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청년경찰] - 젊기에 가능한 그들의 무모함이 부럽다.

쭈니-1 2017. 8. 18. 18:18

 

 

감독 : 김주환

주연 : 박서준, 강하늘

개봉 : 2017년 8월 9일

관람 : 2017년 8월 17일

등급 : 15세 관람가

 

 

올 여름, 반전 흥행의 주인공

 

극장가의 최대 대목인 여름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흥행 빅2로 점쳐졌던 [군함도]와 [택시운전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천만관객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군함도]는 온갖 논란만 낳은채 누적관객 700만명도 넘지 못하고 고꾸라져 버렸습니다. 그와는 달리 [택시운전사]는 조만간 천만관객을 달성하며 2017년도 최고 흥행작으로 우뚝 설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군함도]와 [택시운전사]에 집중된 사이 조용히 알짜배기 흥행을 거두고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청년경찰]입니다.

사실 [청년경찰]의 흥행을 점친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제작비 260억이 들어간 [군함도]와 156억원의 총제작비가 들어간 [택시운전사]와는 달리 [청년경찰]의 총제작비는 70억원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천만배우 황정민을 비롯하여 소지섭, 송중기 등 초호화 캐스팅의 [군함도], 역시 다수의 천만 영화를 자랑하는 송강호와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스트라이커를 연기했던 독일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을 캐스팅한 [택시운전사]와는 달리 [청년경찰]은 박서준, 강하늘이라는 젊은 배우를 기용하여 주연배우의 티켓파워도 약합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 것입니다. 박서준이 출연한 TV 미니시리즈 <쌈, 마이웨이>가 인기리에 방영을 마친 것이 반전의 시작이었습니다. <쌈, 마이웨이> 덕분에 박서준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했고, <쌈, 마이웨이>가 종영한지 채 한달만에 개봉한 [청년경찰]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결국 [청년경찰]은 개봉 첫주 [택시운전사]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고, [혹성탈출 : 종의 전쟁], [장산범] 등 신작이 개봉한 후에도 여전히 2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어느덧 누적관객 300만을 넘어섰습니다. 이쯤되면 2017년 여름시즌의 반전 흥행 주인공은 단연 [청년경찰]의 차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왕좌왕하는 청춘의 자화상

 

그렇다면 [청년경찰]의 반전흥행은 단지 인지도가 급상승한 박서준 덕분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청년경찰]이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청년경찰]의 재미는 우왕좌왕하는 청춘의 자화상에서 비롯됩니다. 주인공인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이 경찰대에 입학한 것은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기준은 가난한 환경 때문에 입학금이 없는 경찰대를 지원한 것이고, 과학고를 졸업한 희열은 그저 남들보다 튀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에 경찰대에 오게됩니다. 기준과 희열에겐 미래에 대한 확신,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 따위는 없습니다. 단지 어쩔 수 없이, 혹은 어쩌다보니 경찰의 길을 걷게된 것 뿐입니다.

따지고보면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제가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상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한 것은 가난한 환경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지금의 직종을 선택한 것도 하고 싶어서가 아닌,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 역시 기준과 희열처럼 미래에 대한 확신, 꿈을 위한 열정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따라 묵묵히 걷다보니 지금에 이르렀을 뿐입니다. [청년경찰]이 제게 와닿은 것은 우왕좌왕하는 기준과 희열의 모습에서 저의 젊었을 적 모습을 발견했기 떄문입니다.

기준과 희열이 여자 친구를 만들겠다며 유명 클럽에서 진상짓을 하는 장면도 저의 과거 흑역사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것이 춤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타고난 몸치인 저는 여자를 꼬시겠다는 일념 하나로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클럽에 가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열심히 춤을 췄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준과 희열이 그랬던 것처럼 여자들의 외면만 받은채 용돈만 날리고 쓸쓸히 돌아서야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이런 과거의 기억이 있기에 기준과 희열이 모습이 저는 재미있게만 느껴졌습니다.

 

 

 

젊기에 가능했던 그들의 무모함

 

앞서 언급했던대로 기준과 희열은 경찰이 되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연히 길거리에서 한 여성이 납치되는 사건을 목격하며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기준과 희열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먼저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하지만 담당 경찰은 다른 사건으로 바쁘기만합니다. 그래서 기준과 희열은 직접 사건에 뛰어들고 해결하겠다고 나섭니다.

