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스파이더맨 3] - 우린 시기만 하고 있을 것인가?

쭈니-1 2009. 12. 8. 19:35

 



감독 : 샘 레이미
주연 : 토비 맥과이어, 키어스틴 던스트, 제임스 프랑코, 토마스 해이든 처치, 토퍼 그레이스
개봉 : 2007년 5월 1일
관람 : 2007년 5월 1일
등급 : 12세 이상

나에겐 스파이더맨이 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제겐 특별한 인연이 있는 영화입니다. 이상하게 [스파이더맨]이 개봉할 때마다 저는 힘든 일을 겪었으며 그런 제게 [스파이더맨]은 특별한 친구가 되어 주었답니다.  
1편이 개봉했던 2002년 5월이 그랬습니다. 당시 다니던 회사는 신규 사업을 벌이다가 실패를 거두었고 회사의 재정 상태는 엉망이 되어 버렸었죠. 그래도 직원들은 회사를 살리겠다고 매일 야근을 했지만 사정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었습니다.  
매일 지속되던 야근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회사 생활에 지친 저는 기분 전환을 위해 동료들과 [스파이더맨]을 보기위해 나섰다가 야근을 강요하던 직장 상사와 대판 싸우고 말았습니다. 저도 힘들었지만 직장 상사도 힘들었던 겁니다.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겠다고 야근을 했는데 어린 제가 영화를 보겠다며 야근을 거부했으니 울컥했던 거죠. 결국 그날 혼자 [스파이더맨]을 보게 되었지만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 잠시 동안이라도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씻을 수 있었습니다.
2편이 개봉되었던 2004년 7월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도 하고, 10개월 된 어린 아들도 있었지만 회사에선 매달 월급이 제때 나오지 않았습니다. 월급날이 다가오면 이번 달엔 월급이 나올지 걱정하던 구피의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회사에 세무조사가 나왔고 회계 담당자였던 저는 매일 세무조사 자료 만드느라 밤을 지새워야 했죠.
그런 상황에서 힘든 제 마음과 몸을 잠시나마 편안하게 보듬어 준 것이 바로 구피와 함께 본 [스파이더맨 2]였습니다. 엄청난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이지만 의무감에 힘들어하고 방황하는 스파이더맨을 보며 '저 친구는 나보다 더 힘들겠군.'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었습니다.
이제 3편이 개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직장 상사와의 심각한 갈등 속에서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고, [스파이더맨 3]를 보기 하루 전인 4월 30일 그 사표는 수리되었습니다. 백수 남편을 바라보는 구피의 표정은 너무나도 힘겨워 보이지만 전 오늘도 말합니다. '다 잘될거야. 나만 믿어.'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힘들어하는 제게 [스파이더맨 3]는 영화적 재미를 안겨주며 2시간동안의 작은 안식처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2편을 보고 저는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피터(토비 맥과이어)는 스파이더맨으로써의 삶과 피터 파커으로서의 삶에 대한 선택의 방황을 끝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으며, 해리(제임스 프랑코)와 메리(키어스틴 던스트)에게 자신이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이 들통 났고, 메리와 피터의 러브 라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으니, 3편부터는 슈퍼 히어로로써의 정체성을 찾은 피터가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해리와 전편보다 업그레이드된 악당들을 상대로 영웅으로써의 활약만 펼치는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스파이더맨의 본격적인 영웅 놀이가 시작될 것이라 생각했던 시점에서 샘 레이미 감독은 피터에게 1, 2편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또 다른 고뇌와 고통을 안겨줍니다. 이제 힘든 것은 모두 끝났다고 안심하는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분명 힘겨운 영웅으로써의 책임감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영웅 노릇을 즐기기 시작한 피터의 모습이 영화 초반에 펼쳐집니다. 여기에 해리는 좀 더 막강한 뉴고블린이 되어 스파이더맨을 괴롭히고, 모래인간 샌드맨(토마스 해이든 처치)이 등장해 도시를 위험에 빠뜨립니다. 하지만 피터에겐 브로드웨이의 스타로 발돋음 하는 아름다운 메리가 곁에 있으니 그런 악당의 도전 따위가 이젠 별 문제가 안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까지는 2편을 본 후 제가 예상했던 대로의 전개 방식입니다. 이제 피터는 해리와 오해를 풀고, 샌드맨을 무찌르고, 메리와 영원하도록 행복하게 살면 그만인 것입니다. 하지만 외계에서 떨어진 심비오트가 아주 서서히 스파이더맨에게 다가 갔듯이 피터의 엄청난 고뇌가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던 겁니다.


