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모아나] -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재미가 가득 채워져있다.

쭈니-1 2017. 1. 15. 23:36



감독 :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더빙 : 아우이 크라발호, 드웨인 존슨

개봉 : 2017년 1월 12일

관람 : 2017년 1월 14일

등급 : 전체 관람가



폴리네시아 신화를 바탕으로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제 주말에 웅이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제 소중한 일상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웅이가 언제까지 저와 함께 영화를 봐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행복을 최대한 오랫동안 누리고 싶네요. 2017년 첫째주말에는 [패신저스]와 [너의 이름은.]을 웅이와 함께 봤고, 둘째주에는 [모아나]를 보고 왔습니다. [모아나]를 보러 가기전 웅이는 "어린아이들 때문에 또 시끄럽겠네요."라며 걱정을 하더군요. 하긴 2016년 12월에 [씽]을 보러 갔다가 어린아이들의 우는 소리로 영화보기에 방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 웅이로써는 이제 애니메이션을 보러갈 때마다 이러한 걱정을 해야만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모아나]는 별다른 방해없이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모아나]는 폴리네시아 신화를 바탕으로한 영화입니다. 폴리네시아는 오세아니아 동쪽 해역에 분포하는 수천 개의 섬들을 총칭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섬은 하와이, 이스터섬, 뉴질랜드섬등이 있습니다. 이미 디즈니는 2002년에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릴로 & 스티치]를 제작한 적이 있고, 1992년 [알라딘], 1995년 [포카혼타스], 1998년 [뮬란], 2000년 [쿠스코? 쿠스코!]등을 통해 유색인종의 문화와 설화를 소재로한 애니메이션도 심심치 않게 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모아나]는 디즈니의 앞선 영화들과는 달리 폴리네시아의 천지창조 신화 속으로 좀 더 깊숙히 들어갑니다. 태초의 여신 테피티가 만물과 생명을 창조하고 끝없는 잠에 빠져들자 창조의 힘을 노린 반신반인의 영웅 마우이(드웨인 존슨)가 테피티의 심장을 훔쳐냅니다. 그로인하여 어둠의 용암괴물 테카가 깨어나고, 마우이는 힘의 원천인 갈고리를 잃은채 섬에 유배됩니다. 시간이 흘러 지상낙원과도 같은 모투누이섬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모아나'(아우이 크라발호)는 어둠의 힘으로 인하여 모투누이 섬이 위기에 처하자 마우이를 찾아 함께 테피티의 심장을 되돌려 놓기 위한 모험을 떠납니다.




디즈니의 전형적인 공주 스타일 '모아나'


저는 [모아나]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메리다와 마법의 숲]입니다. 이 영화에서 스코틀랜드의 전통깊은 왕국의 공주 메리다(켈리 맥도날드)는 드레스와 구두보다 말을 타고 활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메리다를 우아하고 아름다운 공주로 만들기 위해 공주 수업을 강요하고, 결혼 상대를 찾아나섭니다. [모아나]의 '모아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모투누이 섬의 차기 추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그녀의 관심사는 바다너머의 세상일 뿐입니다. 그러한 '모아나'에게 그녀의 아버지는 모투누이 섬의 차기 추장으로써 책임감을 가지라며 바다너머 세상에 대한 '모아나'의 관심을 나무랍니다.

따지고보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자 주인공들은 항상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려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하려합니다. [인어공주]의 에리얼(조디 벤슨)은 인간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편안한 바다왕국을 뛰쳐나갔고, 중국의 설화를 바탕으로한 [물란]의 '뮬란'(밍나 웬)은 여자는 전쟁에 참전할 수 없다는 전통을 깨고 연로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훈족과의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모아나]의 '모아나'는 바다너머의 세상은 죽음 뿐이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모투누이 섬을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바다너머로의 모험을 선택합니다.

[모아나]는 이렇게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오랫동안 고수해오던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를 폴리네시아의 신화에 접목한 영화입니다. 그녀는 처음엔 배를 몰고 바다에서 길을 찾는 것조차 서툰 모습을 보이지만, 점차 여성 영웅으로써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테피티의 심장을 제자리에 갖다놓는데 성공합니다. 결국 [모아나]는 '모아나'의 성장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입니다. 




