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BOOK STORY

<오베라는 남자> - 고집불통 까칠남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쭈니-1 2018. 2. 27. 17:32



드디어 '오베'를 정복했다.


제게 영화만 보지 말고 책도 좀 읽으라는 구피의 잔소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게속 저를 괴롭혔습니다. 특히 2016년에는 독서에 대한 압박이 굉장히 심했는데, 구피가 어느날 프레드릭 배크의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산 이후부터였습니다. 구피는 <오베라는 남자>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는지 웅이한테 추천을 했고, 웅이도 구피에 이어 <오베라는 남자>를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당연히 그 다음 차례는 저였습니다. 구피와 웅이는 제게 <오베라는 남자>를 전해주며 꼭 읽으라고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상한 반항심 때문에 오히려 <오베라는 남자>를 멀리했습니다.

2018년 들어서 의욕적으로 독서를 시작했지만 <오베라는 남자>는 여전히 우선순위가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그러다가 이문열의 총 다섯권짜리 대하소설 <대륙의 한 : 백제 요서 경락사>를 읽고나니 조금은 가벼운 소설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구피가 내민 것이 <오베라는 남자>였습니다. 저는 이제 더이상 <오베라는 남자>를 뒤로 미룰 수가 없었음 깨닫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오베라는 남자>가 재미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봤고, 내용을 모두 알고 있어서인지 책의 진도가 잘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뒷 내용이 궁금해야 책도 금방 읽어질텐데, 뒷 내용을 모두 알고 있으니 쉽게 읽혀지징 낳은 것이죠. 그래서 저는 <오베라는 남자>를 읽는데 무려 8일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베라는 남자>를 모두 읽고나니 굉장히 하기 싫었던 숙제를 속시원하게 끝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까칠남 오베, 자살도 맘대로 하지 못한다.


<오베라는 남자>는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까칠남 오베가 자살을 결심하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한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일했지만 하루아침에 늙었다는 이유로 쫓겨나게된 오베. 게다가 그의 아내는 이미 반년전 새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더이상 세상에 미련이 없는 오베는 우아한 자살을 계획합니다. 하지만 그가 죽으려는 순간 건너편 집에 지상 최대의 얼간이가 이사를 오며 오베의 계획은 어긋나고 맙니다.

<오베라는 남자>는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오베와 파르바네 가족이 이웃이 되면서 벌어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오베의 과거를 통해 그가 까칠남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그와 더불어 파르바네 가족을 통해 오베가 세상과 소통하며 자살을 포기하고 삶을 더 살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정성껏 표현합니다.

처음엔 오베라는 캐릭터가 너무 별나다고 생각을 하다가도 책을 읽다보면 오베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마법과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갈등도 없는 <오베라는 남자>. 하지만 왜 이 소설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인지, 책을 읽다보면 금새 이해하게 됩니다.



다음엔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가 기다리고 있다.


2016년 <오베라는 남자>를 재미있게 읽은 구피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을 더 찾아냈고, 곧바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를 구입했습니다. 당연히 저를 제외하고 구피와 웅이는 이 두 소설을 이미 읽었습니다.

제가 <오베라는 남자>를 다 읽었다며 책을 덮자 구피는 "그럼 이번엔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읽으면 되겠네."라며 <오베라는 남자>보다 훨씬 두툼한 책을 건네줍니다. 드디어 오베를 정복했다고 좋아하던 저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고 좌절하게된...

하지만 내용을 이미 알기에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오베라는 남자>와는 달리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내용을 전혀 모르기에 책이 금방 읽혀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을 다 읽고나면 이번엔 굉장히 자극적인 추리 소설에 도전해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