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파블로 라라인
주연 : 나탈리 포트만, 피터 사스가드, 빌리 크루덥
개봉 : 2017년 1월 25일
관람 : 2017년 4월 16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제는 명실상부한 연기파 배우 나탈리 포트만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월 26일 개최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제의 꽃인 여우주연상은 이변없이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차지했습니다. [라라랜드]를 너무 재미있게 본 제 입장에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었지만 솔직히 후보에 오른 영화 중에서 [라라랜드]와 [플로렌스] 밖에 보지 못했기에 사실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후보에 오른 다른 배우들보다 뛰어났는지 비교는 할 수 없는 입장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후보에 오른 영화 중 [재키]에서 실존 인물인 재클린 케네디를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저는 가장 궁금했습니다.
나탈리 포트만은 1995년 [레옹]에서 당돌한 어린 꼬마 여자아이 마틸다로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를 마틸다로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20여년의 배우생활동안 그녀는 [클로저], [브이 포 벤데타], [블랙스완] 등의 영화에서 연기파 배우로 발돋음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아미달라 여왕을, '토르 시리즈'에서는 제인 포스터를 연기하며 블록버스터에도 잘 어울리는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미국 아카데미는 이미 2011년 [블랙스완]의 나탈리 포트만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주며 그녀의 연기력을 인정해줬습니다.
[재키]는 분명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할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비록 우리나라 관객에겐 미국이 사랑하는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에 대한 관심은 적어 영화의 흥행성적은 바닥권이지만, 그래도 저는 [재키]를 보기 위해 일요일 밤을 투자하였습니다.
남편의 암살을 모두가 기억하게 만든 그녀
[재키]는 재클린 케네디(나탈리 포트만)가 남편인 존 F. 케네디의 암살된 당시 기억을 기자(빌리 크루덥)와 인터뷰하며 시작합니다. 그녀는 기자에게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기사가 나가지 않도록 먼저 기사를 검열하겠다는 조건을 내겁니다. 결국 제안을 수용한 기자와 재클린 케네디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시에서 자동차 퍼레이드를 하는 도중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암살되고맙니다. 현장에서남편의 죽음을 지켜봐야했던 재클린 케네디(나탈리 포트만)는 큰 혼란에 빠집니다. 하지만 슬픔을 달랠 새도 없이 그녀는 의연하게 장례식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국민이 기억할 수 있는 장대한 장례식을...
존 F. 케네디의 죽음으로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린든 존슨을 비롯한 수 많은 사람들은 아직 암살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존 F. 케네디의 장례식을 간소하게 치룰 것을 건의합니다. 오로지 존 F. 케네디의 동생인 바비(피터 사스가드)만이 형수를 지지합니다. 그리고 결국 재클린 케네디는 자신의 의지대로 모든 국민들이 남편의 장례식을 볼 수 있게 성대한 장례식을 거행합니다.
존 F. 케네디가 미국인이 사랑하는 대통령인 이유
[재키]에서 재클린 케네디는 제임스 가필드가 누군지 아냐고 묻습니다. 아무도 제임스 가필드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자 이번엔 윌리엄 매킨리가 누군지 묻습니다. 역시 아무도 윌리엄 매킨리가 누군지 모릅니다. 하지만 재클린 케네디의 세번째 질문인 아브라함 링컨에 대해서는 모두가 압니다. 그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제임스 가필드와 윌리엄 매킨리, 그리고 아브라함 링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그들 모두 재임기간 중에 암살당한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입니다.
존 F. 케네디의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재클린 케네디가 의도한 것은 남편이 제임스 가필드와 윌리엄 매킨리처럼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대통령이 아닌, 아브라함 링컨처럼 오랫동안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녀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링컨의 장례식처럼 존 F. 케네디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뤄냅니다.
그리고 그녀는 성공했습니다. 존 F. 케네디는 1961년부터 1963년까지 고작 2년동안 밖에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못했고, 아브라함 링컨과는 달리 눈에 띄는 업적이 없지만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니까요.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재클린 케네디 덕분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설이 된 존 F. 케네디
사실 [재키]는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JFK]처럼 존 F 케네디 암살의 진실을 캐내는 영화도 아니고, 단지 남편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재클린 케네디의 의연한 모습을 비출 뿐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존 F. 케네디는 분명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지만 그가 재임기간중 이루낸 성과를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재클린 케네디는 남편을 카멜롯의 아서왕과 같은 전설로 만든 셈입니다.
영화에서도 뮤지컬 <카멜롯>의 노래가 나옵니다.
해가 질 때까지 비가 금지되는 곳.
아침 8시까지 안개가 걷히는 곳.
잊히지 않게 하라.
그 짧았던 빛나는 순간.
그런 곳이 있었음을
그곳이 바로 카멜롯
저는 마치 이 노래가 재클린 케네디의 마음처럼 느껴졌습니다. 간절하게 존 F. 케네디가 위대한 대통령이었음을 기억하라고 외치는... 그러한 재클린 케네디의 모습이 있었기에 [재키]는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게는 굉장히 인상깊은 영화였습니다.
'아주짧은영화평 > 2017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우토반] - 딱 기대했던 그만큼의 재미만 갖춘 영화 (0) | 2017.04.26 |
---|---|
[스노든] - 자유와 안전이 병행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0) | 2017.04.21 |
[비정규직 특수요원] - 톡톡튀는 소재를 평범하게 재활용하다. (0) | 2017.04.13 |
[스티브 잡스] - 마치 연기배틀을 보는 듯 하다. (0) | 2017.04.07 |
[미스터 홈즈] - 모든 것이 완벽했던 홈즈에게 없는 단 한가지를 선사하다. (0) | 2017.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