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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종의 전쟁] - 이렇게 시저의 전설은 완성되었다.

쭈니-1 2017. 8. 22. 16:35

 

 

감독 : 맷 리브스

주연 : 앤디 서키스, 우디 해럴슨, 스티브 잔, 아미아 밀러

개봉 : 2017년 8월 15일

관람 : 2017년 8월 20일

등급 : 12세 관람가

 

 

유인원 최초의 영웅, 시저의 탄생을 지켜보라!

 

2011년 8월 17일, 저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을 봤습니다.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1968년 만들어진 할리우드 SF 고전 [혹성탈출]의 프리퀼입니다. [혹성탈출]은 유인원이 지배하는 이름 모를 행성에 추락한 조지 테일러(찰톤 헤스톤) 일행이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는 내용의 영화로 영화 마지막 반전이 정말 기가 막혔던 영화입니다. 이후 [혹성탈출]은 1970년 [혹성탈출 : 지하도시의 음모]를 시작으로 1973년 [혹성탈출 5 : 최후의 생존자]까지 제작되며 70년대 초반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SF 시리즈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사실 [혹성탈출]을 되살리는 프로젝트에 처음 돌입한 것은 팀 버튼 감독입니다. 팀 버튼 감독은 2001년에 마크 월버그를 기용해서 [혹성탈출] 리메이크에 도전했습니다. 그가 [혹성탈출]을 리메이크함에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1968년 [혹성탈출]의 내용과 결말보다 피에르 불의 소설 <유인원들의 행성>에 좀 더 충실함으로써 팀 버튼만의 [혹성탈출]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 결과 시간여행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지만 그러한 팀 버튼 감독의 시도는 논란만 낳았고, 결국 팀 버튼 감독의 최대 졸작이라는 오명만 뒤집어쓴채 차디찬 냉소적인 평가를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실패는 제작사인 이십세기폭스사로 하여금 원작인 [혹성탈출]은 그대로 내버려둔채 원작 이전의 내용으로 프리퀼을 만들어야 한다는 깊은 깨달음을 안겨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해서 탄생한 것은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입니다.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으로부터 시작한 프리퀼 3부작은 원작의 설정인 지구가 어쩌다가 인간이 아닌 유인원의 지배하에 놓였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원작의 시저와 프리퀼의 시저

 

[혹성탈출]의 프리퀼 3부작인 시저의 영웅 탄생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시저의 탄생을 다룬 것 또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이 처음은 아닙니다. [혹성탈출]에서 조지 테일러에게 밝은 눈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인간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유인원 지라(킴 헌터)와 코넬리우스(로디 맥도웰)는 [혹성탈출 3 : 제3의 인류]에서 유인원이 지배하는 지구의 미래 모습을 인간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 현재의 지구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라와 코넬리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바로 시저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저가 유인원의 영웅이 될 것임을 알고 시저를 죽임으로써 유인원이 지배하는 미래를 없애려합니다. 

[혹성탈출 4 : 노예의 반란]에서 시저는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을 피해 서커스 단장 아만도의 보호 아래 숨어 지냅니다. 하지만 정체가 들통나고, 시저를 숨겨준 아만도는 고문 도중 살해당합니다. 결국 시저는 노예로 팔리게 되는데, 그곳에서 비밀리에 다른 원숭이들을 선동해 혁명을 준비합니다.  원작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혹성탈출 5 : 최후의 생존자]에서 노예 반란군의 지도자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들과 살아남은 인간들이 서로 함께 공존하며 평화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고릴라 군대의 알도 장군은 이러한 평화를 깨고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인간과 유인원의 전쟁이 일어나고맙니다.

결국 새로운 프리퀼 3부작은 [혹성탈출]의 프리퀼임과 동시에 원작 2편에서부터 5편까지의 리부트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저를 도와주는 서커스 단장 아만도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에서 시저의 유일한 인간 친구인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을 연상시키고, 고릴라 장군 알도는 시저를 배신하고 인간과의 전쟁을 일으킨 유인원 코바(토비 켑벨)과 비슷합니다. 어쩌면 [혹성탈출 : 종의 전쟁]에서 윈터를 비롯해서 고릴라가 유난히 시저를 배신하는 이유는 [혹성탈출 5 : 최후의 생존자]에서 알도의 업보였는지도...

 

 

 

프리퀼 3부작이 원작 5부작을 예우하는 방법

 

팀 버튼 감독의 [혹성탈출]과는 달리 프리퀼 3부작이 원작 팬의 저항을 덜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흥행에 성공한 1편의 설정은 거의 건드리지 않은채 비교적 흥행에 실패한 2편부터 5편까지의 설정만 리부트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요소를 굳이 찾자면 원작에 대한 예우를 갖추면서 원작팬의 향수를 자극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식입니다.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에서 실험대상 1호이자 시저의 어머니인 침팬지의 이름은 밝은 눈입니다. 원작인 [혹성탈출]에서는 조지 테일러에게 지라가 밝은 눈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혹성탈출 : 종의 전쟁]에서 시저의 막내아들 이름은 코넬리우스입니다. 그런데 코넬리우스는 [혹성탈출]에서 지라와 함께 조지 테일러를 도와준 유인원이었으며, 나중에는 시저의 아버지가 되기도합니다. 또 있습니다. [혹성탈출 : 종의 전쟁]에서 시저는 자신을 도와준 인간 여자아이에게 노바(아미아 밀러)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그런데 노바는 [혹성탈출]에서 유인원이 조지 테일러에게 데려다준 짝입니다. 프리퀼의 노바와 원작의 노바 모두 말을 하지 못한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이렇게 프리퀼 3부작과 원작 5부작은 같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 외에도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원작인 [혹성탈출]이 프리퀼 3부작보다 훨씬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프리퀼의 코넬리우스가 원작의 코넬리우스와 같은 유인원은 아닐 것이며 (그렇다면 족보가 너무 꼬입니다.) 프리퀼의 노바 역시 원작의 노바와 동일 인물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원작의 팬을 위한 소소한 팬 서비스가 아닐런지...

