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얼라이드] -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닌 진심이다.

쭈니-1 2017. 1. 19. 00:43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주연 : 브래드 피트, 마리옹 꼬띠아르

개봉 : 2017년 1월 11일

관람 : 2017년 1월 18일

등급 : 15세 관람가



우리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


아마 많은 분들이 [얼라이드]의 개봉에 앞서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만남에 주목하셨을 것입니다. 실제 이 두 배우는 전세계적으로 수 많은 팬을 거느린 대표적인 할리우드 스타입니다. 특히 [얼라이드]와 소재는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영 딴판인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통해 안젤리나 졸리와 만나 결혼에까지 이르렀던 브래드 피트는 [얼라이드]의 개봉을 앞두고 안젤리나 졸리와의 이혼을 발표하면서 마리옹 꼬띠아르와의 불륜설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와 미리옹 꼬띠아르는 불륜설을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얼라이드]는 그러한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스캔들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꼬띠아르보다 [얼라이드]의 감독인 로버트 저메키스의 이름에 더욱 강력하게 끌려습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시간여행 영화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빽 투 더 퓨쳐 3부작]으로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등극했고 1995년에는 [포레스트 검프]를 통해 제67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등을 휩쓸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무버스라는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해서 [폴라 익스프레스], [베오울프], [크리스마스 캐롤] 등 실사보다 더 실사같은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코미디, 가족영화의 귀재로만 알려진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지만 사실 그는 공포 영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1999년 조엘 실버와 함께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인 다크 캐슬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여 자신이 직접 [왓 라이즈 비니스]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해리슨 포드와 미셸 파이퍼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유령을 통해 남편의 숨겨진 과거를 알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왓 라이즈 비니스]에서 느낀 서스펜스를 [얼라이드]에서도 느낄 수 있을까?


제가 [얼라이드]에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이름에 먼저 주목한 것은 바로 '[왓 라이즈 비니스]의 심장이 쫄깃한 서스펜스를 [얼라이드]에서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때문입니다. [얼라이드]는 제2차 세계2차대전 당시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독일 대사 암살임무를 수행한 영국의 정보국 장교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 그는 파트너로써 독일대사 암살을 도와준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꼬띠아르)와 사랑에 빠지고 영국으로 돌아와 결혼을 하고 딸을 낳습니다.

마리안과의 사이에서 갓 태어난 딸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맥스. 그런데 어느날 그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상부에서 마리안을 독일 스파이로 의심하고 있었던 것. 만약 마리안이 독일 스파이라면 맥스는 마리안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합니다. 맥스는 마리안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마리안에 대한 진실에 접근하면 할수록 마리안이 진짜 독일 스파이가 아닌지 의심해야하는 상황에 빠집니다.

[얼라이드]의 주요 키포인트는 사랑하는 사람의 실체입니다. [왓 라이즈 비니스]에서는 직장과 가정에서 완벽했던 남편 노먼 스펜서(해리슨 포드)의 감춰진 진짜 모습을 밝혀나가는 레어 스펜서(미셸 파이어)의 공포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으로 분위기를 잡은 이후 후반에는 유령보다 무서운 노먼 스펜서의 실체로 공포를 완성합니다. 그렇다면 [얼라이드]는? 맥스가 마리안의 비밀을 밝혀나갈수록 [왓 라이즈 비니스]와 같은 섬뜩함을 안겨줄 수 있을까요?




서스펜스 대신 담겨진 것은 애잔함이다. (이후 영화의 결말을 언급합니다.)


하지만 [얼라이드]는 제가 기대했던 서스펜스와는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분명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독일 스파이는 [왓 라이즈 비니스]의 살인마 남편만큼이나 섬뜩한 존재이지만, [얼라이드]는 아내의 실체에 접근하는 맥스의 심정을 두려움이 아닌 애잔함으로 접근합니다. 만약 그가 마리안을 믿었다면 진실을 파해치려는 노력조차 필요없었을 것입니다. 72시간이 흐른 뒤에 마리안의 누명은 자연스럽게 벗겨질테니까요. 하지만 맥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마리안의 실체에 접근하려합니다. 겉으로는 마리안을 믿는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그녀가 독일 스파이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아내가 마리안이 아닌 독일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맥스는 두려움과 분노 대신 슬픔, 허탈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마리안에게 "우리의 사랑은 진짜였나?"라고 묻습니다. 맥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모로코의 독일 대사 암살 작전에 동참하고, 맥스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이 모든 것이 영국의 기밀을 독일에 넘기기위한 마리안의 기나긴 작전임을 알았지만, 맥스는 단지 자신에 대한 마리안의 사랑이 진심이었는지 궁금해할 뿐입니다.

