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빌 콘돈
주연 : 이안 맥켈런, 로라 리니, 마일로 파커, 해티 모라핸
개봉 : 2016년 5월 26일
관람 : 2017년 4월 5일
등급 : 12세 관람가
영원한 명탐정 셜록 홈즈의 마지막 추리
며칠 전 저희 가족은 극장으로 출동해서 [미녀와 야수]를 보고 왔습니다. 애니메이션보다 더 환상적인 영상과 강화된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를 만끽하며 [미녀와 야수]를 재미있게 즐기고나니 [미녀와 야수]를 연출한 빌 콘돈 감독의 이전 영화들이 궁금했습니다. 빌 콘돈 감독은 뮤지컬 영화 [드림걸즈]를 연출했었고, [브레이킹 던 part 1]와 [브레이킹 던 part 2]로 흥행 대박을 길고하기도 했었습니다. [미녀와 야수]는 그러한 빌 콘돈 감독의 과거 이력이 총집결된 영화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빌 콘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한가지 특이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미스터 홈즈]입니다. 2016년 5월 26일 개봉했던 [미스터 홈즈]는 우리에겐 영원한 명탐정으로 남아있는 셜록 홈즈(이안 맥켈런)의 노년 시절을 담은 영화로, 그가 유일하게 해결하지 못한 30년전 사건을 죽기 전에 마무리하려는 홈즈의 마지막 추리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 [미스터 홈즈]는 빌 콘돈 감독이 [미녀와 야수] 바로 직전에 연출한 영화라는 점에서 제 주목을 이끌어냈고, '셜록 홈즈'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제 관심을 샀으며, 홈즈가 해결하지 못한 유일한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30년전 홈즈를 은퇴시킨 마지막 사건의 진실은?
전설의 명탐정 셜록 홈즈는 이제 은퇴후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서 가정부 먼로(로라 리니) 부인과 그의 호기심 많은 아들 로저(마일로 파커)와 함께 조용한 황혼기를 보냅니다. 하지만 그에겐 죽기 전에 풀어야할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30년전 앤 켈못(해티 모라핸)의 사건입니다. 그 사건으로 인하여 홈즈는 은퇴를 선언했지만, 93세가된 홈즈로써는 앤 켈못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로인하여 자신이 왜 은퇴를 했는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력 회복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에 일본까지가서 초피나무 열매를 구해온 홈즈는 로저의 도움을 받아가며 앤 켈못 사건의 진실을 글로 쓰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로저와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쌓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로저가 벌에 쏘여 사경을 헤매게 되자, 그제서야 홈즈는 앤 켈못 사건의 진실을 깨닫습니다. 두번의 유산으로 우울증에 걸린 앤 켈못. 그녀는 자살을 결심하고 홈즈에게 무언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인간 관계에 서툰 홈즈는 앤 켈못의 간절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결국 죽음을 앞둔 노년의 홈즈가 깨달은 것은 진실이 아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였고, 홈즈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먼로 부인과 로저에게 남기고 편안한 노후를 만끽하게됩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홈즈에게 없는 단 한가지를 선사하다.
[미스터 홈즈]는 셜록 홈즈 탄생 120주년을 맞아 현대의 작가들이 아서 코난 도일에게 헌정하기 위해 발표한 새로운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인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미스터 홈즈] 속의 셜록 홈즈는 우리가 아는 셜록 홈즈와는 전혀 다릅니다.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관찰력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보던 셜록 홈즈는 이젠 30년전 사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나이의 벽에 가로 막혀 있습니다. 무기력하고, 나약한 홈즈. 이것이 바로 [미스터 홈즈]가 그리고 있는 셜록 홈즈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미스터 홈즈] 속의 셜록 홈즈는 그답지 않고 무기력하지만, 오히려 한가지 새로운 장점을 장착하게된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입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스타덤에 올려 놓은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알 수 있듯이 셜록 홈즈는 인간 관계에 서툽니다. 그에겐 유일한 친구이자 동료 왓슨이 있고, 형인 마이크로프트와 보호자인 허드슨 부인이 있었지만, 그것이 그의 인간관계의 전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쩌면 셜록 홈즈가 앤 켈봇의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것은 그렇게 서툰 인간관계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앤 켈봇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꿰뚫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미스터 홈즈]는 이렇게 인간관계에 서툰 셜록 홈즈가 로저와의 우정과 앤 켈봇 사건의 진실을 깨달으면서 노년이 되어서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추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셜록 홈즈에게 없던 단 한가지를 선사한 것입니다.
굉장히 느리고, 너무 지루하다.
분명 [미스터 홈즈]는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를 향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영화입니다. 노년의 홈즈는 인간애마저 갖추었으니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캐릭터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도로 영화 자체는 굉장히 느리고, 너무 지루합니다. 셜록 홈즈의 열렬한 팬으로 [미스터 홈즈]만큼은 꼭 보고싶다던 구피가 영화를 보던 도중 졸았을 정도로 말입니다.
일단 홈즈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마지막 사건이라는 이 영화의 거창한 설정에서 많은 분들은 셜록 홈즈의 영원한 숙적인 모리어티를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사건과 진실이 숨겨져있을 것이라 기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스터 홈즈]는 스릴러라는 장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저 잔잔하기만할 뿐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노년이 된 셜록 홈즈의 깊은 깨달음을 담은 드라마입니다.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이안 맥켈런의 깊이있는 연기로 영화를 봐야할 뿐, 스릴러적 요소에 의한 긴장감, 혹은 상업영화의 재미를 기대한다면 [미스터 홈즈]는 지루하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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