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레고 배트맨 무비] - 패러디를 추가했지만, 창의성은 줄어들었다.

쭈니-1 2017. 2. 14. 11:03

 

 

감독 : 크리스 맥케이

더빙 : 윌 아넷, 랄프 파인즈, 로사리오 도슨, 마이클 세라,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개봉 : 2017년 2월 9일

관람 : 2017년 2월 12일

등급 : 전체 관람가

 

 

과도한 포켓몬 사냥은 건강을 해칩니다.

 

요즘 웅이는 증강현실게임 '포켓몬 GO'에 푹 빠져 있습니다. 하긴 어릴적부터 '포켓몬'을 좋아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웅이가 '포켓몬 GO'에 빠진 만큼 저 역시도 '포켓몬 GO'를 시작했는데, 이게 캐릭터를 모으는 재미가 솔솔하더군요. 하지만 '포켓몬 GO'에 푹 빠진 저와 웅이를 바라보는 구피는 걱정이 많습니다. '포켓몬 GO' 때문에 사고가 자주 난다는 뉴스를 들은 구피는 절대 길거리를 걸으면서 '포켓몬 GO'를 하면 안된다며 잔소리를 합니다. 저 역시 그 문제에 대해서는 웅이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웅이가 '포켓몬 GO'를 자주하는 장소는 집 근처 공원입니다. 저도 웅이와 산책을 핑계로 '포켓몬 GO'를 하기 위해 웅이와 공원을 자주 찾는데, 공원에는 '포켓몬 GO'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포켓몬 GO'도 하고, 웅이와 수다떨며 산책도 하고, 걷기 운동도 하고, 이 정도면 1석3조인 셈입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요즘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웅이가 감기에 걸린 것입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친구들과 공원에서 '포켓몬'을 잡겠다고 돌아다녔으니... 결국 웅이는 일주일동안 병원에 다녔고, 그 사이 얼굴이 핼쓱해졌습니다. 

금요일에 웅이는 친구들과 보라매 공원으로, 일요일에는 저와 홍대로 '포켓몬' 사냥을 가기로 각각 약속했는데, 감기로 인하여 이 모든 약속이 취소되었습니다. 의기소침해진 웅이. 사실 제 계획은 일요일에 홍대에서 '포켓몬' 사냥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극장에서 [레고 배트맨 무비]를 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 사냥은 취소되고, 간신히 구피에게 허락을 받아 [레고 배트맨 무비] 관람만 성사되었습니다.

 

 

 

애들 영화? [레고 무비]를 봤다면 그런 말은 못할 것이다.

 

웅이와 [레고 배트맨 무비]를 보러 간다고 했더니 구피는 '웅이가 보기에 너무 애들 영화 아니야?'라고 묻습니다. 하긴 웅이가 올해 중학교 2학년에 진학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구피의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2014년 웅이와 함께 봤던 [레고 무비]의 재미를 잊을 수가 없었고, 그로인하여 [레고 배트맨 무비] 또한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남들은 애들 영화라고 해도, 저와 웅이만 재미있다면 남들의 시선 따위는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레고 무비]의 어떤 점에 매료된 것일까요? [레고 무비]는 레고를 이용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렇기에 정교한 그림체와 굉장한 특수효과 따위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놀라운 이야기와 어린 아이들의 창의성을 가로 막는 것이 어른들의 고정관념이라는 어른들을 위한 교훈이 담겨져 있습니다. [레고 무비]는 평범한 공사장 인부인 에밋(크리스 프랫)이 저항의 피스를 찾아 로드 비지니스(윌 페렐)의 독재에 맞선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에서 로드 비지니스는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모습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레고 배트맨 무비]에는 또 어떤 놀라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요? [레고 배트맨 무비]는 홀로 고담시를 지키는 영웅 '배트맨'(윌 아넷)이 로빈(마이클 세라), 고담시에 새로 부임한 경찰청장 바바라(로사리오 도슨)와 만나 힘을 합쳐 조커(자흐 갈리피아나키스)의 음모를 막는다는 내용입니다. 일단 스토리 라인 자체는 평범한 히어로 무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레고 무비]가 그러했듯이 겉으로 드러난 스토리 라인으로 이 영화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패러디는 나의 힘

 

[레고 배트맨 무비]는 제작사의 로고가 나오는 시작부분부터 '배트맨'의 나래이션이 시작됩니다. 특히 DC의 로고가 나올땐 '배트맨이 먹여 살리는 회사'라고 이야기하기도합니다. 최근 DC의 야심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염두에 두었는지 '슈퍼맨'에 대한 디스도 꽤 자주 등장하고, '아이언맨 재수없어'가 '배트맨'의 비밀 기지의 암호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레고 배트맨 무비]의 첫번째 재미는 '배트맨' 영화의 틀을 깨는 패러디의 재미입니다.

