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꾼] - 반전은 좋은데, 정작 중요한 스토리 구성은 아쉽다.

쭈니-1 2017. 11. 24. 16:12

 

 

감독 : 장창원

주연 : 현빈, 유지태, 배성우, 안세하, 나나, 박성웅

개봉 : 2017년 11월 22일

관람 : 2017년 11월 22일

등급 : 15세 관람가

 

 

범죄 스릴러는 어떻게 꽃미남 배우들을 매료시켰나?

 

또 스릴러 영화입니다. 제가 '또'라고 표현한 이유는 최근 몇 년동안 제작된 한국영화 대부분이 스릴러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스릴러 영화 중에서도 유쾌한 분위기의 범죄 스릴러가 많이 눈에 띕니다. 우리나라 관객이 유난히 좋아하는 코미디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의 장점을 적당히 섞어 놓은 후 스타급 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면 흥행면에서 최소한 기본 이상은 한다는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는 듯이 보입니다. [꾼]은 아주 정확하게 그러한 영화입니다.

물론 저 역시도 유쾌한 분위기의 범죄 스릴러 영화를 좋아합니다. 어두운 분위기의 스릴러 영화는 공포영화를 보지 못하는 저와 같은 겁쟁이 관객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범죄 스릴러 영화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딱 안성맞춤입니다. 게다가 이런 류의 영화들은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꽃미남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관객을 유혹합니다. [기술자들]에서는 김우빈이, [검사외전]에서는 강동원이, [마스터]에서는 강동원, 김우빈이, [원라인]에는 임시완이 젊은 관객을 범죄 스릴러 영화로 이끌었습니다. [꾼]에서는 현빈입니다. 이쯤되면 꽃미남 배우의 조건으로 범죄 스릴러 영화의 주연 경험을 내걸어야 할지도...

그렇다면 왜 꽃미남 배우들이 범죄 스릴러에 출연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제가 보기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몰락과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때 우리나라 영화의 주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적은 제작비로 꽃미남, 꽃미녀 배우를 캐스팅하여 달달한 분위기로 연출만 하면 최소한 기본 이상의 흥행은 보장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우리나라 로맨틱 코미디에 관객이 외면하기 시작했고, 로맨틱 코미디 제작편수도 확 줄어들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꽃미남 배우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매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영화로 범죄 스릴러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비군 아저씨 현빈.

그럼에도 불구하고 [꾼]에서 그의 잘생김은 감출 수가 없다.

 

 

[기술자들]와 [마스터]의 사이.

 

꽃미남 배우가 매력을 발산하기에 가장 알맞은 영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 멜로에서 요즘은 범죄 스릴러 영화로 바뀌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기술자들]입니다. [기술자들]은 김우빈을 위한, 김우빈에 의한, 김우빈의 영화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홍선 감독은 김우빈의 매력을 최대한 이용했고, 그로인하여 김우빈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들러리 신세로 몰락했습니다. 당연히 영화의 만듦새는 김우빈에 대한 너무 과도한 의존 때문에 엉성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 관객의 열렬한 지지 속에 [기술자들]은 누적관객 254만을 기록했습니다.

[기술자들]이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비난이 높자 그 대안으로 제시된 영화가 바로 [마스터]입니다. [마스터] 역시 강동원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꽃미남 배우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조의석 감독은 강동원에 대한 의존도에만 기대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서 악역으로 이병헌이라는 무게감있는 배우를 캐스팅합니다. 그럼으로써 [마스터]는 강동원과 이병헌의 팽팽한 대결 구도의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영화의 만듦새도 좋은 평가를 얻었고, 흥행에서도 누적관객 714만을 동원하며 성공한 범죄 스릴러 영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꾼]은 딱 [기술자들]과 [마스터]의 중간에 위치한 영화입니다. [꾼]은 현빈을 위한 영화라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현빈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에 유지태라는 묵직한 배우를 세워놓음으로써 [기술자들]처럼 무게의 추가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방지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마스터]처럼 현빈과 유지태의 팽팽한 대결 구도가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과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현빈의 매력을 내세우고, 현빈의 매력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한때는 꽃미남 배우였던 유지태.

