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루이스 프리에토
주연 : 할리 베리, 크리스 맥긴, 로 템플
개봉 : 2017년 11월 22일
관람 : 2017년 12월 23일
등급 : 15세 관람가
유괴를 소재로한 영화는 언제나 껄끄럽다.
반전에 대한 기대가 컸던 [인비저블 게스트]는 제게 실망만 안겨줬습니다. 영화를 보며 예상했던 반전이 영화에 실제로 고스란히 재현될 때의 허탈감이 저를 휘감았기에 저는 다른 스릴러 영화로 이를 극복하려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키드냅]입니다. [키드냅]은 제목 그대로 유괴를 소재로한 영화입니다. 놀이동산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눈 앞에서 납치당하는 것을 목격한 카를라(할리 베리)가 유괴범을 뒤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한 아이가 아버지가 된 이후 유괴를 소재로한 영화는 제게 다른 스릴러 영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껄끄러움을 안겨줬습니다. 제가 [키드냅]을 굳이 선택한 이유는 그러한 껄끄러움이 오히려 영화의 긴장감이 되어 저를 매료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카를라에게 제대로 감정이입만 한다면 납치된 아들을 찾아 맹활약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극한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그러한 제 기대감은 여지없이 부서졌습니다. 분명 영화의 초반 납치범의 차를 뒤쫓는 카를라의 모습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납치범들이 전혀 무섭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를 한문장으로 정의하자면 '[나홀로 집에]의 멍청한 2인조 도둑이 유괴범이 된다면...'입니다. 소재만 놓고본다면 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가 될 수 있었을텐데... 도대체 루이스 프리에토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이 영화를 연출한 것일까요?
그녀가 직접 유괴범에 맞설 수 밖에 없는 이유
앞서 언급했듯이 [키드냅]은 꽤 흥미진진한 전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눈 앞에서 여섯살난 아들를 유괴당한 카를라의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지만, 그녀는 경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범인을 찾아 아들을 구해야합니다. 만약 경찰의 도움을 받기 위해 기다린다면 골든 아워를 넘겨 영영 아들을 찾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키드냅]은 평범하지만 모성애가 강한 카를라와 악랄한 유괴범의 대결로 영화가 진행되어야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괴범이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카를라의 아들을 유괴한 유괴범은 남여 2인조인데 뚱뚱한 중년여성인 마고(크리스 맥긴)와 약간 덜떨어져보이는 중년남성 테리(로 템플)이 그들입니다. 그들은 아이를 유괴하는 장면을 카를라에게 들키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르더니, 카를라가 뒤쫓아오자, 스스로 카를라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합니다.
그리고 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칼로 카를라를 위협하다가 카를라가 차로 돌진하자 도망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마고는 카를라의 차에 올라타 그녀를 죽이려 시도하다가 오히려 카를라의 차에서 떠밀리는 수모도 당합니다. 이렇게 마고와 테리가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영화의 긴장감이 높아질리가 없습니다.
카를라에게만 도를 넘지 않는 친절한 유괴범?
유괴범인 마고와 테리가 카를라를 죽일 수 있는 기회는 여러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때마다 번번히 어물쩡거리다가 기회를 놓칩니다. 마치 유괴는 했지만 살인은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그들의 범죄는 점점 도를 넘어섭니다.
경찰에게 위협을 가하고, 카를라가 도움을 청한 트럭 운전사를 죽이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드디어 카를라와 유괴범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한판 대결이 펼쳐질법도 한데, 테리가 어이없게 카를라에게 죽임을 당하며 또다시 긴장감은 사라져버립니다. 이제 남은 것은 마고 뿐인데, 마고는 이미 카를라의 차에서 어벙함을 보여줬기에 테리보다 더 긴장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마고의 집에서 벌어지는 구출 대작전. 이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마땅하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마고는 그냥 멍청하기만합니다.이들이 아이를 납치한 이유도 영화에선 생략되고, 이웃집 남자에 대한 마지막 반전도 그다지 놀랍지 않습니다. [키드냅]의 러닝타임은 94분에 불과합니다. 영화는 체감 러닝타임이 단 90초라고 광고했지만, 솔직히 저는 영화가 너무 멍청해서 몇번이고 언제 끝나나 시계를 쳐다봐야만 했습니다. 아! 물론 아들을 유괴당한 카를라를 연기한 할리 베리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키드냅]에서 딱 그녀의 연기만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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