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플립] - 무지개빛 첫사랑같은 영화

쭈니-1 2017. 7. 19. 11:11

 

 

감독 : 로브 라이너

주연 : 매들린 캐롤, 캘런 맥오리피

개봉 : 2017년 7월 12일

관람 : 2017년 7월 15일

등급 : 12세 관람가

 

 

[플립]은 되고, [옥자]는 안되는 이유

 

지난 6월 29일 개봉한 [옥자]가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 것은 흥행 기대작임에도 불구하고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라는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이 불발되었다는 점입니다. 대형 멀티플렉스는 [옥자]의 상영을 거부하는데 있어서 극장 생태계 교란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극장 생태계 교란이란 개봉용 영화는 극장에 내걸고 나서 2, 3주일 뒤 인터넷에 공개되는 것이 관례인데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에서 전액 지원한 [옥자]는 극장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를 통해 인터넷에 공개되어 관례에서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그러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해명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극장에서 볼 것인지, 집에서 볼 것인지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인터넷에 영화가 공개가 되어도 극장에서 보고 싶은 사람은 극장에서 볼 것입니다. 그것을 무슨 자격으로 대형 멀티플렉스가 통제를 하려 하는지... 그런데 지난 7월 12일 개봉한 [플립]의 사례를 보니 [옥자]의 상영을 거부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해명은 그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플립]은 2010년에 제작된 영화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다운로드로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타기 시작했고, 결국 7년만에 극장 개봉이 성립되었습니다. [옥자]에 대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해명대로라면 [플립]은 이미 인터넷에 영화가 공개되었으니 극장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극장 개봉을 하면 안됩니다. 결국 [옥자]에 대한 상영거부는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에 대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견제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만의 싸움에서 피해를 본 것은 [옥자]를 큰 극장 화면으로 보고 싶었던 관객들이었고요.

 

 

 

누구에게나 일생에 한번 무지개빛 첫사랑이 찾아온다.

 

토요일 저녁 온 가족이 거실 쇼파에 기대고 누워 편안한 자세로 [플립]을 봤습니다. [플립]을 보기 전에 [옥자]에 대한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 거부 이슈가 떠올라 거만한 대형 멀티플렉스에 대한 분노가 먼저 치밀어 올랐지만, 그렇다고해서 [플립]에 대한 기대감이 꺾였던 것은 아닙니다. [플립]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소년, 소녀의 첫사랑을 담은 영화입니다. 새로 이사온 브라이스를 보고 첫눈에 사랑을 직감한 7살 소녀 줄리. 이후부터 솔직하고 용감한 줄리의 사랑 공세는 이어집니다. 줄리의 사랑공세는 애써 외면하는 브라이스. 그러는 사이 6년이 흐릅니다.

사춘기를 맞이한 브라이스(캘런 맥오리피)의 주변에는 여전히 줄리(매들린 캐롤)가 있습니다. 하지만 줄리가 준 달걀을 쓰레기통에 버렸던 것을 들키며 줄리와 브라이스의 관계는 멀어집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6년동안 귀찮게 했던 줄리가 떨어져나가면 속이 시원할줄 알았던 브라이스는 오히려 줄리가 신경쓰이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죄책감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줄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브라이스에 대한 오해가 쌓이면서 줄리의 마음은 완전히 뒤돌아서게 되고, 그러한 줄리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브라이스는 그녀를 위한 최고의 선물을 준비합니다. 줄리의 아지트였지만 베어진 무화과 나무를 줄리의 집앞 정원에 심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브라이스와 줄리는 화해를 하게 되고, 무지개처럼 빛나는 첫사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그래, 내 첫사랑도 무지개빛이었지.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때 학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동갑내기 여학생을 보고 첫눈에 반했었는데, 그땐 제가 너무 바보같아서 그 첫사랑을 짝사랑으로 끝냈었습니다. 이렇게 가슴아픈(?) 첫사랑의 기억이 있기에 저는 브리이스를 향한 줄리의 첫사랑을 응원했습니다. [플립]은 똑같은 사건을 두고 브라이스의 시선으로 한번 진행시키고, 줄리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진행시킵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엇갈리게 되는지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마음을 교차해서 보다보면 초, 중반엔 줄리의 마음을 몰라주는 브라이스의 행동이 야속했고, 중, 후반엔 브라이스에 대한 줄리의 오해가 자꾸만 쌓이는 장면에 안타까움을 느끼게됩니다. 그것이 사랑 영화의 묘미입니다. 사랑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재미가 없죠. 서로 엇갈리기도 하고, 오해도 생기다가 마지막에 극적으로 사랑이 이어져야 진정한 영화적 재미를 획득하는 것입니다. 비록 어린 소년, 소녀의 사랑이지만 [플립]은 정확하게 그러한 과정을 전개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구피는 "이 영화, 감독이 누구야?"라고 묻습니다. 저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연출한 로브 라이너 감독이야."라고 대답해줫습니다. 그러자 구피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멕 라이언을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자리로 이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 모두 담긴 영화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이후 무려 28년이 지났지만, 로브 라이너 감독의 감각은 여전했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웅이의 무지개빛 첫사랑은 언제 찾아올까요? [플립]을 보고나서 혹시 학교 친구 중에 자꾸 마음이 쓰이는 여자 아이는 없냐고 물었지만, 웅이는 단호하게 없다고 대답합니다. 부디 웅이는 저처럼 바보같이 짝사랑으로 첫사랑을 끝내지 않고 브라이스와 줄리처럼 무지개빛 첫사랑을 완성하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