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이언희
주연 : 엄지원, 공효진
개봉 : 2016년 11월 30일
관람 : 2017년 1월 29일
등급 : 15세 관람가
남자들의 전성시대 이전에 여배우들의 카리스마 대결이 있었다.
1. 요즘 극장가는 남자들의 전성시대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더 킹]과 [공조]가 대표적인데, [더 킹]에는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가 열연을 펼쳤고, [공조]에서는 현빈과 유해진의 브로맨스가 시너지효과를 안겨줬습니다. [더 킹]과 [공조] 이전에는 [마스터]가 있었습니다. [마스터]는 강동원과 이병헌, 김우빈의 카리스마 대결이 영화의 백미였습니다. 이렇게 남자 배우들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요즘, 여배우들은 잠잠하기만합니다. 김하늘과 유인영을 캐스팅한 [여교사]는 흥행에 실패했고, [마스터]의 엄지원과 진경, [더 킹]의 김아중, [공조]의 장영남과 윤아는 남자 배우들에 비해 비중이 작기만합니다.
2. 그렇다면 과연 여배우의 힘만으로 영화의 흥행을 이끈 영화는 없었던 것일까요? 2016년 박스오피스 TOP100을 차지한 영화들을 주욱 살펴보다보니 여배우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들도 꽤 많았습니다. 559만 관객을 동원한 손예진의 [덕혜옹주]를 비롯하여, 428만 관객을 동원한 김민희, 김태리의 [아가씨], 그리고 210만을 기록한 김혜수의 [굿바이 싱글]이 대표적인 영화입니다. 하지만 '여배우의 힘'이라는 주제만 놓고본다면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미씽 : 사라진 여자]입니다.
3. [미씽 : 사라진 여자]는 여자에 의한 영화 여자의 영화입니다. 감독은 [어깨너머의 연인]을 연출했던 여성감독 이언희이고, 주연은 엄지원과 공효진입니다. 영화의 내용도 워킹맘 지선(엄지원)과 보모 한매(공효진)의 관계로 영화를 진행시킵니다. 이 영화에서 남자는 거의 있으나마나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힘이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한 몰입도를 제게 선사했습니다.
조선족 보모가 아기와 함께 사라졌다.
1. 이혼후 육아와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 지선. 사는 것이 전쟁인 그녀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헌신적으로 딸 다은이를 돌봐주는 보모 한매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퇴근 후 집에 돌아와보니 한매와 다은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지선이 양육권 소송중 전남편에게 다은이를 빼앗기지 않으려 일으킨 자작극임을 의심하는 와중에 지선은 결국 스스로 한매의 실체를 벗겨나가기 시작합니다.
2. 이름도, 외국인 등록증도 모두 거짓인 한매. 지선은 자신의 집에서 서성이는 정체불명의 남자 박현익(박해준)의 도움으로 한매가 사창가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한매가 일했던 업소에서 한매의 소지품을 얻게된 지선은 그것을 근거로 그녀의 충격적인 과거를 하나씩 밝혀나갑니다. 남편과 시어머니의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과 그녀에게 딸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그녀의 실체에 접근하면 할수록 지선은 한매가 일부러 자신에게 접근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3. 박형사(김희원)의 도움으로 한매에 대한 수사망은 점점 좁혀지고, 결국 한매와 마주하게된 지선은 한매에게 애원합니다. 내가 잘못했다고... 그러니 제발 내 딸을 돌려달라고...
처음엔 섬뜩했는데, 나중엔 가여웠다.
1. 저는 [미씽 : 사라진 여자]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실 한 아이의 아버지인 저는 유괴를 소재로한 영화가 꺼려집니다. [미씽 : 사라진 여자]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막상 [미씽 : 사라진 여자]를 보기 시작하면서도 딸을 유괴당한 지선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영화의 초반에는 섬뜩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믿고 의지했던 한매의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 아이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와 내 아이가 장기밀매조직에 팔려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영활르 보는 저를 조마조마하게 만들었습니다.
2. 하지만 [미씽 : 사라진 여자]의 진짜 재미는 한매의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씩 밝혀지는 영화의 중반부터입니다. 영화의 초반까지만해도 섬뜩하게만 느껴지던 한매의 정체가 후반이 되면될수록 가엽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당했을 상처와 아픔이 이해가 되는 순간, 그녀가 저지른 치밀한 복수극에 더이상 돌을 던질 수가 없게 됩니다. 그녀의 아픔은 우리 사회가 공공연하게 저지른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3. 몇년전 TV에서 동남아 며느리를 학대하는 우리나라의 시부모들의 문제가 방송을 탄 적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시골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순박한 할머니, 할아버지이지만, 며느리를 돈을 주고 사왔으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저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미씽 : 사라진 여자]는 바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문제에서 시작해서 한매의 복수극이라는 스릴러로 이끌어가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전개가 꽤 치밀해서 한매의 비밀을 하나씩 벗겨질때마다 충격을 받을 수 있었고,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깊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잘 만든 스릴러 영화를 봤다는 기분이 드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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