 

 

 

영웅을 넘어 전설이 되다.

 

프리퀼 3부작의 마지막인 [혹성탈출 : 종의 전쟁]은 시저가 영웅을 넘어 전설이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저는 유인원을 인간으로부터 해방시켰고, 유인원의 지도자가 되어 유인원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살도록 이끌었습니다. 특히 시저는 인간과의 공존을 꿈꿨습니다. 인간과의 전쟁은 인간은 물론 유인원까지 파멸시킬 수 밖에 없는 길임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믿었던 동료 코바의 배신과 인간 군대를 이끄는 대령(우디 해럴슨)에 의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자 복수에 눈이 멀어버립니다. 복수심에 불타는 시저에게 모리스는 '꼭 코바같다.'라고 일침을 가하지만 시저에겐 이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복수심에 이성을 잃은 시저로 인하여 유인원은 대령의 군대에 잡혀 노예가 되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대령의 군대에 붙잡혀 강제 노역을 하는 유인원을 보며 시저는 '내가 뭔 짓을 한거지?'라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실수를 딛고 노예가 된 유인원의 탈출을 위해 또다시 자신을 희생시킵니다. 이러한 점이 시저가 영웅을 넘어 전설이 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누구나 실수는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인정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들을 죽인 대령이 뛰어난 군대와 무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몰락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한 자만심 때문입니다.

시저는 뛰어난 지도력과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혼자 남겨진 인간 여자아이 노바를 거둬들이는 따뜻한 감성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아는 차가운 이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한 시저가 있었기에 유인원은 서로 싸우며 점차 몰락하는 인간과는 달리 그들만의 문명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 VS 유인원의 전쟁? 아니, 이건 인간 스스로의 몰락이다.

 

사실 2011년 [혹성탈출]의 프리퀼이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저는 과연 어쩌다가 인간이 유인원과의 전쟁에서 패하며 지구의 패권을 넘겨주게될지 궁금했습니다. 유인원이 아무리 뛰어난 지능을 가지게 된다고는 하지만 대량 살상무기를 다수 보유한 인간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한다는 것은 무리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제 기대와는 달리 인간과 유인원이 전쟁의 아닌,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 스스로의 몰락을 담았습니다. 만약 인간이 멸종한다면 치명적인 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게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선택은 굉장히 탁월하게 느껴졌습니다.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시미안 플루 바이러스로 대부분의 인간이 죽었다고 하지만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에겐 아직 대량 살상 무기가 남아 있었고, 시저는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자살 행위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인간과의 전쟁을 막으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증오하는 유인원 코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인간과의 전쟁이 시작되고맙니다.

그렇기에 저는 [혹성탈출 : 종의 전쟁]에서는 본격적으로 유인원과 인간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애초에 유인원은 인간에게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을 잘 알기에 대령은 유인원들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유인원을 강제 노역에 이용한 것입니다. 대령이 무서워한 것은 유인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군대보다 더 많은 무기와 병력을 가진 다른 인간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미안 플루 바이러스로 인하여 멸종의 길을 걸으면서도 서로 총을 겨누고 싸우는데 여념이 없는 인간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더 어이없고 한심했습니다.

 

 

 

시저의 전설은 완성되었지만 '혹성탈출'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솔직히 저는 개인적으로 [혹성탈출 : 종의 전쟁]이 프리퀼 3부작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토리 전개의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과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약간의 빈틈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인원이 단체로 타워 록 감옥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너무 억지가 아닐런지... 물론 대령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유인원이 아닌 다른 군대임이 드러나며 유인원에 대한 대령 군대의 경계가 허술한 까닭을 설명하긴 했지만, 치밀한 성격의 대령이 잠재적 위험 요소인 유인원이 탈출 모의를 하고 있는데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눈사태로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것도 너무 쉽게 유인원의 세상을 위한 결말 도출이 아닐런지... 물론 그 덕분에 눈사태의 스펙타클을 무더운 여름 극장가에서 만끽할 수 있었지만, 대령 군대의 허무한 전멸 이후 뭔가 더 큰 위험이 시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제겐 약간의 허탈감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혹성탈출 : 종의 전쟁]이 프리퀼 3부작으로써 완벽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원에서 탈출한 배드 에이프(스티브 잔)의 등장으로 이전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코믹함을 가미했고, 마지막 시저의 모습도 짙은 여운을 남겨줬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십세기폭스사는 프리퀼 3부작으로 멈추지 않고 시저가 없는 새로운 '혹성탈출'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합니다. 뭐 이쯤되면 유인원의 영웅 시저를 가슴에 품고 계속 '혹성탈출' 이야기에 빠져 있어야 겠습니다.

 

만약 '혹성탈출'의 설정이 현실이었다면 인간인 내게 시저는 두려운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이기에, 나는 영화를 보며 인간이 아닌 유인원 영웅 시저에 열광한다.

그리고 영화 속의 상황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