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올리버 스톤
주연 : 조셉 고든 레빗, 쉐일린 우들리
개봉 : 2017년 2월 9일
관람 : 2017년 4월 20일
등급 : 15세 관람가
연차 휴가의 일부를 투자헤도 손색이 없는 영화
이상하게 저는 실존 인물에 대한 전기 영화에 강한 끌림을 느낍니다. 제 인생 자체가 워낙 평범해서인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혹은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느끼는 것입니다. 재클린 케네디가 남편 존 F. 케네디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재키]도 그러했고, CIA, NSA의 정보 분석원이었지만, 미국 정부가 테러 방지라는 명목으로 국경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화 [스노든]도 그러합니다.
특히 제가 [스노든]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된 이유는 올리버 스톤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올리버 스톤은 베트남전 3부작인 [플래툰], [7월 4일생], [하늘과 땅]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으며, [월 스트리트], [JFK], [도어즈], [닉슨] 등 끊임없이 문제작을 연출해온 감독입니다. 이러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이력을 비춰본다면 [스노든] 역시 그저 단순한 실화 영화가 아닌, 미국 체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영화일 것이라 기대된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관객에겐 조토끼라는 귀여운 애칭을 얻고 있는 조셉 고든 레빗과 '다이버전트 시리즈'와 [안녕, 헤이즐], [버진 스노우]로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던 쉐일린 우들리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도 제게 플러스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쯤되면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로 정말 오랜만에 연차휴가를 낸 4월 20일의 일부를 투자해도 손색이 없는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누구도 국민의 자류를 통제할 수 없다.
CIA와 NSA의 정보 분석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조셉 고든 레빗)은 정부가 테러 방지라는 명분으로 국경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9.11 테러를 목격하고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특수부대에 자원 입대할 정도로 애국심이 강했던 '스노든'은 오버마 정부가 들어서자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계속 정부를 위해 일을 합니다.
하지만 오버마 정부가 들어서도 여전히 바뀌는 것은 없고,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개인정보 수집에 이용되고 있으며,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여친인 린지 밀스(쉐일린 우들리)마저도 CIA 고위간부 코빈 오브라이언(리스 이판)에게 감시당하고 있음을 알게된 '스노든'은 NSA 하와이 지부에서 필요한 자료를 복사하며 이 모든 것을 폭로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결국 2013년 6월 5일 '스노든'은 홍콩에서 가디언지 기자 글렌 그린월드(재커리 퀸토)와 이완 맥어스킬(톰 월킨스) 그리고 영화감독 로라 포이트라스(멜리사 레오)의 도움을 받아 NSA 감청 실태를 폭로합니다. 그리고 그는 미 정부의 집요한 추적과 감시를 피해 러시아로 망명을 떠납니다.
안전과 자유 중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스노든]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자유와 안전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사실 인류의 근현대사는 자유를 위한 투쟁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테러로 인한 불특정 다수가 무고하게 희생되는 현시점에서는 안전이 중요시되기도합니다. 자유와 안전. 이 두가지가 병행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가끔 이 두 가치관은 서로 부딪치며 맞서기도합니다.
'스노든' 스캔들이 바로 대표적입니다. 미 정부가 전세계의 모든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는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개인이 갑자기 테러리스트로 변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테러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사람들을 색출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테러리스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보통 사람들까지 감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안전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미 정부의 입장을 지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해서 테러리스트를 한명이라도 색출해낸다면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은 그만큼 지켜지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정부가 나의 일상을 몰래 지켜보내 감시한다고 생각한다면 무조건 미 정부의 입장을 지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스노든'이 폭로를 하게된 계기 역시 자신과 자신의 여친이 감시당하고 있음을 깨달으며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님을 알게되면서부터입니다.
애국심과 안정된 삶을 포기한 '스노든'의 용기
[스노든]을 보며 만약 저라면 '스노든'처럼 폭로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 역시도 정부가 내 일상을 감시한다면 화가 나고 두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에 맞서 싸우고 비밀을 폭로하는 것은 화나고 두렵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용기와 희생이 필요한 일입니다.
실제 '스노든'은 린지와의 행복한 생활과 NSA라는 안전된 직장을 포기하고 도망자의 삶을 선택합니다. 그는 자신의 조국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러시아로 불안전한 망명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럼으로써 그가 얻는 것은 없습니다. 단지 누구도 국민의 자유를 통제할 수 없다는 믿음에 의한 행동일 뿐입니다.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스노든'의 폭로로 인하여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미국 정부의 태도가 변했음을 보여줍니다. '스노든'의 용기가 미국 국민들의 자유를 위해 기여를 한 셈입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몇년전 우리나라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국민 역시 북한이라는 위협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자유를 어느정도는 포기해도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것 같습니다. 자유와 안전. 부디 이 두가지가 병행될 수 있는 세상이 어서 빨리 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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