[꾼]에서는 현빈의 반대급부에서 묵직함을 담당한다.

 

 

같은 듯 다른 조희팔 소재 영화

 

[꾼]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허성태)을 잡기 위한 담당검사 박희수(유지태)와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 황지성(현빈) 그리고 고석동(배성우), 춘자(나나), 김과장(안세하)으로 구성된 사기꾼 3인방의 활약을 담은 영화입니다. 검사와 사기꾼이 손을 잡았다는 설정에서 [검사외전]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꾼]은 [검사외전]보다는 [마스터]와 비슷한 영화입니다. 그 이유는 두 영화 모두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조희팔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에 10여개의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명의 돈 4조원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꾼입니다. 그는 자신의 사기행각이 드러나자 2008년말 중국으로 밀항했고,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2년 5월 21일 조희팔이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하지만 조희팔에게 사기당한 피해자들은 그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위장 사망을 꾸민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마스터]는 수만명 회원들에게 사기를 친 원네트워크 진회장(이병헌)과 반년간 그를 추적해온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의 대결구도로 진행됩니다. 진회장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필리핀으로 밀항하고, 경찰의 집요한 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은 것으로 위장합니다. [꾼]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두칠은 중국으로 밀항했고, 죽음을 위장합니다. 하지만 [마스터]와 [꾼]은 같은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했지만 영화의 전개면에서 확연하게 다릅니다. [꾼]은 장두칠과 담당 검사 박희수, 그리고 황지성을 비롯한 사기꾼들의 대결구도가 아닌, 장두칠은 비호하는 세력을 소탕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황지성 일행이 장두칠과의 진짜 대결을 언급하며 2편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장두칠이 아니다.

장두칠을 비호하고 있는 권력자들이 1차 목표이다. 

 

 

서로 다른 속내, 누구도 믿지마라.

 

앞서 언급했듯이 [꾼]은 장두칠을 잡기 위해 뭉친 검사와 사기꾼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한 팀이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분명 장두칠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긴 하지만 서로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황지성은 8년전 장두칠에게 아버지(정진영)를 잃었습니다. 황지성의 아버지는 밤안개라는 별명으로 위조 여권을 만드는 일을 했는데 장두칠이 중국으로 밀양하기전, 그의 여권을 만들어줬다가 장두칠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황지성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장두칠을 쫓는 이유입니다.

그와는 달리 박희수는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두칠의 비호 세력인 차기 대권주자인 성의원(최일화), 검찰총장(김태훈) 등과 한패인 박희수는 장두칠이 숨겨놓은 3천억의 비자금을 빼돌려 성의원의 정치자금으로 이용하고, 성의원이 대권을 잡으면 성의원의 지역구를 물려 받아 정치권에 뛰어들 야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의원의 약점을 잡고 있는 장두칠을 죽여야합니다. 그가 장두칠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황지성과 손을 잡은 이유입니다. 황지성이 계획대로 장두칠을 죽인다면 박희수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를 푸는 격이 될 것입니다.

박희수의 밑에서 일을 하는 사기꾼 3인방도 같은 편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박희수에게 약점이 잡혀 그가 시키는 온갖 일을 해야하는 처지입니다. 당연히 박희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틈만 노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고석동은 황지성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황지성 때문에 1년간 감옥에 갔다왔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꾼]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결코 믿지 못하는 이들을 한데 몪어 놓음으로써 배신과 배신이 거듭되는 범죄 스릴러의 재미를 완성해놓습니다. (이후 스포 있습니다.)

 

한편인듯, 한편아닌, 한편같은 그들

 

 

문제는 짜임새있는 스토리 구성이다.