전형적이지 않은 남성 영웅 마우이


'모아나'가 디즈니의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 스타일이라면 마우이는 조금 다릅니다. 폴리네시아 신화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영웅인 마우이는 섬을 낚어 올리고, 신으로부터 불을 훔치고, 태양에 망을 씌워 낮을 길게 하는 등 업적이 수천가지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로 따지만 헤라클레스라고 생각하면 알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아나]에서의 마우이는 용감무쌍한 영웅만은 아닙니다. 그는 테피티에게 심장을 훔침으로써 모든 재앙의 원흉이 됩니다. 게다가 '모아나'를 만난 마우이는 테피티의 심장을 돌려놓음으로써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 잡는데엔 관심이 없고 그저 테카를 두려워하며 도망가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마우이에게도 아픔은 있습니다. 갓태어난 그는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대신 신들에게 선택을 받아 갈고리를 받고 반신반인의 영웅이 된 것입니다. 그는 반신반인의 영웅이 된 이후에도 자신을 버린 인간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합니다. 결국 테피티의 심장을 훔친 것도 인간에게 주기 위한 것이었죠. 마우이는 말합니다. 자신이 아무리 많은 것을 해줘도 인간들은 더 많은 것을 원하기만 할 뿐이라고...

그러한 마우이의 사연을 듣고나니 폴리네시아 신화에서 마우이의 업적이 수천가지가 된다는 것이 오히려 불쌍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물론 마우이가 인간 부모에게 버려졌다는 설정은 영화적 재미를 위한 것이겠지만, 인간을 위해 수천가지의 위업을 달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인간의 사랑을 갈구한 영웅이었는지 느끼게 해줍니다.




'모아나'와 마우이의 신나는 모험


이렇게 전형적인 디즈니표 공주의 전형을 보여준 '모아나'와 전혀 전형적이지 않은 남성적 영웅의 모습을 선보인 마우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해낸 [모아나]는 두 캐릭터가 서로 티격태격하며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과정으로 영화적 재미를 가득 채웁니다. [모아나]의 모험은 그야말로 '신나는'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데 그 이유는 영화적 긴장감보다는 어린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캐릭터 설정 덕분입니다. '모아나'와 마우이가 처음 마주하게 되는 괴물은 귀여운 외모의 해적 카카모라입니다. 코코넛의 모습을 띤 카카모라는 잔혹한 해적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그들의 공격에 긴장감보다는 훈훈한 웃음을 지을 수가 있습니다.

마우이의 갈고리를 훔쳐간 타마토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대한 게인 타마토아는 반짝거리는 보물에 집착합니다. 그는 등장하자마자 'I'm so shiny'라는 곡을 부르며 자신의 위용을 뽐내는데 이는 마우이가 부른 'You're Welcome'과 함께 관객에게 흥과 웃음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갈고리를 되찾기 위한 타마토아와의 싸움도 긴장감보다는 훈훈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장면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영화 후반 테카와의 마지막 싸움이 조금 섬뜩하긴 했지만, [모아나]는 대체적으로 어린 아이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임에는 분명합니다. 디즈니 특유의 감미로운 음악도 귀를 즐겁게 하고, 영화 후반부의 가슴 따뜻해지는 결말도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이러니 제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 주저없이 극장으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영화의 끝까지 재미로 가득 채워져있다.


만약 아직 [모아나]를 보지 못했고, 앞으로 극장에서 [모아나]를 보러갈 계획이 있으신 분이라면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모아나]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까지 재미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모아나]가 시작하기 전 디즈니의 단편 애니메이션 [내 몸속 이야기]상영합니다. 한 남자의 뇌와 심장이 내적 갈등을 다룬 [내 남자 이야기]는 이성적이고 안전한 삶을 추구하는 뇌와 자유롭게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심장이 갈등하는 과정을 통해 쳇바퀴도는 일상에 찌든 현대인을 풍자해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갈때까지 기다리고나면 쿠키영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아나]의 쿠키영상 주인공은 타마토아입니다. '모아나'와 마우이를 쫓다가 뒤집어진 타마토아는 관객들에게 내가 만약 세바스찬이었다면 나를 도와줬을 것이라며 비난합니다. 참고로 세바스찬은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코믹한 조연을 맡았던 바닷가재 캐릭터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 유명한 'Under the Sea'를 불렀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모아나]의 엔딩 크레딧에서도 의외의 재미가 숨어있는데, 엔딩 크레딧 마지막 부분에서 [주먹왕 랄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디즈니의 차기작이 [주먹왕 랄프 2]이기 때문일지도... 이렇듯 [모아나]는 영화의 시작부터 영화의 끝까지 재미로 가득 채워져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안정적인 모투누이 섬에서의 생활보다는

위험으로 가득한 바다 너머의 모험을 동경한 '모아나'

그러한 '모아나'처럼 우리 역시 어린시절에는 모험심으로 가득하지 않았을까?

언제부턴가 현실에 안주하는 내 모습을 보며 '모아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