전쟁도, 조국에 대한 애국심도, 맥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단지 자신을 향한 마리안의 진심만이 중요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안은 맥스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맥스와 마리안의 진정한 사랑은 완성됩니다. 마리안의 정체는 비록 가짜였지만, 맥스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두 사람의 진심을 담은 사랑이 있었기에 [얼라이드]의 진실은 공포가 아닌 애잔함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거짓엔 진심이 담겨져있다. 


자!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얼라이드]의 초반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 대사를 암살하기 위해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도착한 맥스. 카사블랑카에는 이미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이 잠입해있습니다. 그녀는 독일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해서 동료들의 신임을 얻었고, 맥스를 자신의 남편으로 소개함으로써 독일 대사를 암살할 수 있는 파티 초대장을 받아냅니다. 마리안과 부부 행세를 해야하는 맥스는 마리안에게 묻습니다. 독일 대사관 직원들이 그녀를 믿냐고... 마리안은 진심을 다해 그들을 대했기에 그들은 자신을 믿을 수 밖에 없다고 대답합니다.

이러한 영화 초반 카사블랑카에서의 장면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독일 대사의 암살 도중 마리안에 의해 남편을 잃은 독일 대사관 직원은 공포스러운 표정으로 마리안을 바라봅니다.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사실은 적군의 스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듯이 그녀는 "어떻게 네가 이럴수 있니?"라는 표정으로 마리안을 바라봅니다. 그녀의 표정은 믿음이 배신을 당한 후에 나오는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마리안이 독일의 스파이라는 상부의 의심에 맥스는 강하게 부정을 하면서도 어쩔수없이 흔들리는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카사블랑카에서 그녀가 독일 대사관 직원들을 어떻게 속였는지 잘 알고 있기에, 맥스는 마리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한번 의심이 시작하자마자 그녀의 모든 행동이 의심스러워집니다. 자신에 대한 마리안의 사랑과 단란했던 가정의 행복까지 모든 것이 독일 스파이로써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위장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맥스가 진정 두려웠던 것은 마리안의 정체에 대한 진실이 아닌 마리안의 사랑에 대한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진실인가? 진심인가?


맥스를 향한 사랑에 대한 마리안의 진심.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얼라이드]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입니다. 전쟁이라는 암울한 현실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진심을 담은 거짓, 그것이 마리안의 생존의 방식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어느사이 맥스를 향한 마리안이 마음은 살아남기위한 거짓을 위한 진심에서 맥스와의 사랑을 위한 거짓을 넘어선 진심이 됩니다. 그 순간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Allied'는 동맹, 연합이라는 뜻입니다. 카사블랑카에서 맥스와 마리안은 독일 대사를 암살하기 위한 동맹으로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동맹은 결국 거짓으로 밝혀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스는 마리안의 사랑을 놓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전쟁을 초월한 사랑으로 연결된 동맹 관계에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맥스는 조국을 배신하면서 다른 나라로 떠날 것을 결심하고, 마리안은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면서 맥스 살리기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것이 바로 맥스와 마리안의 진심입니다.

[얼라이드]가 여운이 남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들의 사랑은 진실이 아니지만, 진심이었던 까닭에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깊은 여운으로 제 마음을 파고든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빽 투 더 퓨쳐 시리즈]와 같은 가족, 코미디 영화와 [왓 라이즈 비니스]와 같은 공포 영화는 물론, [콘택크], [캐스트 어웨이]와 같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에서도 발군이 실력을 발휘했었습니다. [얼라이드]를 보기 전, 그의 영화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얼라이드]를 보고나니 제가 미처 기억하지 못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진면목을 다시한번 깨달은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모든 것이 살아남기 위한 거짓이어야 했던 암울한 시대.

하지만 그를 향한 그녀의 진심은 스크린을 넘어서 내 마음을 움직였다.

진심이라는 것은 이렇게 진실보다 강한 힘을 가질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