 

 


우정, 사랑, 복수, 그리고 죄책감.

사실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믿었지만 모든 것이 꼬여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해리의 오해는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피터로써는 단 하나뿐인 친구를 원수로 삼아야 할 처지에 빠진 것입니다.
메리와의 사랑도 순탄하지는 않습니다. 메리가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해고되고 다시 허름한 술집의 웨이트리스로 일을 시작하지만 시민 구하기에 바쁜 피터는 그런 메리의 사정을 미처 보듬어 주지 못합니다. 사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영웅으로 활동하기에도 바쁜 피터에겐 그런 시간이 허용되지 않았던 겁니다.
삼촌을 죽인 범인에 대한 복수는 3편에 와서 피터에게 또 다른 올가미가 됩니다. 그가 죽인 범인은 공범이었을 뿐 진범이 아니었던 겁니다. 진범은 탈옥하여 샌드맨이라는 초인적인 악당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피터는 분노합니다. 복수라는 미명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샌드맨에 대한 복수심이 꿈틀대기 시작한 거죠.
결국 피터의 이 모든 문제꺼리들이 폭발하고 맙니다. 숙주의 능력을 최대화시키지만 숙주를 포악하게 만들고 결국 숙주의 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외계 기생 생물체 심비오트는 그런 피터의 고뇌 속에 서서히 파고듭니다.
해리가 피터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다시 시작하고, 메리는 피터에게 이별을 말하고, 샌드맨의 능력이 예상외로 강력하자 피터는 결국 심비오트의 힘을 빌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해리에겐 '진실을 설명하는 것도 이젠 지겹다'며 공격을 가하고, 메리에겐 좀 더 잔인한 방법으로 자신이 당한 마음의 상처를 되돌려줍니다. 심비오트의 힘을 빌러 샌드맨을 처치한 스파이더맨. 마치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슈퍼 히어로의 인생을 즐기려 합니다. 우정, 사랑, 복수, 죄책감을 모두 벗어버린 피터의 모습은 행복한 듯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자신과의 또다른 싸움의 시작이었던 겁니다.


 

 


우린 시기만 하고 있을 것인가?

