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특별한 추억

4년만의 뮤지컬 관람 <레베카>

쭈니-1 2017. 10. 26. 16:11

 

 

<고스트>이후 4년만이다.

 

저희 회사는 매년 가을이면 1박 2일 일정으로 가을 야유회에 갑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제주도로 2박 3일을 다녀왔고, 2016년에는 강화도에 1박 2일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2017년. 그런데 사장님께서 이번엔 야유회에 가지 말고 공연을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십니다. 저희 거래처 사장님이 물놀이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사장님께서는 사고 위험이 있는 야유회보다는 문화적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공연관람으로 문화를 바꾸고자 하신 겁니다.

회사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2007년 송년회에 홍대에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을 봤고, 2012년 송년회에는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아이다>를, 2013년 송년회에도 역시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고스트>를 관람했었습니다. 이렇듯 회사에서의 공연 관람은 송년회 행사로 이뤄졌는데, 이번엔 가을 야유회를 대체한 행사로 이뤄졌습니다.

공연관람이 정해지자 저는 당장 공연 리스트를 작성했고, 치열한 경쟁 끝에 직원들의 자유 투표로 한강진역에 위치한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하는 <레베카>가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공연 관람 이전에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0년작 [레베카]를 미리 봄으로써 뮤지컬 <레베카>를 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댄버스 부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문화생활이라고는 영화가 전부인 저를 비롯해서 저희 회사 직원들 대부분은 회사 행사가 아니면 공연관람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회사에서의 공연관람은 아무래도 가벼운 뮤지컬 공연을 주로 선택하는 편입니다. 이번에 직원들이 <레베카>를 선택한 이유는 옥주현이 출연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40, 50대가 대부분인 저희 회사 남자 직원들은 1세대 걸그룸룹 <핑클>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고, <핑클>의 멤버인 옥주현이 출연한다는 말에 주저없이 <레베카>에 몰표를 준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희가 관람한 10월 20일에는 댄버스 부인 역에 옥주현이 아닌 신영숙이 출연했습니다. 그러한 사실에 실망감을 표시한 직원들에게 저는 대신 막심 역에 엄기준이 출연한다며 겨우 달래줘야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레베카>를 보고나서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댄버스 부인을 연기한 신영숙의 시원시원한 노래가 가장 좋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습니다. 그와는 달리 엄기준의 노래가 가장 아쉬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아마도 대형 뮤지컬들이 유명 스타를 캐스팅하는 이유는 저희와 같은 관객들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명 스타의 출연 유무로 뮤지컬을 고르려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스타가 아닙니다. 뮤지컬 배우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에게 정확한 가사 전달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옥주현이 연기한 댄버스 부인을 보지 못해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2013년 <레베카> 초연 당시부터 댄버스 부인을 연기한 신영숙은 비록 스타는 아니지만 <레베카>에서 저를 비롯한 저희 회사 직원의 가슴을 가장 뜨겁게 했던 진정한 뮤지컬 배우였다는 점입니다.

 

 

 

영화보다 훨씬 멋있었던 무대

 

<레베카>를 본 직원들 중에서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신 분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나름 좋은 좌석은 R석을 예매했지만 아무래도 노래를 통해 내용을 전달해야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노래 가사를 제대로 듣지 못했나봅니다. 하지만 저는 미리 영화 [레베카]를 보러 갔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영화 속의 장면이 어떻게 뮤지컬에서는 재현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레베카>를 관람했습니다.

일단 영화 속의 무대는 너무나도 완벽했습니다. 영화 [레베카]는 1940년대에 만들어진 흑백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요즘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조금 어색했던 장면이 몇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뮤지컬로 옮긴 <레베카>는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냈습니다. 막심과 주인공이 처음 만난 휴향지 몬테카를로, 비밀로 가득한 맨덜리 저택, 그리고 비극을 싹 틔우는 맨덜리 저택 인근 해변가까지...

첫 장면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무대 위에 하얀 도화지가 내려와 조금씩 맨덜리 저택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표현되었고, 댄버스 부인이 주인공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장면에서는 테라스가 90도로 회전하며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 중 가장 백미는 맨덜리 저택이 불에 타는 장면인데, 영화보다 더 스펙타클하게 표현되어서 저도 모르게 '와우~'라는 탄성을 지르게끔 하였습니다.

 

 

 

구피와 웅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뮤지컬 <레베카>

 

<레베카>의 공연이 끝나자 저희 회사 직원의 반응을 둘로 갈렸습니다. 젊은 여성 직원들은 최고였다라는 반응입니다. 어떤 여직원은 4년전에 본 <고스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재미있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나이대가 많은 남성 직원들은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신영숙을 제외한 배우들의 내용 전달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구피, 웅이와 <레베카>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레베카]도 함께 봤기에 영화가 어떻게 뮤지컬로 표현되었는지, 그 경이로운 장면들을 구피와 웅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 티켓값이 고가라서 그러한 제 작은 소망은 이뤄지지 않겠죠?

한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최소한 1년에 한번은 이렇게 회사에서 공연관람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여성 직원들은 그러한 제 생각에 찬성할테지만, 나이가 많은 남성 직원들은 그럴 돈이 있으면 삼겹살이나 구워먹자며 반대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빡빡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고가의 문화 생활을 접하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이기에 저는 삼겹살로 몸을 살찌우는 것보다, 공연관람으로 교양을 살찌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이러한 제 소망은 이뤄질까요? 결과는 2018년에 알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