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BOOK STORY

<밀실을 향해 쏴라> - 추리소설이 이렇게 웃겨도 되는거야?

쭈니-1 2018. 2. 8. 10:18



웃기는 추리소설을 읽다.


<일곱개의 고양이 눈>을 읽은 후 이제는 훈훈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읽은 것이 <지하철>입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게된 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지하철>은 제가 기대했던대로 훈훈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지하철>까지 읽고나니 이번엔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발견한 것이 <밀실을 향해 쏴라>는 제목의 일본 추리소설입니다.

추리소설은 범죄를 추리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들을 통칭합니다. <밀실을 향해 쏴라> 역시 살인사건이 있고, 이 살인사건을 풀어야하는 탐정이 등장합니다. 당연히 가벼워서는 안될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밀실을 향해 쏴라>는 가볍다 못해 웃깁니다. 등장인물들의 소동극이 마치 코미디쇼를 보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등장인물 자체가 코믹하다.


<밀실을 향해 쏴라>는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가 기물 파손 혐의로 나카야마 소지라는 한 남자를 체포하는 과정으로 시작을 합니다. 문제는 나카야마 소지가 자신의 권총 밀조가 들켰다는 착각에 두 형사에게 총을 싸대고 도망치려다 4층 건물에서 떨어져 죽으며 발생합니다. 나카야마 소지의 옆에 당연히 있어야할 권총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조금은 덜 떨어진 두 형사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인하여 사건의 서막이 오릅니다.

권총이 사라진지 며칠 후 한 노숙자가 권총으로 살해당하고, 몇 주후 주죠지 식품의 회장 주죠의 저택에서 한 젊은이가 권총으로 살해당합니다. 자신의 실수로 연이어 이어진 권총 살해 사건을 막기 위해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가 나서는 가운데 자칭 명탐정 우카이 모리오 사립 탐정과 자칭 명탐정의 제자 도무라 류헤이, 니노미야 아케미가 합류합니다. 그런데 이들 모두 심각한 권총 살해 사건을 수사하는데 있어서 전혀 심각하지 않게 사건을 풀어 나갑니다.



여덟개의 총알, 그리고 중인환시의 밀실


주죠지 저택에서 일어난 권총 살인사건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애초에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가 잃어버린 권총은 8연말 권총으로 두 형사에게 두 발, 노숙자에게 한 발의 총알이 발사되었으니 범인이 주죠지 저택에서 쓸 수 있는 총알은 다섯발 뿐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제목 그대로 밀실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제시한 밀실은 중인환시의 밀실인데, 중인환시의 밀실이란 방이 잠겨 있지 않더라도 그 방으로 통하는 길이 하나 밖에 없는데 그 하나 밖에 없는 길을 누군가가 감시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과연 범인은 다섯발의 총알을 중인환시의 밀실 상황에서 어떻게 살인을 벌이고, 사라진 것일까요?



범인은 의외로 쉽다. 단지 범인의 트릭이 관건이다.


자칭 명탐정의 제자인 도무라 류헤이는 소설의 후반부에 범인을 알아맞춥니다. 그것은 솔직히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이 벌어진 초반 상황만 봐도 범인은 쉽게 추리해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추리 소설을 조금 읽어본 독자라면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수 많은 목격자가 있는 상황에서 범인이 살인을 벌였는가? 라는 것입니다. 그기고 그 해답은 다섯발의 총알에 있습니다.

조금은 어리버리해 보이지만 우카이 모리오 탐정의 후반 추리는 완벽했습니다. 저는 해변에서 발견된 노숙자의 시체와 버려진 고깃덩어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나름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고, 그것이 제 한계였던 셈입니다. 그러한 제 한계를 우카이 모리오가 명확하게 설명해주니 그제서야 속이 뻥하고 뚫리더군요. 이렇게 <밀실을 향해 쏴라>는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추리의 묘미를 느끼고자 하는 분들에겐 딱 알맞은 추리소설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