심비오트를 벗어던진 그는 이제 진짜 싸움을 시작합니다. 그는 과연 우정과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샌드맨을 향한 복수심과 아울러 피터에게 앙심을 품고 심비오트의 힘을 빌러 게놈이라는 악당이 된 에디(토퍼 그레이스)의 복수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단언하건대 [스파이더맨 3]는 그 전작들이 마찬가지로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처럼 특수효과만으로 치장된 속빈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영웅은 그저 영웅이고 악당은 그저 악당일 뿐인 단순한 이분법적인 분류가 난무하고, 과장된 액션 속에서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만 한껏 드러내는 액션만 강조된 그런 영화가 아닌 것입니다.
피터라는 이 평범한 청년은 우연히 슈퍼 파워를 지니며 스파이더맨이라는 영웅이 되지만 그로 인한 책임감과 고통도 고스란히 안아야 하고, 얼키고 설킨 복수의 수레바퀴 속에서 결국 용서를 배움으로써 점차 성인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이것은 하나의 SF 액션이고, 동시에 하나의 성장 드라마이며, 애절한 러브 스토리입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은 바로 블록버스터이면서도 이런 드라마적인 요소가 생생하게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언론은 그러한 이 영화에 대해서 폄훼하기에 급급합니다. 3억 달러의 제작비는 어디에 썼냐는 빈정거림에서부터 같이 개봉하는 우리 영화인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노골적인 주장까지 펼칩니다.
분명 [스파이더맨 3]는 전통적인 개봉일자인 목요일을 어기고 화요일에 개봉함으로써 국내 극장가의 질서를 어지럽혔습니다. 이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횡포이며 스크린쿼터가 줄어든 마당에 우리 영화인들에겐 위기의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외적인 요소로 영화를 평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 평가를 해야죠. 1, 2편에 호의적이었던 언론들이 어떻게 한결같이 3편을 속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취급을 하게 되었는지, 결코 전편과 비교해서도 3편은 변한 것이 없는데 말입니다.
제발 이런 발전 없는 시기심에 열을 올리지 말고 진정 우리 영화를 발전시킬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방안에 머리를 짜내시길... 그러니까 스크린쿼터제만 믿고 넋 넣고 있다가 정부에게 뒤통수나 얻어맞죠. 정말 한심들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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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
아주 오랜만입니다 예전에 자주 들렸던 영화광입니다ㅋ
그동안 사느라 지쳐서 몇번 들리지도 못하고 글을 남기지도
못했던것 같네요. 저도 내일 볼 거랍니다ㅋ 힘든 일이 있을 때
스파이더맨이 있으셨던 건 저랑 같으시네요 저도 제일 힘들때 스파이더맨2가 있었거든요. 3가 나온 지금은 안정을 찾았답니다. 쭈니님도 힘내시길 자주 들릴게요.
 2007/05/03   
쭈니 예전에 자주 들렀던... 이라뇨.
제 기억속엔 요즘 가장 자주 들려주시는 분이 영화광님이신걸요.
내일 보시는 군요. 부디 재미있게 보시길...
구피는 기대를 너무 많이해서인지 2편보다 재미없었다는 군요.
확실히 전편에 비해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조된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오히려 그러한 면이 좋더군요.
그리고 저도 어서 안정을 되찾게 되겠죠. ^^
 2007/05/03   
ㄷㄷㄷ
자세한건...제가 게시판에 좀 지껄이겠지만;;;
2보단 굉장히 재미없었습니다. 오히려 액션장면자체는 날로 발전한데 비해서 시놉시스 및 스토리 전개는 한심한 정도였거든요.
좋아했던 슈퍼히어로물중 하나가 이렇게 망가지는게 좀 아쉬웠습니다.
 2007/05/07   
쭈니 갑자기 영화게시판에 오를 글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네요.
전 1,2편과 완벽하게 연결되어진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ㄷㄷㄷ님은 어떤 이유로 이 영화의 스토리전개가 한심했는지 궁금합니다. ^^
 2007/05/07   
엘잠
이런.....익명자체가 DC에 올리는게 습관이되서 어째 이름이 저거로.... 죄송합니다.  2007/05/07   
쭈니 아하~ 엘잠이시군요. ^^
벌써 영화게시판에 글이 올라온것 같은데 어서 글을 읽으러 가야겠네요.
휘리릭~
 2007/05/07   
조광만
저도 스파이더맨 3 무지 재미있게 봤어요..^^*
 2007/05/12   
쭈니 반갑네요.
요즘 [스파이더맨 3]를 까아내리는 추세라서 이런 글 네이버같은 곳에 올리면 바로 '매국노'취급 받죠. ^^
 2007/05/12   
ZARD
개인적으로 영화관에서 초반엔 진짜재밌게봤어여.
하지만 후반에갈수록 지루했다는..
친구도 지루했다구하드라구여
[만화]가 저는 더 재밌네여.
 2007/05/13   
쭈니 솔직히 만화는 보지못한 얼치기 스파이더맨 팬이죠. 저는... ^^;  2007/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