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걸 온 더 트레인] - 남성 중심적 사회의 여성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파멸당하다.

쭈니-1 2017. 4. 27. 15:08

 

 

감독 : 테이트 테일러

주연 : 에밀리 블런트, 헤일리 베넷, 레베카 퍼거슨, 저스틴 서룩스, 루크 에반스

개봉 : 2017년 3월 9일

관람 : 2017년 4월 26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나를 찾아줘]를 잇는 충격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지난 봄, 제 영화 관람 리스트를 살펴보면 스릴러 장르의 영화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조작된 도시], [루시드 드림], [싱글라이더], [재심], [해빙] 등 한국영화는 물론이고, [23 아이덴티티]까지 더하면 2, 3월 내내 긴장감 가득한 영화들만 주로 본 셈입니다. 그렇기에 당시 저는 훈훈한 영화에 목이 말라 있었고, 결국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미녀와 야수], [히든 피겨스]를 연달아 보고나서야 훈훈한 영화에 대한 목마름은 해소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훈훈한 영화을 찾는 과정에서 기대했던 스릴러 영화를 놓치기도 했는데, 그 대표적인 영화가 [걸 온 더 트레인]입니다. [걸 온 더 트레인]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 [숲속으로],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헌츠맨 : 윈터스 워]의 에밀리 블런트와 [매그니피센트 7]의 헤일리 베넷,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라이프]의 레베카 퍼거슨이라는 매력적인 3인의 여배우 캐스팅 라인이 제 눈길을 사로 잡았고, [헬프]의 테이트 테일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믿음직스러운 영화였습니다.

특히 '[나를 찾아줘]를 잇는 충격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광고 카피가 더욱 제 마음을 흔들리게 했습니다. 로자먼드 파이크의 섬뜩한 연기가 돋보였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스릴러 [나를 찾아줘]처럼 에밀리 블런트, 헤일리 베넷, 레베카 퍼거슨이 섬뜩한 연기를 펼쳐보인다면 [걸 온 더 트레인]의 스릴러적 재미는 상당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걸 온 더 트레인]을 예매까지 했지만, 결국 스릴러 영화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예매를 취소하며 극장관람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열차, 같은 풍경, 그런데 그녀가 사라졌다.

 

톰(저스틴 서룩스)과의 이혼 후 알코올 의존자가 된 레이첼(에밀리 블런트)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칸의 통근 열차에 앉아 창 밖 풍경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입니다. 열차에서 그녀가 바라보는 풍경에는 완벽해보이는 커플 메건(헤일리 베넷)과 스캇(루크 에반스) 부부가 있습니다. 메건은 레이첼의 전남편인 톰과 애나(레베카 퍼거슨) 부부의 베이비시터로 일을 합니다. 결국 레이첼은 이혼 후에도 톰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메건이 실종됩니다. 메건이 실종되던 날, 열차 안에서 메건의 외도 현장을 목격했던 레이첼은 술에 잔뜩 취한채로 메건을 찾아갔었고, 그 이후의 기억이 끊긴 상태로 다음날 아침 피투성이가되어 집에서 깨어납니다. 메건의 실종사건에 대해 경찰은 레이첼을 의심하는 상황. 레이첼은 메건의 외도 상대인 레이첼의 정신과 의사 캐멀(에드가 라미레즈)을 의심하며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스캇에게 접근합니다.

하지만 메건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메건과의 부부사이가 안좋았던 스캇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그날의 기억을 점차 되찾기 시작한 레이첼은 메건 살인사건에 대한 진실을 눈치채게됩니다. 한편 레이첼을 의심하던 애나 역시 우연히 사건의 진실을 알게되고, 레이첼과 애나는 서로 힘을 합쳐 메건 살인범을 향한 마지막 반격에 나섭니다.

 

 

 

적대적 관계일 수 밖에 그녀들 (이후 영화의 결말이 언급됩니다.)

 

[걸 온 더 트레인]은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의 스릴러 영화입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레이첼, 메건, 애나를 차례대로 소개한 이 영화는 시간을 왔다갔다하며 메건의 실종사건에 대한 진실을 조금씩 관객 앞에 풀어놓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적대적인 관계일 수 밖에 없는 세 여성이 결국 하나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러한 독특한 전개는 에밀리 블런트, 헤일리 베넷, 레베카 퍼거슨의 연기력과 더불어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일단 저는 레이첼, 메건, 애나의 관계가 흥미로웠습니다. 레이첼과 애나는 톰을 사이에 두고, 전부인과 현부인의 관계입니다. 당연히 사이가 좋을리가 없습니다. 레이첼은 톰의 아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실패했고 그로인하여 애나에게 톰을 빼앗겼다고 생각합니다. 메건은 애나의 아기를 돌보는 베이비시터이지만, 사실 톰과 내연의 관계입니다. 결국 레이첼과 메건, 애나는 톰을 사이에 두고 물고 물리는 관계인 셈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육아에 대한 세 여성의 생각입니다. 레이첼은 아기를 간절하게 원했지만 가질 수 없고, 애나는 육아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메건은 과거의 상처 때문에 아기 갖기를 거부합니다. 이렇게 톰을 사이에 두고 적대적인 관계이며, 생각과 처지가 다른 그녀들. 그런데 그녀들은 결국 하나가됩니다.

 

 

 

여성에 대한 남성 중심적 사회이 잘못된 통념

 

서로 적대적인 관계일 수 밖에 없는 세 여성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을 적대적인 관계로 만든 톰입니다. 직장에서 아랫도리를 관리하지 못해 해고당할 정도로 색광인 톰. 그녀는 처음 레이첼과 관계를 갖지만, 레이첼이 알코올 의존도에 빠지자 외도를 하고 애나를 만납니다.  그런데 애나가 아기를 낳은 후 육아에 전념하자 이번엔 메건과 외도를 한 것입니다. 이렇듯 톰에게 있어서 여성은 그저 자신의 성적 쾌락을 만족시켜주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우발적으로 메건을 죽이고 결국 레이첼과 애나에 의해 파멸을 맞이하는 것이죠.

[걸 온 더 트레인]을 보다보니 이 영화에는 여성에 대한 남성 중심적 사회의 잘못된 통념이 모두 담겨져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성은 나약하고(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레이첼), 여성은 아기를 낳아 잘 키우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며(애나), 남성의 성적 쾌락을 채워주는 존재(메건). 이것이 여성에 대한 톰의 인식입니다.

톰은 레이첼에게 "당신은 개같아. 학대당하고 버려진 개. 발로 차도 계속 돌아오지. 착하게 굴면 잘해 줄 거라 여기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결국 톰은 자신이 그토록 나약하다고 무시하고 짓밟았던 레이첼에게 일격을 당합니다. 그리고 마무리는 애나가 함으로써 레이첼과 애나는 함께 메건의 복수를 합니다. 영화의 초반엔 레이첼, 애나, 메건의 캐릭터가 너무 싫었지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오히려 그녀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의 스릴러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