 

분명 [꾼]은 범죄 스릴러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팀을 이루었지만 결코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캐릭터들의 속고 속이는 두뇌 싸움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합니다. 하지만 문제점도 분명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캐릭터들을 너무 꼬아 놓다보니 정작 중요한 스토리 구성이 헐거워졌다는 점입니다. 황지성은 장두칠을 잡기 위해 장두칠의 부하였던 이강석(최덕문)에게 먼저 접근합니다. 이강석은 황지성의 미끼를 덥썩 물었고, 그 결과 장두칠의 오른팔인 곽승건(박성웅)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박희수와 장두칠의 비호세력을 잡기 위한 황지성의 치밀한 계획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서 고석동, 춘자, 김과장은 일부러 박희수에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곽승건 역시 황지성과 한패입니다. 애초에 황지성의 타깃이 장두칠이 아닌 박희수였다는 반전은 꽤 좋습니다. 하지만 이 반전이 좀 더 완벽해지려면 박희수가 왜 고석동과 춘자, 김과장을 부하로 둘 수 밖에 없었는지부터 설명해야합니다. 일선 검사가 사기꾼을 부하로 둔다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꾼]은 황지성이 고석동에게 "형이 1년만 고생해야겠어."라는 한마디 대사로 이 중요한 문제를 얼버무립니다. 고석동이 감옥에 가는 것과 박희수의 부하가 되는 것의 상관관계가 설명이 안되어 있습니다.

또다른 문제점은 이강석은 진짜 장두칠의 부하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강석이 장두칠에게 전화하고, 장두칠이 곽승건을 한국에 보낸 것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곽승건은 박희수를 속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얼렁뚱땅 '곽승건이 황지성과 한패더라.'라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캐릭터간의 관계를 복잡하게 꼬아 놓았기에 놓칠 수 밖에 없는 디테일이 부족한 스토리 구성의 헐거움은 [꾼]의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이 영화가 치밀함을 무기로 내세워야할 범죄 스릴러 영화이기에 더욱 헐거움의 틈이 커 보였습니다.

 

곽승건은 이 영화의 가장 완벽한 전이자 가장 큰 약점이다.

 

 

KBS 드라마 <매드독>과 너무 겹친다.

 

저는 [꾼]을 보면서 자꾸만 KBS 드라마 <매드독>이 떠올랐습니다. <매드독>은 보험범죄를 소재로한 드라마입니다. 보험범죄를 적발하는 '매드독'의 팀장 최강우(유지태), 박순정(조재윤), 장하리(류화영), 온누리(김혜성), 그리고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지만, 같은 목표로 '매드독'팀에 합류한 김민준(우도환)의 활약이 <매드독>의 주요 스토리 라인입니다. [꾼]과 <매드독>의 공통점은 일단 유지태가 출연한다는 것입니다. 유지태는 다작 배우도 아니고, 드라마에 자주 출연하는 배우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에 동시에 출연했네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매드독'의 구성도 [꾼]과 비슷합니다. [꾼]의 고석동은 <매드독>의 박순정과 연결되고, [꾼]의 홍일점인 춘자는 <매드독>의 장하리를 연상시켰으며 (심지어 춘자를 연기한 나나와 장하리를 연기한 류화영이 걸그룹 출신인 것도 같습니다.) [꾼]의 김과장과 <매드독>의 온누리가 팀에서 하는 역할도 비슷합니다. 단지 다른 것이라면 [꾼]에서는 유지태가 연기한 박희수가 악역이라는 점 뿐입니다. 그 대신 <매드독>의 최강우 역할은 [꾼]에서 황지성이 해냅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꾼]이 <매드독>을 표절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해에 너무 많이 개봉되는 스릴러 영화에, 꽃미남 배우를 내세운 범죄 스릴러, 그리고 [마스터]와 같은 조희팔 소재의 영화에다가, 이제는 <매드독>까지 연상시키니... [꾼]에 대한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꾼]은 그럭저럭 즐길만한 범죄 스릴러 영화로는 제격이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 영화라고는 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너무 엇비슷한 분위기의 영화가 난무하다보면

언젠가는 관객의 외면을 받게된다.

우리나라의 로맨틱 코미디가 어쩌다가 몰락했는지..

범죄 스릴러 영화들은 잘 기억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