조나주 산불


[온리 더 브레이브]는 2013년 발생한 애리조나주 산불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애리조나주 산불사건은 2013년 6월 28일 시작돼 애리조나 중부에서 8.1평방 킬로미터, 축구장 천백여개 크기가 넘는 지역을 불태웠고, 이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핫샷 소방관 19명이 6월 30일 오후 화재진압 현장에서 빠르게 번진 불길 속에 갇혀 모두 사망한 사건입니다. 애리조나주 산불사건은 미국에서 9.11 테러 이후 가장 많은 소방관이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고합니다.  

솔직히 저는 [온리 더 브레이브]를 극장에서 볼 계획이 없었기에 영화를 보기 전 애리조나주 산불사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온리 더 브레이브]가 그냥 뻔한 재난영화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예상한 [온리 더 브레이브]의 내용은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원들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이어지다가 애리조나주 산불사건의 스펙타클로 영화의 분위기를 띄우고,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의 영웅적인 이야기로 훈훈하게 진행되고,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시키기 위해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 멤버 중 한, 두명정도 죽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될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온리 더 브레이브]는 그렇게 뻔한 재난 영화의 공식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의 멤버가 무려 스무명임을 감안해서 멤버들의 에피소드도 리더인 에릭 마쉬(조슈 브롤린)와 신참인 브렌든 맥도너(마일즈 텔러)의 이야기로 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에피소드도 핫샷팀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묵직한 이야기로 꾸며져 있습니다. 아내인 아만다(제니퍼 코넬리)가 아이를 원하지만, 에릭은 애써 외면합니다. 어쩌면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를 자신의 위험한 처지를 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에릭과는 반대로 망나니같은 삶을 살던 브렌든은 아빠가 되자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에 들어가 진정한 책임감을 배웁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만으로도 핫샷팀의 무게감이 느껴진 것입니다.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의 리더 에릭과 신참 브렌든은 다른 듯, 서로 닮아 있다.

핫샷팀의 위험한 임무 때문에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짊어지고 ㅅ피지 않은에릭과

아이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핫샷팀이 된 브렌든.

그 둘의 이야기에 핫샷팀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산불의 스펙타클로 관객의 마음을 안심시킨다.


애리조나 산불사건의 비극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저는 에릭을 리더로한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의 맹활약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해도 산불이 나면 어떻게 끄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막연히 헬기로 물을 퍼날라 공중에서 뿌리고 소방대원들이 일일이 불을 끄고 다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온리 더 브레이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불을 끄는 광경을 보여주더군요. 바로 맞불 작전입니다. 사실 방대한 크기의 산불을 일일이 끄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핫샷팀은 산불이 주택가로 번지지 않도록 경계선을 만들고, 맞불을 놓아 불의 이동을 막는 것입니다. 맞불작전은 불의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히려 불을 지르는 방식이기에 핫샷팀에게도 위험이 타릅니다. 그런데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은 이러한 방식으로 수도 없이 산불의 확산을 막아냅니다.

이렇게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의 활약이 있었기에 저는 마음을 놓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영화 후반부에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것입니다. 애리조나 산불을 막기 위해 투입된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 하지만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가고 결국 정찰을 나갔다가 다른 핫샷팀에게 구조된 브렌든을 제외하고 열아홉명의 그레닛 마운틴 핫삿팀은 산불의 한가운데에 갇히게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저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겐 에릭이라는 뛰어난 리더가 있었고, 그들의 눈부신 활약상을 영화 내내 감탄하며 바라봤기에 이번 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기대감은 무너졌습니다.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 열아홉명의 희생. 그 소식이 가족들에게 전해지는 장면에서 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며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리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난후 웅이도 많이 울었다고 하네요. 웅이는 제게 "이렇게 슬픈 영화라면 미리 경고했어야죠."라며 비난합니다. 솔직히 저도 [온리 더 브레이브]가 이렇게까지 비극일줄은 몰랐는걸요.


그레닛 마운팀 핫샷팀의 대원들

그들의 희생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참사였기에

영화를 보며 나도, 웅이도 엄청나게 많은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혼자 살아남은 자의 슬픔


애리조나 산불사건으로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의 멤버 스무명중 열아홉명이 희생됩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브렌든입니다. 브렌든 역시 비겁하게 도망쳐서 살아남은 것이 아닌 에릭의 명령으로 정찰을 나갔다가 운이 좋게 다른 핫샷팀에 구조를 받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무도 그를 원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브렌든은 혼자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에 쓰러져웁니다.

강당에 모여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는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의 가족들. 그들은 단 한명이 살아남았다는 소식에 내 남편이, 내 아들이 살아남은 한 명이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브렌든이 강당에 들어온 것입니다. 당연히 가족들은 마지막 희망조차 잃은채 주저앉아 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광경을 지켜본 브렌든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자신을 바라보며 원망섞인, 그리고 마지막 희망마저 잃어버린 눈빛을 보내는 동료들의 가족을 바라보는 심정은 아마도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처참했을 것입니다.

[온리 더 브레이브]는 영화가 끝난 후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의 열아홉 멤버들의 생전 모습을 한명, 한명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혼자 살아남은 브렌든의 사진과 더이상 죄책감에 사로 잡혀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메시지가 전해집니다. 영화 후반,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 멤버들의 죽음에서 한번 눈물을 흘렸고, 강당에 모여 울부짓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또 한번 눈물을 흘렸던 저는, 영화의 마지막에 보여준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의 생전 모습에서 또 다시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나서 제 눈은 아침부터 시뻘겋게 부어 올랐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진정한 영웅을 위해 진솔한 헌사를 보낸 조셉 코신스키 감독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영화를 핑계로 맘껏 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영웅은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영웅이다.

그레닛 마운틴 핫샷팀이 진정한 영웅인 이유는

그들 역시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