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대니 보일
주연 : 마이클 패스벤더, 케이트 윈슬렛, 세스 로건, 제프 다니엘스
개봉 : 2016년 1월 21일
관람 : 2017년 4월 6일
등급 : 12세 관람가
2017년 장미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떠오른 영화 [스티브 잡스]
2017년 5월 9일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날입니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으로 그 어느때보다 자질을 갖춘 지도자를 뽑아야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높은 가운데 저 역시도 나의 소중한 한표를 누구에게 행사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한때는 문재인 후보가 대세로 떠오르더니, 요즘은 안철수 후보가 지지도를 바짝 올리고 있는 상황. 과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누가 우리나라를 바르게 이끌어나갈 지도자일까요? 저와 구피는 선거 당일까지 고민을 둘중 누굴 뽑아야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문득 2016년에 놓친 영화 중에서 [스티브 잡스]가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안철수 후보가 한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설립자로 애플 컴퓨터를 개발함으로써 PC시대를 열었고, 2007년에는 아이폰을 개발함으로써 스마트폰 시대의 서막을 연 혁신의 아이콘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안철수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개발한 대한민국 컴퓨터의 선구자입니다.
이렇게 대선을 앞두고 별 생각없이 본 영화이지만, 사실 [스티브 잡스]는 2016년 1월 개봉 당시 제 기대작이었던 영화입니다.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에서 마이클 패스벤더가 남우주연상에(수상은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이 여우조연상에(수상은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노미네이트되었고, [쉘로우 그레이브], [트레인스포팅],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꾼 3번의 런칭 무대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마이클 패스벤더)가 신제품을 발표한 세번의 런칭 무대를 3막으로 구성해놓았습니다. 첫번째 런칭 무대는 1984년 매킨토시 런칭이었는데, 런칭 무대가 시작되기 전, 스티브 잡스는 전 여자친구인 크리산 브레넌(캐서린 워터스턴)과 친자 문제로 말 다툼을 하고, 렁친무대의 기술적 문제들로 마케팅 책임자인 조안나 호프만(케이트 윈슬렛) 등 동료들과 의견 대립을 벌입니다. 하지만 타기종과의 호환성에 문제가 있었던 매킨토시는 실패를 거두고 '스티브 잡스'는 이사회에 의해 애플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됩니다.
1988년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 큐브 런칭 무대를 엽니다. 런칭 무대가 시작되기 전, 애플의 CEO인 존 스컬리(제프 다니엘스)와 4년전 이사회 문제로 다툽니다. 하지만 사실 넥스트 큐브의 런칭은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쫓아낸 애플에 대한 복수였습니다. 결국 '스티브 잡스'는 1996년 애플에 다시 복귀하고 존 스컬리는 애플 CEO 자리에서 쫓겨납니다.
1998년에는 아이맥이 런칭됩니다. 아이맥의 런칭 무대 이전에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공동 창립자이자 오랜 친구인 스티브 워즈니악(세스 로건)과 다투고 딸인 리사와 심도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이렇게 '스티브 잡스'는 시대를 앞서나간 천재이지만 타협없는 완벽주의로 인해 주변 인물들과 끊임없이 심각한 갈등을 겪게되지만, 그의 혁신적인 행보를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애쉬튼 커처 주연의 [잡스]와는 전혀 다른...
'스티브 잡스'를 소재로 내세운 영화는 [스티브 잡스]가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2013년 8월에 개봉한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의 [잡스]가 있습니다. [잡스]는 애쉬튼 커처를 '스타브 잡스' 역에 캐스팅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잡스]과 [스티브 잡스]는 똑같은 소재를 내세웠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잡스]는 '스티브 잡스'의 대학생활을 시작으로 그가 애플에 복귀한 시점에서 영화를 끝냅니다. 그와는 달리 [스티브 잡스]는 세번의 런칭 무대를 중심으로 1984년, 1988년, 1998년의 '스티브 잡스'의 단상을 보여줄 뿐입니다.
영화의 전개 방식도 전혀 다른데, [잡스]는 전기 영화답게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창립하고 온갖 고난 끝에 세상을 바꾸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스티브 잡스]는 마치 연극을 보는 듯, 무대에 오른 캐릭터들의 연기배틀로 영화를 가득채워놓았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주연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와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가 돋보이게합니다. 두 배우는 물론이고, 세스 로건, 제프 다니엘스 등 배우들이 마치 지지않겠다는 듯이 뜨거운 연기 대결을 펼칩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별다른 내용도 없고, IT에 대해서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뜨거운 연기배틀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압도됩니다. 무려 2시간 동안이나 말입니다.
냉혹하지만, 결국은 인간적인...
세번의 런칭 무대와 런칭 무대 시작 40분전에 벌어지는 '스티브 잡스'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갈등을 통해 [스티브 잡스]는 그의 완벽주의자다운 냉혹한 면을 부각시킵니다. 1984년 매킨토시 런칭 전에는 크리산에게 리사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컴퓨터 '리사'가 자신의 이름을 딴 것이냐고 묻는 어린 리사에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은 냉정함을 넘어서 나쁜 놈처럼 보이기까지합니다. '스티브 잡스' 자신도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입양아였으면서도 자신의 딸을 부정하고 상처를 주기까지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런칭 무대 이전 작은 결함이 발견되자 '스티브 잡스'는 런칭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이 결함을 처리하라며 동료를 닥달합니다. 만약 처리하지 못할 경우 망신을 주겠다는 협박과 함께 말입니다. 런칭 무대에서 애플Ⅱ 부서 직원을 언급해달라는 스티브 워즈니악의 부탁도 거절합니다.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 어떤 댓가를 원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수고했다고 언급해달라는 것 뿐이지만, '스티브 잡스'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 장면에 [스티브 잡스]는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기도합니다. 비록 냉혹한 완벽주의자이지만 그는 단지 표현이 서툰 한 남자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대학생이 된 딸을 위해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아이팟을 개발하겠다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여느 아버지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렇듯 [스티브 잡스]는 기존의 전기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반 관객에게 '스티브 잡스'를 이해하도록 이끈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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