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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 - 시리즈를 총망라한 자동차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액션

쭈니-1 2017. 4. 13. 15:52

 

 

감독 : F. 게리 그레이

주연 : 빈 디젤, 드웨인 존슨, 샤를리즈 테른, 제이슨 스타뎀

개봉 : 2017년 4월 12일

관람 : 2017년 4월 12일

등급 : 15세 관람가

 

 

과연 폴 워커가 없는 [분노의 질주]는 성공할 수 있을까?

 

2013년 11월 30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친구의 차를 타고 자선행사 참가를 위해 가던 폴 워커는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당시 그는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을 촬영 중이었고, 제임스 완 감독은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을 폴 워커의 추모를 위한 영화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흘러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 여덟번째 영화인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이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 최악의 흥행성적과 평가를 얻은 세번째 영화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리프트]를 제외하고는 폴 워커가 없는 첫번째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제가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을 보러 가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폴 워커의 부재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 자체가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와 브라이언 오코너(폴 워커)의 환상적인 팀웍으로 영화적 재미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빈 디젤이 빠지고 폴 워커 혼자 분전했던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 두번째 영화인 [패스트 앤 퓨리어스 2]는 그렇기에 제겐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폴 워커가 빠지고 빈 디젤 혼자 분전한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은 과연 어떨까요?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도 그러한 제 우려를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캐릭터들을 총 동원하여 폴 워커의 빈자리를 메꿉니다. 브라이언이 나올 수 없기에 어쩔 수 없기 함께 빠진 도미닉의 동생이자 브라이언의 아내인 미아(조다나 브류스터)와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에서 각각 죽음을 맞이한 지젤(갤 가돗), 한(성 강)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도미닉이 동료를 배신했다?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은 쿠바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도미닉에게 첨단 테러 조직의 리더 사이퍼(샤를리즈 테른)가 찾아오며 시작됩니다. 사이퍼는 도미닉에게 자신을 위해 일해달라고 하지만, 레티(미셸 로드리게즈)와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던 도미닉은 "난 누굴위해 일하지 않아."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그런데 사이퍼는 물러서지 않고 도미닉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도미닉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신의 동료이자 가족들을 배신하고 사이퍼를 도와 사상 최악의 테러를 벌이려합니다.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미닉이 동료를 배신하고 사이퍼의 편에 섰다는 것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범죄자에 불과한 도미닉의 캐릭터가 매력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이 세상 무엇보다도 동료와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처음엔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도미닉에게 접근했던 브라이언도 도미닉에 매료되어 그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은 처음부터 그러한 도미닉의 배신으로 영화를 시작합니다. 

도미닉의 배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루크(드웨인 존슨)와 레티는 도미닉과 사이퍼를 막기 위해 사상 최고의 팀을 꾸립니다. 그리고 영화의 중반부에는 도미닉의 배신이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 역시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언제나 그렇듯이 가족을 중시하는 도미닉과 가족 따위는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강조하는 악당의 대결로, 도미닉과 도미닉 동료들의 대결이라는 이전 시리즈와는 다른 전개 방식을 따라는 듯 했지만, 마지막엔 동료와 가족을 위해 싸우는 도미닉의 활약이라는 시리즈의 전통적인 마무리를 선택합니다.

 

 

 

그들이 가족이 된 사연

 

일단 저는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 영화에는 굉장히 많은 캐릭터들이 한꺼번에 등장하지만 누구 하나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온 캐릭터가 없습니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합류된 캐릭터들이 각자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지키고 있는 셈입니다. 우선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겠습니다.

도미닉과 버금가는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루크 홉스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에서 다섯번째 영화인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에서부터 등장했습니다. 절대 타겟을 놓치지 않는 냉철한 정부 요원인 홉스는 도미닉을 위협하는 강력한 적이었지만 도미닉을 둘러싼 커다란 음모가 있음을 직감하고 도미닉의 동료가 됩니다. 도미닉 팀에서 브레인 역할을 하는 램지(나탈리 엠마뉴엘)는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천재 해커인 그녀는 테러리스트 자캔드(자이몬 훈수)에 납치되었지만 도미닉에 의해 구출된 이후 도미닉의 팀에 합류합니다. 정체불명의 정부요원 노바디(커트 러셀)도 이때 첫 등장합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의 악당인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도 이번엔 사이퍼에 맞서는 루크의 팀에 합류한다는 사실입니다. 데카드는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의 악당인 오웬 쇼(루크 에반스)의 형으로 동생이 도미닉과의 대결에서 패하고 체포되자 복수를 위해 도미닉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오웬이 사이퍼를 위해 일했고, 그녀에게 이용만 당한 후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사이퍼에게 복수하기 위해 한때는 적이었던 루크와 손을 잡습니다.

 

 

 

시리즈를 총망라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은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에서부터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을 총망라한 듯 보입니다. 따지고보면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의 오웬 쇼와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의 자캔드는 사이퍼를 위해 일한 테러리스트였고, 이들을 막았기 때문에 사이퍼는 도미닉에게 관심을 두고, 그를 이용하기 위한 덫을 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사이퍼가 놓은 덫도 따지고 보면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에서 범법자 신분으로 경찰에 쫓기던 도미닉은 사랑하는 여인 레티가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복수를 위해 팀에 복귀합니다. 레티가 죽은 줄 알았던 도미닉은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에서 엘레나(엘사 파타키)와 관계를 갖습니다. 하지만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에서 레티가 살아있음을 알게되고, 어쩔 수 없이 엘레나의 곁을 떠납니다. 만약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에서 레티가 죽지 않았다면 도미닉과 엘레나의 관계는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며, 만약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에서 레티가 살아 돌아오지 않았다면 엘레나는 도미닉의 보호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엘레나와 그녀의 어린 아들이 사이퍼에게 납치되는 일도 없었겠죠.

이 모든 것이 서로 유기적인 연결 상태입니다. 사이퍼도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악당이 아니고, 도미닉의 동료들도 오래전부터 서서히 형성된 것입니다. 결국 사이퍼의 말대로 도미닉과 사이퍼는 서로 대결할 수 밖에 없는 운명으로 묶여있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는 사이퍼가 도미닉에게 덫을 놓았을뿐, 도미닉의 막강한 동료들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점입니다.

 

 

 

자동차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액션이 모여있다.

 

제가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시리즈의 연결성이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일년에 수십편의 시리즈 영화들이 매번 반복되듯이 제작되지만, 실패작들은 그저 개연성없이 늘어난 캐릭터와 더 커진 스케일만으로 영화를 진행시키려할 뿐입니다. 하지만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은  캐릭터를 늘리되, 그들이 영화에 새롭게 합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스케일도 늘어난 캐릭터에 걸맞은 수준으로 키워나갑니다.

사실 저는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을 보며 '시리즈 최강의 액션'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그러나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을 보고나니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2시간 15분이라는 결코 짧지않은 러닝타임동안 저는 쉴새없이 터지는 액션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좀비카 액션과 지상 주차장에서 자동차들이 비오듯이 떨어지는 장면은 굉장히 창의적이었습니다. 영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잠수함 액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쯤되면 폴 워커가 없더라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기대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을 보기 전에 회사일로 인하여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였는데, 2시간 15분 동안 쉴새없이 빵빵 터지는 액션을 보고나니 속이 뻥하고 뚫린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은 액션 블록버스터의 본연의 임무를 이번에도 완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2년 후 개봉될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아홉번째 영화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도미닉은 자신의 아들에게 브라이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 순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난 폴 워커가 떠올라 울컥했다.

이것이 '분노의 질주' 팀이 옛 동료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