언제나 외톨이인 '배트맨'에게 집사인 알프레드(랄프 파인즈)는 역대 '배트맨' 영화를 언급하며 친구를 만들어보라고 조언하고, 영화 후반 조커로 인하여 고담시가 위기에 빠지자 악당들이 서로 돕겠다고 나서는 장면에서는 '나쁜놈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광고카피를 가진 DC의 또다른 흥행작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연상하게 했고, '배트맨'이 '슈퍼맨'의 비밀 기지에 몰래 잠입하는 장면에서는 2017년 11월에 개봉 예정인 [저스티스 리그]를 은근슬쩍 홍보하기도합니다.

[레고 배트맨 무비]의 패러디는 DC영화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배트맨'이 즐겨보는 영화는 [제리 맥과이어]이고, 조커가 팬텀존에서 데려온 최악의 악당들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사우론,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 <닥터 후>의 달렉, 킹콩 등입니다. 이렇듯 [레고 배트맨 무비]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기발한 패러디와 각종 영화들의 캐릭터들을 끌어모아 영화적 재미를 더합니다. 이것은 [레고 무비]에서조차 볼 수 없었던 [레고 배트맨 무비]만의 재미입니다.

 

  

 

혼자보다 여럿이 좋다.

 

이렇듯 [레고 배트맨 무비]는 기발한 패러디로 영화적 재미를 갖춰나갑니다. 그러면서 외톨이인 '배트맨'이 가족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관객에게 선보입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브루스 웨인은 어린 시절 괴한에 의해 부모를 잃습니다. 혼자가 된 브루스 웨인은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던 박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스스로 '배트맨'이 되어 악당을 처부수고 고담시를 지켜냅니다. 브루스 웨인을 지켜주는 것은 집사인 알프레드뿐. 가족을 잃은 고통을 겪어본 '배트맨'은 다시는 그러한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스스로 외톨이가 됩니다.

그런데 그러한 '배트맨'에게 변화가 생깁니다. 바바라 고든의 경찰청장 취임식에서 얼떨결에 고아인 딕 그레이슨을 입양하게 됩니다. 그가 바로 '배트맨'의 사이드킥 로빈입니다.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 4 : 배트맨과 로빈]에서는 로빈(크리스 오도넬)이 '배트맨'(조지 크루니)의 파트너로 등장하지만 [레고 배트맨 무비]에서 '배트맨'과 로빈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결국 철없고 외로운 어른인 '배트맨'은 '로빈'이라는 아들을 통해 아버지로써의 사랑과 의무를 배우게됩니다.

'배트맨'이 바바라 고든, 즉 배트걸에게 푹 빠지면서 [레고 배트맨 무비]는 할아버지(알프레드), 아버지(배트맨), 어머니(배트걸), 아들(로빈)이라는 이상적인 가족관계를 만들어냅니다. 혼자 싸우는 것이 철칙인 '배트맨'은 더이상 혼자가 아닌 것입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더 좋은 법입니다. 저 역시 구피와 결혼하고, 웅이를 낳으면서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혼자 보는 영화보다는 둘이 보는 영화가, 둘이 보는 영화보다는 셋이 보는 영화가 더 재미있습니다. 영화 후반 [제리 맥과이어]를 모두 함께 즐기는 '배트맨'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레고 무비]와 비교해서는 실망스럽다.

 

분명 [레고 배트맨 무비]는 [레고 무비]와 비교해서 풍성한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레고 무비]와 비교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레고 무비]의 마지막 교훈은 제게도 큰 깨달음을 안겨줬습니다. 저 또한 로드 비지니스처럼 웅이의 창의성을 가로 막는 악당이 아닌지 영화를 보고나서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그와 달리 [레고 배트맨 무비]의 교훈은 너무 뻔합니다. 수 많은 영화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외치는데, [레고 배트맨 무비] 또한 그러한 영화들과 비슷할 뿐입니다.

[레고 배트맨 무비]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패러디도 처음엔 재미있었지만 나중엔 너무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DC영화에 대한 노골적인 홍보가 눈에 거슬렸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퀴드]는 물론이고, 앞으로 개봉할 [저스티스 리그]와 할리퀸의 단독영화까지 꼼꼼하게 챙기더군요.

영화의 결말도 조금 뜬금없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조커의 음모자체가 조금 무리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무리수는 각종 악당들을 고담시로 끌어들였고, 너무 크게 벌려진 조커의 음모를 정리하려다보니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뜬금없는 결말이 등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레고 무비]는 영화의 결말 부분까지 제게 완벽하게 느껴졌는데, [레고 배트맨 무비]는 결국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레고 무비]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레고 배트맨 무비]에 대한 제 눈높이가 조금 높아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저는 [레고 배트맨 무비]만큼은 구피의 말대로 너무 애들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만 놓고본다면 최강이다.

하지만 아무리 인기 캐릭터들이 총출동을 한다고해도

영화의 재미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레고 배트맨 무비]는 [레고 무비]의 번득이는 창의성에 못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