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니콜라이 아르셀
주연 : 톰 테일러, 이드리스 엘바, 매튜 맥커너히, 김수현
개봉 : 2017년 8월 23일
관람 : 2017년 8월 27일
등급 : 15세 관람가
[다크타워] 프로젝트가 지난 7년간 걸어온 길
2010년 9월 스티븐 킹 원작의 <다크타워> 시리즈가 론 하워드의 연출로 영화화 되고, 또 TV 매체와 연계가 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론 하워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마일]이나 [쇼생크 탈출]과 같이 복잡함과 안정감이 함께 하여 스티븐 킹의 소설과 같이 공포와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다크타워] 시리즈는 소설과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진 세계관을 참고 하여 스티븐 킹과 전체 스토리를 다시 회의하며 진행이 되며, [다크타워] 시리즈에 론 하워드는 향후 5년간 전력 투구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제가 [다크타워]의 개봉을 기다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때부터입니다.
하지만 2011년 [다크타워]에 대한 불안한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크타워] 시리즈를 영화 3편과 영화를 잇는 TV시리즈, 그리고 TV로 프리퀼을 그려 제대로 재현하려 했던 론 하워드의 야망은 제작비가 걸림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론 하워드는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스크립트를 다시 썼고, 그 결과 1억4천만 달러로 내정된 제작비가 4천5백만 달러로 감축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사가 선뜻 나서지 않았고, 2013년 론 하워드는 [다크타워] 프로젝트가 연기되고 늦어질지라도 결코 무산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제작이 무산될 듯이 보였던 [다크타워] 프로젝트는 2015년 소니와 MRC가 공동 투자를 결정하면서 본 궤도에 올랐습니다. [다크타워]의 TV시리즈는 MRC가 맡아 1편과 2편이 개봉되는 공백과 2편과 3편이 개봉하는 공백에 미니시리즈로 방영할 계획이라고합니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론 하워드는 제작자로 물러나고 덴마크 출신의 신인 니콜라스 아르셀 감독이 내정되었으며, 롤랜드 데스체인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이 이드리스 엘바로 교체되고, 매튜 맥커너히가 새롭게 캐스팅되면서 [다크타워]는 2017년 북미 개봉 예정으로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이대로 [다크타워] 프로젝트는 완성될 수 있을까?
오랜 역경 끝에 [다크타워] 프로젝트의 첫번째 영화인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이 지난 8월 4일 북미에서 개봉했습니다. 애초에 2017년 1월 13일 북미 개봉 예정이었지만 계획보다 개봉 일정이 7개월이나 늦춰졌고, 그로인하여 제작비도 6천만 달러로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개봉한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은 개봉 첫째주에 1천9백만 달러의 흥행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개봉 둘째주에 4위, 셋째주에는 9위를 기록하며 빠르게 흥행수입이 줄어들었고, 결국 현재까지 북미 4천4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8천8백만 달러를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쉽게 말해서 쫄딱 망한 셈입니다. 2010년부터 [다크타워] 프로젝트를 기대한 저로써는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의 흥행 실패가 [다크타워] 프로젝트의 무산으로 이어질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웅이와 함께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을 보고나니 제가 아무리 지난 7년간 [다크타워] 프로젝트를 기대하며 기다렸다고해도 [다크타워 : 희망의 탑]에 쉴드를 쳐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은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다크타워 : 희망의 탑] 입장에서도 변명거리는 있습니다. 거장 론 하워드가 아닌 덴마크에서 [밀레니엄 제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미결처리반 Q>의 각본을 맡았던 신인감독 니콜라이 아르셀이 연출을 맡았기에 아무래도 부족함이 있었고, 제작비도 절반 이상으로 감축되며 애초 기획대로 블록버스터 판타지 시리즈로 제작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시리즈의 첫번째 영화인만큼 [다크타워] 시리즈의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되기 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변명거리에도 불구하고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은 2편을 기대하기에 부족함이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부터 저는 7년간 [다크타워] 프로젝트를 기다려온 팬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크타워 : 희망의 탑]에 대한 회초리를 들으려고합니다.
