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 세상에는 소중한 것들로 가득하다.

쭈니-1 2017. 1. 31. 16:49

 

 

감독 : 나가이 아키라

주연 : 사토 타케루, 미야자키 아오이, 하마다 가쿠

개봉 : 2016년 11월 9일

관람 : 2017년 1월 30일

등급 : 12세 관람가

 

 

가끔은 대략적인 줄거리만으로도 궁금한 영화가있다.

 

1. 2016년 11월 9일,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제목의 일본영화가 개봉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제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또 한편의 잔잔한 일본 멜로영화가 개봉했나 싶었을 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부턴가 일본영화는 제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습니다. 한때는 일본의 멜로영화에 푹 빠져서 하루에도 몇 편씩 본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잔잔함보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동원된 영화에 더 많은 매력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2.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읽게된 이 영화의 줄거리가 제 호기심을 건드렸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서른살의 우편배달부 '나'(사토 타케루)에게 어느날 의문의 존재가 나타나 수명을 하루씩 늘리는 대신 세상에서 어떤 것이든 한 가지를 없애자는 제안을 한다는 것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설정입니다. 특히 영화의 제목 그대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는 궁금증이 저를 사로 잡았습니다.

 

3. 이 영화의 독특한 설정에 매료된 것은 저 뿐만이 아닙니다. 어느날 밤, 웅이에게 그냥 간략하게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이야기해줬는데, 웅이도 "그래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져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데요?"라며 궁금해했습니다. 이러한 저와 웅이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2017년 설연휴 마지막날 저희 가족은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선택했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날, 악마와 계약을 하다.

 

1. 서른살의 우편배달부인 '나'는 어느날 갑자기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의문의 존재와 만나게 됩니다. 의문의 존재는 '나'에게 남은 날은 하루 뿐이라며 아주 이상한 제안을 합니다. 수명을 하루 늘리는 대신 세상의 그 무엇을 한가지 없애자는 것. 살고 싶은 '나'는 의문의 존재의 제안을 수락하고, 의문의 존재는 첫번째로 전화를 사라지게합니다.

 

2. 전화가 사라지기전, 마지막으로 통화하고 싶었던 첫사랑의 '그녀'(미야자키 아오이)와 만나게된 '나'. 사실 '그녀'와 첫 만남은 잘못 걸린 전화 덕분이었기에 전화가 사라지자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됩니다. 의문의 존재는 두번째로 영화를 사라지게 합니다. 그로인하여 '나'는 영화광이던 절친 츠타야(하마다 가쿠)와의 우정을 잃게 됩니다. 세번째로 시계를 사라지게 하고, 네번째로 의문의 존재는 고양이를 세상에서 없애겠다고 선언합니다.

 

3. '나'에게는 소중한 가족이자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고양이. 결국 '나'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고양이를 세상에서 없애지 않기로... 그리고 의문의 존재 덕분에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나'는 자신의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결심합니다.

 

 

 

판타지한 소재로 이렇게 잔잔한 영화를 만들어내다니...

 

1. 분명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판타지한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판타지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고해도 영화 자체는 굉장히 잔잔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잔잔함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게됩니다. 첫사랑의 '그녀'와의 아름다웠던 추억, 그리고 영화광인 친구와의 우정,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에 대한 원망 등등. 세상에서 무엇인가 하나가 사라질때마다 '나'는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2. 아름다운 추억과 소중한 과거를 지워버리고 얻게되는 미래는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의문의 존재는 너의 목숨이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니냐고 유혹하지만, '나'는 결국 고개를 가로젖습니다. 그러한 '나'의 깨달음은 조용히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감상하던 제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첫사랑의 추억, 친구와의 우정, 어머니와의 아름다운 이별의 기억없이 그저 오늘 하루를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과거는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고, 그것들은 세상에서 없애면 안될만큼 충분히 소중합니다.

 

3. 너무 잔잔한 영화의 분위기 탓에 함께 영화를 보던 구피는 쿨쿨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특한 웅이는 끝까지 말똥말똥한 눈으로 영화를 보더군요. 그러한 웅이에게 죽는 순간까지 결코 지울 수 없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보고나니 한가지 숙제가 생겼습니다. 웅이와 함께 프리츠 랑 감독의 [매트로폴리스]를 보는 것입니다. 물론 첫사랑의 '그녀' 덕분에 영화의 결말은 이미 알아버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