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루팡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 - 거장의 풋내기 시절을 엿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쭈니-1 2017. 8. 2. 17:21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더빙 : 야마다 야스오

개봉 : 2017년 5월 25일

관람 : 2017년 7월 29일

등급 : 12세 관람가

 

 

거장에게도 풋내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미야자키 히야오는 일본을 넘어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입니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붉은 돼지],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등 그가 연출한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인 호평과 더불어 인기를 얻었고, 우리나라 관객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랬던 그가 2013년에 은퇴를 선언했고, 그의 마지막 연출작인 [바람이 분다]는 전범기업인 미쯔비시에서 2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전투기를 개발한 일본 엔지니어의 이야기를 담음으로써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에 열광하고 한국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지만, 그 외 국가의 애니메이션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한 것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덕분입니다. IMF시절 청년실업자였던 저는 하루종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섭렵하며 며칠을 보내기도 했었으니까요.

지난 5월 25일 개봉한 [루팡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 미야자키 하야오가 1979년에 연출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만약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제 관심에서 일찌감치 벗어났을 영화이지만,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풋내기 시절에 연출한 영화라는 점이 제 호기심을 자극했고, [군함도], [슈퍼배드 3]를 연달아 극장에서 본 지난 토요일 밤, 웅이와 침대에 누워 제 스마트폰으로 [루팡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을 봤습니다.

 

 

 

전설의 도둑 루팡3세, 위조지폐 사건을 파해치다.

 

전설의 도둑 루팡 3세(야마다 야스오)와 그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친구인 지겐은 어느날 카지노에서 크게 한탕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훔친 돈이 위조지폐임을 알게되고 위조지폐의 출처인 칼리오스트로 공국으로 향합니다. 칼리오스트로 공국에서 정체불명의 세력에 쫓기는 웨딩드레스 차림의 여인을 구해낸 루팡 3세와 지겐. 하지만 그녀는 루팡 3세에게 반지만 남긴채 정체불명의 세력에 끌려가고맙니다. 

그녀의 이름은 칼리오스트로 공국의 마지막 왕족인 클라리스 공주. 그녀는 의문의 화재로 죽은 국왕을 대신하여 공국의 실권을 잡은 백작에게 강제 결혼을 당할 처지에 놓이고, 루팡 3세는 위조지폐가 백작일당의 소행임을 눈치채고 클라리스 공주를 구함과 동시에 백작에 맞서 싸우기로 합니다.

루팡 3세는 일단 자신의 동료들을 모으는데 사무라이 고에몬을 비롯하여 자신을 뒤쫓는 인터폴 경찰이지만 정의감만큼은 투철한 제니가타 형사를 공국으로 끌어들이고, 천의 얼굴을 가진 스파이 후지코의 도움을 받아 백작의 음모를 밝혀냄과 동시에 클라리스 공주를 구합니다. 그리고 칼리오스트로 공국에 남아달라는 클라리스 공주의 부탁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익숙한 그림체, 편안히 즐길만한 모험활극

 

[루팡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 어디에선가 많이 본 그림체인데...'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의 정체를 알아차리는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어린시절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미래소년 코난>과 비슷한 그림체였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니 <미래소년 코난> 또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며, <미래소년 코난>의 성공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곧바로 장편 애니메이션에 도전한 것이 바로 [루팡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입니다. 그러니 두 영화의 그림체가 비슷하게 느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비록 40여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이기는 하지만 [루팡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은 전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매력적인 캐릭터와 꽤 촘촘하게 채워진 스토리 라인 덕분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모험활극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게다가 전설의 그 오글거리는 대사를 직접 들으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루팡은 굉장한 것을 훔쳐갔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마음입니다."라는 오글거림의 끝판왕과도 같은 대사가 터져나오는 영화의 후반부. 에상외도 낯뜨겁기보다는 조금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원조는 다르네요. 암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른 애니메이션처럼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거장의 풋내기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