방대한 세계관을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다크타워>는 스티븐 킹이 3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집필한 일생의 역작입니다.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롤랜드 공자 암흑의 탑에 이르다>를 기반으로 한 이 시리즈는 핵전쟁 이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반지의 제왕]과 [석양의 무법자]의 요소를 결합시킨 독창적인 서부 판타지 소설입니다. <다크타워>의 주요 내용은 총잡이 종족의 최후의 생존자 롤랜드가 암흑의 탑을 찾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치는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상하로 나눠진 총 5개의 시리즈로 출판되었는데,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은 시리즈의 1편인 <다크타워 1 : 최후의 총잡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대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사실 어려움이 많습니다. 영화라는 문화 장르 자체가 시간적인 제한이 있고, 그러한 제한된 시간안에 소설의 방대한 세계관을 그려나가야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크타워] 프로젝트는 지난 7년간 무산될 위기를 수차례 넘겼고 우여곡절 끝에 제작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시리즈의 첫번째 영화인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의 흥행이 중요했습니다. 자칫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이 흥행에 실패한다면 이후 시리즈의 제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은 1시간 3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다크타워>의 방대한 세계관을 모두 그려넣겠다고 선언합니다. 시리즈를 진행시키며 점차 세계관을 완성시켜야 하지만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의 흥행성공에 대한 절실함은 조급증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합니다.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의 세계관은 태초부터 존재한 '다크타워'를 무너뜨리려는 악의 세력 맨 인 블랙 월터(매튜 맥커너히)와 '다크타워'를 지키려는 마지막 건슬링어 롤랜드(이드리스 엘바)의 대결입니다. 우주를 지탱하는 '다크타워'가 무너지면 우주 밖의 악마들이 몰려 들 것이고, 월터는 그러한 악마들과 손을 잡고 우주를 지배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습니다. '다크타워'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순수한 아이들의 초능력인 샤이닝입니다. 그렇기에 월터는 인간 세상의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납치합니다.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은 그 누구보다 강력한 샤이닝을 지닌 소년 제이크 챔버스(톰 테일러)의 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세계관 구축은 대충이고, 캐릭터 구축은 아예 건너뛰었다.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의 세계관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끝없이 넓은 우주를 '다크타워'의 영향력 안에 있는 우주와 '다크타워'의 영향력 밖의 우주로 나누고, '다크타워' 영향력 안에 있는 우주에서도 '다크타워'를 지키려는 세력과 파괴하려는 세력으로 나눕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 외에는 세계관에 대한 별다른 설명은 포기해버립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월터의 캐릭터는 말 그대로 속빈 강정과도 같습니다. 롤랜드는 월터를 마법사라고 칭합니다. 결국 월터는 마법사 종족의 일원인 셈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월터를 제외한 마법사는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롤랜드가 마지막 건슬링어인것처럼, 월터 또한 마지막 마법사일지도 모릅니다. 그가 어쩌다가 마지막 마법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월터가 '다크타워'를 무너뜨리고 우주 밖 악마를 끌어들이려는 이유와 연결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은 월터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그 결과 월터는 아무런 매력이 없는 절대악에 불과합니다.
마지막 건슬링어 종족인 롤랜드는 월터보다는 조금 나은 상황입니다. 타인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월터에 의해 건슬링어 종족은 몰살당하고, 아비지마저 죽자 월터는 롤랜드를 향한 복수심에 불타오릅니다. 하지만 왜 유독 롤랜드만 월터의 정신 조종이 통하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은 '다크타워' 세계관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라 할 수 있는 롤랜드와 월터의 캐릭터 구축을 이렇게 통째로 건너뛴 것입니다.
'다크타워'의 세계관은 제이크의 꿈과 롤랜드의 설명으로 대충 설명되고, 롤랜드, 월터의 캐릭터는 아예 생략해버립니다. 그저 월터에게 아버지를 잃은 롤랜드의 복수심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입니다. 판타지 영화는 새로운 세계관 구축과 그 안에서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은 제이크라는 평범한 인간 세상의 캐릭터 하나만 구축해놓고, 정작 중요한 판타지 세계관과 판타지 세상의 캐릭터들은 생략해버리며, 서둘러 이야기를 진행시키려합니다.
7년 전 드림 프로젝트가 결국 돈 때문에 이 지경이 되는구나.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을 보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B급 판타지입니다. [반지의 제왕]의 흥행 성공 이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쏟아져 나왔던 고만고만한 판타지 영화들. 안타깝게도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은 그들 영화와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계관은 대충 만들어졌고, 캐릭터는 생략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그저 그런 판타지 영화가 되고 만 것입니다. 7년전 론 하워드 감독의 원대한 꿈에서부터 시작한 [다크타워] 프로젝트가 이대로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애초에 론 하워드가 원했던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면, 그래서 론 하워드가 메가폰을 잡고 제작비 1억4천만 달러로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이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런지...
물론 [다크타워] 프로젝트에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1편과 2편 사이에 제작될 TV시리즈에서 [다크타워]의 세계관을 착실하게 구축한다면 2편에서부터는 론 하워드가 원했던 [다크타워] 프로젝트가 완성될지도 모릅니다. TV 시리즈는 영화와는 달리 시간적 제한이 덜하니 [다크타워]의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분명 유용할 것입니다. 게다가 2편부터는 절대악 맨 인 블랙 월터가 아닌 다채로운 괴물과 새로운 종족들이 등장하며 영화를 이끌 것입니다. 세계적인 이야기꾼 스티븐 킹의 판타지라면 절대 평범하지만은 않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동안 시리즈로 기획되었지만 1편의 흥행 실패로 2편 제작이 무산된 수 많은 판타지 영화들을 봐왔습니다. [다크타워 : 희망의 탑]이 개봉하기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7년을 기다렸듯이, 2편이 개봉할 때까지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네요. 부디 론 하워드의 꿈이 이대로 무너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나는 [다크타워] 프로젝트가 연기되고 늦어질지라도
결코 무산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론 하워드의 강한 의지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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