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저스틴 커젤
주연 : 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옹 꼬띠아르, 제레미 아이언스
개봉 : 2017년 1월 11일
관람 : 2017년 1월 13일
등급 : 15세 관람가
신화는 과연 꾸며낸 이야기일 뿐일까?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저 역시 어렸을 적부터 신화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리스 신화, 단군 이야기, 성경 등등. 신화 이야기를 읽다보면 독특한 상상력에 감탄을 하기도 하지만, 과연 신화 속의 이야기가 단순히 지어낸 이야기일 뿐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 이야기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해준 장본인입니다. 실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불을 다룰 수 있게 됨으로써 문명을 발전시킬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는 인류 문명에서 신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실제 대홍수의 흔적과 방주의 잔해가 발견되었다는 인터넷 기사를 읽을 때면 어쩌면 노아의 방주 이야기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기독교를 믿지는 않지만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는 이처럼 그리스 신화만큼이나 흥미로운데 특히 저는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성경에 의하면 인류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아담과 이브는 간악한 뱀의 유혹에 넘어가 신의 뜻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에덴동산에서 쫓겨납니다. 이를 기독교에서는 원죄라고 하는데 모든 인간은 태어났을 때부터 신의 뜻을 어긴 죄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느닷없이 신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어쌔신 크리드]를 봤기 때문입니다.
선악과를 둘러싼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의 대결
[어쌔신 크리드]의 주요 설정은 선악과를 차지하려는 템플 기사단과 이를 막으려는 암살단의 대결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선악과는 성경에서 신의 뜻을 어기고 아담과 이브가 따먹음으로써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했던 바로 그 과일입니다. [어쌔신 크리드]에 따르면 선악과는 인간의 자유 의지에 의한 유전자 코드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설정이 꽤 그럴듯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는 결국 신에 대한 복종 대신 자유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을 해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템플 기사단은 다시 선악과를 손에 넣어 인간의 자유 의지를 없애려합니다. 그들은 인간의 자유 의지를 없앤다면 폭력, 살인, 분쟁, 전쟁과도 같은 것들이 사라지고 모든 인간들이 템플 기사단에 복종을 하며 평화롭게 살수 있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하지만 암살단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지켜내려합니다. 그러한 인간의 자유의지 때문에 인간은 폭력성을 갖게 되었고, 인간의 폭력성은 인류 역사에서 모든 비극의 이유가 되었지만, 만약에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쌔신 크리드]는 복종에 의한 평화를 이루려는 템플 기사단과 인간의 자유를 지켜내려는 암살단의 이야기이고, 이는 아담과 이브 그리고 선악과라는 신화 속 이야기와 교묘하게 교차되면서 더욱 흥미진진한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500년전 조상의 기억을 깨우다.
[어쌔신 크리드]는 15세기 스페인에서 시작됩니다. 템플 기사단에 장악되어 이교도에 대한 잔인한 종교재판이 강행되던 시기. 이 암울한 시기에 암살단의 멤버 아귈라(마이클 패스벤더)는 템플 기사단에게 선악과가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합니다. 그리고 장면은 곧바로 1986년 멕시코로 이어집니다. 어린 칼럼 린치는 어머니의 살해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그 범인이 아버지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칼럼에게 "네 몸 속에 흐르는 피는 네 것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의문의 조직에 납치됩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고, 성인이 된 칼럼(마이클 패스벤더)은 1급 살인혐의로 사형집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문의 조직 앱스테르고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앱스테르고의 과학자 소피아 카잍킨(마리옹 꼬띠아르)은 칼럼에게 유전자 기억을 형상화할 수 있는 애니머스에 접속하길 요구합니다. 소피아가 원하는 것은 아귈라의 유일한 후손인 템플의 유전자 기억을 통해 선악과가 숨겨진 곳을 찾아내는 것. 앱스테르고는 템플 기사단 소속이었던 것입니다.
처음엔 반강제로, 나중에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으로 애니머스에 접속한 칼럼은 500년전 아귈라의 기억을 체험하게 되고, 결국 선악과를 손에 넣은 템플 기사단의 앨런 라이킨(제레미 아이언스)을 막기 위해 살아남은 암살단 동료들과 최후의 반격을 선언합니다.
