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패트리어트 데이] - 테러범을 잡은 것은 한명의 영웅이 아닌 다수의 일반인이었다.

쭈니-1 2017. 4. 11. 17:18

 

 

감독 : 피터 버그

주연 : 마크 월버그, 존 굿맨, 케빈 베이컨, J.K. 시몬스, 미셀 모나한

개봉 : 2017년 4월 6일

관람 : 2017년 4월 9일

등급 : 15세 관람가

 

 

우리는 갑작스러운 재난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토요일 밤, [라이프]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는 구피에게 웅이와 함께 [패트리어트 데이]를 꼭 봐야한다고 설득했습니다. 구피는 [패트리어트 데이] 역시 15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저는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의 실화를 다룬 영화이고, 우리나라도 언제 폭탄 테러에 노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의 국민들은 어떻게 폭탄 테러에 대처했는지 교육적인 차원에서 [패트리어트 데이]의 관람은 꼭 필요하다고 강변했습니다. 결국 구피도 웅이와의 [패트리어트 데이] 관람을 승낙했습니다.

제가 구피에게 이야기햇듯이 [패트리어트 데이]는 2013년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실제 일어난 폭탄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테러범은 두명의 남성이었는데 그들은 압력솥에 폭탄물, 금속물과 볼 베어링으로 이루어진 사제 폭탄 두개를 결승전 직전에서 폭발시켰고, 이 사건으로 3명이 사망했으며, 최소 183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합니다.

[패트리어트 데이]는 경찰과 FBI, 그리고 시민의 협조 속에 테러범이 검거되는 상황을 당시의 실제 CCTV 영상과 함께 영화 속에 재현해 놓았습니다. 그렇기에 [패트리어트 데이]는 단순히 영화를 본다는 느낌보다는 현장에 내 자신이 서있는 생생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만약 우리나라에 저런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테러범을 잡은 것은 한명의 영웅이 아닌 다수의 일반인이었다.

 

대부분의 재난영화는 재난을 당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으로 영화의 초반을 채웁니다. 그럼으로써 그들의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일상이 재난으로 인하여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주고, 관객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패트리어트 데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패트리어트 데이]를 이끄는 것은 보스턴 지역경찰인 토미 샌더스(마크 월버그)입니다. 베테랑 경찰관인 그는 징계로 인하여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교통 경찰 임무를 부여받았고, 자신의 눈 앞에서 폭탄 테러를 목격합니다. [패트리어트 데이]는 토미 샌더스를 중심으로 그의 아내인 캐롤(미셸 모나한), 그리고 그의 상사인 에드 데이비스(존 굿맨)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영화에는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의 일상도 영화의 초반부터 담아냅니다. 중국 출신의 청년 던 맹(지미 O. 양), 토미 샌더스와는 다른 지역의 경찰관인 제프 퍼글리스(J.K. 시몬스), 그리고 MIT 경찰관인 숀 코일러(제이크 피킹)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였던 그들은 영화의 중반 이후 테러범인 타메를란, 조하르(알렉스 울프) 형제와 얽히며 영화 후반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만약 피터 버그 감독이 좀 더 손쉽게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을 재조명할 생각이었다면 사건을 담당한 FBI 요원 릭 드로리어스(케빈 베이컨)의 일상을 잡고, 그를 중심으로 영화를 진행시켜도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패트리어트 데이]는 릭 드로리어스보다는 보스턴의 일반 시민과 평범한 경찰관의 일상을 잡아냄으로써 테러범을 잡은 것은 한명의 뛰어난 FBI 요원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었음을 드러냅니다.

 

 

 

마치 뉴스 화면을 보는 듯한...

 

[패트리어트 게임]에서 한가지 더 주목해야할 것은 영화 중간 중간에 당시의 실제 CCTV 화면을 삽입함으로써 사실감을 높였다는 점입니다. 처음엔 그저 영화적 효과를 위해 촬영장면을 CCTV 화면처럼 보이게끔 표현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CCTV 화면의 영상이 너무 저화질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저화질의 조잡해보이는 영상들이 오히려 [패트리어트 데이]의 사실감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마 그러한 연출 기법은 피터 버그 감독이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피터 버그 감독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네이비씰 대원들의 활약을 담은 [론 서바이버]를 통해 사실적인 촬영기법으로 비평과 흥행면에서 대성공을 거둔 적이 있습니다. 2010년 4월 2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앞바다 멕시코만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화재사건을 담은 [딥워터 호라이즌]에서도 피터 버그 감독의 사실적인 촬영기법은 빛을 발했는데, [패트리어트 데이]에서는 한단계 더 발전한 듯한 느낌입니다.

특히 테러범인 조하르가 마트에서 우유를 사는 장면, 던 맹이 주유소에서 차르나예프 형제에게 극적으로 탈출하는 장면, 타메를란이 숀 코일리의 총으로 쏘는 CCTV 장면들은 영화를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을 죽여놓고 태연하게 행동하는 차르나예프 형제의 실제 모습은 마치 악마와도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는 [패트리어트 데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끔찍한 폭탄 테러의 희생자가 되어야만 했던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다리가 잘려 나가는 아픔을 겪었지만, 자기 자신보다는 가족을 먼저 걱정했고, 절망보다는 희망으로 일어섰습니다. 특히 다리가 잘려나간 두 젊은 부부가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은 감동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했습니다. 과연 내가 저런 끔찍한 일을 겪었다면 저렇게 환하게 웃을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패트리어트 데이]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물론 영화 속에는 조하르의 철부지 친구들처럼 폭탄 테러에는 관심없고 한심하게 게임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폭탄 테러범을 잡기 위해 한마음으로 뭉쳤습니다. 그러한 그들이 있었기에 차르나예프 형제의 더 큰 폭탄 테러를 막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테러범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공포심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가해지는 테러를 통해 일반인들이 느끼게될 공포를 이용해서 테러범들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포 대신 희망이 생겨난다면... 어쩌면 더이상 테러범이 지구상에 자리잡을 곳은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패트리어트 데이]는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을 통해 그러한 진리를 관객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난다면?

 

비록 웅이와 함께 [패트리어트 데이]를 보기 위해 구피에게는 우리나라도 언제 폭탄 테러에 노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의 국민들은 어떻게 폭탄 테러에 대처했는지 교육적인 차원에서 [패트리어트 데이]의 관람은 꼭 필요하다고 강변했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정말 저런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지난 주말 여의도 벗꽃축제와 같이 일시에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곳에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에 쓰인 사제 폭탄이 터진다면 과연 우리나라 경찰은 어떤 대처를 보일 것이며,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공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테러범에 맞서 과연 우리는 희망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극장 밖을 나섰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영화를 봤기 때문에 극장 밖의 하늘은 맑고 화창했습니다. 하지만 [패트리어트 데이]를 봤기 때문인지 화창한 날씨가 마냥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거리의 수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무시무시한 테러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를 겪은 실제 주인공들의 인터뷰 내용처럼 우린 희망을 안고 살아야할 것입니다. 내가 사는, 그리고 웅이가 앞으로 살아갈 곳은 살벌한 공포보다는 아름다운 희망으로 가득 넘칠 것이라 믿기에... 결국 테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자세가 아닐까요?

 

공포보다는 희망을...

증오보다는 사랑을...

그깟 종교, 그깟 이념, 그깟 돈이

어찌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하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