만약 제가 기준과 희열의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당연히 저도 경찰에 신고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며 뒤돌아섰을 것입니다. 납치된 여성을 구하는 것은 경찰의 일이지, 내가 해야할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닌 것입니다. 대부분 저와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기준과 희열도 그랬어야 했습니다.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납치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맨땅에 헤딩하는 꼴이었고, 단 둘이서 범죄조직에 맞서는 것도 너무 위험합니다. 게다가 학교에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 퇴학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납치된 여성과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선량한 시민으로써 해야할 의무를 마쳤으니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준과 희열은 무모하게도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직접 나선 것입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무모하게 사건에 뛰어든 기준과 희열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범죄조직의 소굴에서 탈출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기성세대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저는 바로 이 시점에서 경찰대 양교수(성동일)를 비롯한 기성세대가 나서서 범죄조직을 소탕해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무기력하기만 했습니다. 믿었던 양교수마저도 이제 경찰에 맡기고 학교로 돌아가라는 말만 해줄 뿐입니다. 납치된 여성들은 죽어가는데, 기성세대는 절차를 따지고, 기다리라고만합니다. 기성세대의 무기력함을 보며 저 또한 뜨금했습니다.

 

 

 

우리가 하지 못하는 것을 그들은 한다.

 

영화의 후반부, 절차를 무시하고 경찰대 규정을 따르지 않은 기준과 희열의 상벌위원회가 열립니다. 한쪽에선 절차와 규정을 무시했으니 엄격히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절차와 규정을 무시했지만 납치피해여성을 구했으니 오히려 상을 줘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양측의 주장에 팽팽한 가운데 양교수가 발언을 합니다. 솔직히 그들이 부럽다고... 우리도 한땐 시민을 보호하겠다는 혈기왕성한 초심이 있지 않았냐고...

[청년경찰]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바로 양교수의 한마디에 농축되어 있습니다. 기준과 희열은 우리가 하지 못한 것을 해냅니다. 어쩌면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현실이라면 과연 그 누가 목숨을 걸고 알지도 못하는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겠습니까? 목숨을 걸고 납치 피해자들을 구한다고해도 절차와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퇴학  조치를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러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나선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비현실적인 기준과 희열의 선택이 있었기에 [청년경찰]을 보는 저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잘 압니다. 절차와 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목숨임을.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기준과 희열이 그랬던 것처럼 나서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야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러지 못합니다. 괜히 나섰다가 죽을지도 모르고, 또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러한 현실을 잘 알기에 앞뒤 가리지 않고 사건 현장에 뛰어드는 기준과 희열의 모습은 통쾌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청년경찰]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영화적 재미입니다.

 

 

 

젊음이 느껴진다.

 

분명 [청년경찰]은 스토리 구조가 허술합니다. 기준과 희열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그 다지 치밀하지 못합니다. 특히 메듀사라는 별명을 지닌 호랑이 조교 주희(박하선)의 도움으로 납치범의 위치를 알아내는 장면은 너무 대충한다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기준과 희열의 캐릭터 구축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경찰이 되겠다는 확고한 의자조차 없던 그들이 납치사건 해결에 집착하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경찰]은 재미있습니다.  기준과 희열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젊음의 기운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확실히 [청년경찰]의 최대 수확은 박서준, 강하늘이라는 두 젊은 배우의 재발견이라할만합니다. 박서준의 경우는 [악의 연대기], [뷰티 인사이드]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인상깊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박서준이라는 이름을 각인한 것은 <쌈, 마이웨이>입니다. 그런데 <쌈, 마이웨이>에서 박서준이 연기한 고동만과 [청년경찰]의 기준이 묘하게 겹쳐지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당분간 저는 박서준의 얼굴을 볼때마다 좌총우돌 청춘을 떠올리게될 것입니다.

박서준이 [청년경찰]을 통해 좌충우돌 청춘이라는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면 그와는 반대로 강하늘은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동주], [재심]등을 통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심각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청년경찰]을 통해 예전 [스물]의 재기발랄한 이미지를 되찾은 셈입니다. 이렇게 [청년경찰]은 박서준과 강하늘이 브로맨스도 좋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이 뿜어내는 젊음에 흠뻑 취해서 즐거웠던 영화입니다.

 

젊음이 주는 무한 에너지.

이것이 [청년경찰]의 최대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