뒤바뀐 선과 악
분명한 것은 [어쌔신 크리드]가 꽤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담과 이브, 그리고 선악과의 존재를 영화의 주요 소재로 삼은 것도 매력적이고,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의 대립도 꽤 매력적입니다. 사실 템플 기사단은 중세 십자군 전쟁 때 성지 순례자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실존 단체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수도승들이었지만 거대 기업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왕권보다 더 큰 권력을 갖게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프랑스 필리프 4세는 왕권 강화를 위해 템플 기사단을 해산시키려 했고, 1307년 프랑스 내 3000여명의 단원들이 체포당한 뒤, 고문을 통해 거짓 자백을 강요받고 화형에 처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1312년 클레멘스 교황에 의해 템플 기사단은 해산됩니다.
[어쌔신 크리드]는 이렇게 700년전 해산된 템플 기사단을 악으로, 그리고 도덕과 법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암살단을 선으로 설정합니다. 사실 다르게 생각하면 이러한 이 영화의 선악 구도는 뒤바뀌아야 옳습니다. 인류의 평화를 이루려는 템플 기사단과 암살을 일삼는 암살단. 하지만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두 조직의 다른 판단이 선과 악을 뒤바꾼 것입니다.
인류의 평화를 이루려는 템플 기사단의 순수했던 애초의 의도는 소피아를 통해 보여집니다. 노골적으로 권력욕을 보이는 앨런과는 달리 소피아는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폭력성을 치료하겠다는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순수한 의도라도 인간의 자유의지 박탈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그것은 결코 선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매력적인 세계관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아쉬운 스토리 라인.
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어쌔신 크리드]는 결국 관객의 외면을 받고 말았습니다. 북미에서 지금 현재 흥행성적은 5천1백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순수제작비가 1억2천5백만 달러가 투입된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어쌔신 크리드]의 흥행성적은 절망적인 수준입니다.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도 1월 12일 목요일 순위가 5위에 불과합니다. 아직 주말 반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 네티즌 영화평이 악평 일색임을 감안한다면 이 역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고보니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흥행실패 징크스가 [어쌔신 크리드]에도 이어졌네요. 현재까지 북미에서 게임을 원작으로한 영화의 흥행성적 1위는 2001년에 개봉한 [툼 레이더]의 1억3천1백만 달러이고, 2위는 [앵그리 버드 더 무비]의 1억7백만 달러입니다. 나머지 영화들은 그 흔한 1억 달러도 넘기지 못한채 흥행실패작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을 원작으로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이유는 아마도 게임를 즐기는 층과 영화를 즐기는 층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게임의 인기가 영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러나 [어쌔신 크리드]의 경우는 그러한 장르적 한계보다는 스토리 라인의 부실함이 이유입니다. 500년전 아귈라의 모험은 흥미로웠지만, 칼럼 린치의 이야기는 지루한 면이 있었고, 칼럼 린치가 각성하는 과정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얼렁뚱땅 설명되었습니다. 게다가 시리즈를 염두에 둔 어정쩡한 끝맺음도 이 영화가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잘 다듬었다면 신화와 게임, 그리고 액션의 만남이 매력적일 수 있었는데, 막상 영화가 끝나고나니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더 많이 남네요.
누군가 내게 복종에 의한 평화와 자유의지 중에서
한가지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나 역시 평화를 간절히 원하지만, 자유를 상실한채 복종에 의해 주어진 평화라면
과연 그러한 평화에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결국 우리가 가장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자유의지에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이야기 > 2017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라이드] -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닌 진심이다. (0) | 2017.01.19 |
---|---|
[모아나] -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재미가 가득 채워져있다. (0) | 2017.01.15 |
[너의 이름은.] - 아련하고 슬픈 감정과 판타지한 영화적 재미가 만나다. (0) | 2017.01.11 |
[패신저스] - 그들에겐 사랑이 최고의 모험이다. (0) | 2017.01.10 |
[사랑하기 때문에] - 이 영화, 너무 무난하다. (0) | 2017.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