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6년 영화이야기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 나는 포스와, 포스는 나와 함께 한다.

쭈니-1 2017. 1. 3. 14:36

 

 

감독 : 가렛 에드워즈

주연 : 펠리시티 존스. 디에고 루나, 견자단, 강문, 리즈 아메드

개봉 : 2016년 12월 28일

관람 : 2016년 12월 30일

등급 : 12세 관람가

 

 

2016년의 마지막 영화

 

2015년 연말, 저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개봉을 앞두고 웅이와 함께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복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복습 덕분에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를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의 마지막 글은 영화 속 세계관의 시간적 순서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부터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까지를 제 나름대로 짧막하게 정리한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흘렀습니다. 흥미롭게도 2016년 저와 웅이의 마지막 영화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입니다.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스타워즈 시리즈'로 저와 웅이는 한 해를 마무리한 셈입니다. 사실 2016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를 보거나, 아니면 2016년 블로그의 마지막 글로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의 영화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그러한 상징적인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죠.

유난히도 극장에서 영화 보기가 힘들었던 2016년 한 해. 아마도 1년동안 제 뱃살이 5kg이나 늘어나면서 제 체력도 바닥난 것이 제가 극장 나들이를 주저했던 주요 원인일 것입니다. 그래서 예년과는 달리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다수 극장에서 놓쳤고, 놓친 기대작 만큼이나 2016년은 아쉬움이 남았었습니다. 하지만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로 2016년을 산뜻하게 마무리하고나니 2016년도 그렇게 최악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그만큼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가 만족스러웠습니다. 비록 제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에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부터였지만, 2015년에 '스타워즈 시리즈'를 복습하고,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를 재미있게 관람하면서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팬심이 뒤늦게 발동하기 시작했나봅니다.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이렇게 뒤늦게 발동한 제 팬심을 제대로 자극시킨 영화입니다.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사이에서 벌어진 이야기입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어둠의 힘에 이끌려 점점 변하더니 결국 악의 화신인 다스베이더가 됩니다. 그리고 제다이와 공화국은 몰락하고 은하계는 팰퍼틴 황제가 지배하는 은하제국의 독재체제라는 암흑의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 제국의 절대적인 무기인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손에 넣은 레이아(캐리 피셔) 공주가 다스 베이더에게 체포되자 설계도를 드로이드인 R2-D2에 숨겨 타투인 행성에 보냅니다. 그리고 이 설계도는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에게 발견되고, 이를 계기로 루크 스카이워커는 제다이 기사가 되어 다스 베이더와 제국을 무너뜨립니다.

 

 

'데스 스타'의 설계도는 어떻게 레이아 공주에게 전달되었는가?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데스 스타'의 설계도는 어떻게 레이아 공주에게 전달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는 그저 반란군 첩보원이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훔쳤다고만 언급되어 있지만 행성 하나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반란군이 쉽게 손에 넣었을리도 없고, 설계도를 손에 넣었다고 해도 '데스 스타'가 그렇게 쉽게 파괴될리가 없습니다.

이러한 궁금증과 의문을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완벽하게 해소시켜줍니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 첫 번째 영화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이 1977년 5월에 북미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으니 무려 39년이나 지나고 나서야 관객의 궁금증이 해결된 셈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만큼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단 한줌의 의문없이 촘촘하게 이야기를 완성해냅니다.

이야기는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라는 젊은 여성에게서 시작됩니다. 그녀의 아버지 겔렌 어소(매즈 미켈슨)는 뛰어난 과학자로 제국의 눈을 피해 농사를 지으며 숨어살고 있었지만, 결국 '데스 스타' 제조에 혈안이 되어있는 제국에 억지로 끌려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녀의 어머니는 죽음을 당하고, 너무 어렸던 그녀는 겨우 제국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아버지의 친구인 쏘우 게레라(포레스트 휘태커)에게서 키워집니다.

 

시간이 흘러 겔렌 어소의 주도아래 반란군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가공할만한 무기 '데스 스타'가 완성 직전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제국의 화물 파일럿 보디 룩(리즈 아메드)이 겔렌 어소의 메시지를 안고 과격 테러조직의 리더로 악명을 떨치고 있던 쏘우를 찾아옵니다. 제국의 파일럿이 중요 정보를 가지고 쏘우에게 갔다는 첩보를 입수한 반군은 쏘우에게 접근하기 위해 진을 투입합니다. 암살자 카시안 안도르(디에고 루나)와 함께...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제국에 맞서 싸우지만 쏘우와 반군, 진과 카시안의 수단과 목표는 모두 다르다는 점입니다. 쏘우는 무조건적인 공격만이 제국에 맞서는 것이라 생각하고, 반군은 제국에 맞서는 조직을 통합하여 치밀한 작전을 세워 신중하게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국을 똑같이 적으로 두고 있지만 제국과 맞서 싸우는 수단은 서로 다르기에 쏘우가 보기에 반군은 겁쟁이에 불과하고, 반군이 보기에 쏘우는 골칫거리일 뿐입니다.

진과 카시안도 마찬가지입니다. 겔렌의 메시지를 본 진은 '데스 스타'를 파괴하고 아버지를 구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카시안의 목표는 '데스 스타'의 완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겔렌을 암살하는 것입니다. 겔렌은 '데스 스타'를 만들며 '데스 스타'를 단번에 파괴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몰래 숨겨뒀지만, 반군 입장에서는 겔렌의 말을 믿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컸던 것입니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이 하나로 뭉치다.

 

겔렌의 메시지를 갖고 온 보디도, 제국이라는 같은 적을 갖고 있는 반군도 믿지 못하는 쏘우. 그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해준 것은 진의 존재입니다. 처음 쏘우는 진에게 "날 암살하기 위해 온 것이냐?"라며 진을 믿지 못하지만, 결국 진을 위해 마음의 문을 열어 줍니다. 카시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반군에 의해 군인으로 키워진 그는 상부의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진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겔렌의 암살을 최종 목표로 삼습니다.

그러한 카시안도 결국 진에게 마음의 문을 엽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명령에만 따른다면 제국군에 의해 군인으로 키워진 스톰 트루퍼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진의 일침이 카시안을 깨운 것이죠. 결국 카시안은 명령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에 의해 행동하기로 마음을 먹고 진과 함께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훔치기 위한 불가능한 임무에 자처해서 나섭니다.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목표로 한데 뭉치면서 벌어지는 활약을 담고 있습니다. 진은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훔쳐 파괴하려하고, 카시안은 처음으로 상부의 명령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진을 돕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는 치루트 임웨(견자단)와 베이즈 말버스(강문)라는 의외의 조력자가 함께 합니다.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제다이가 없는 최초의 '스타워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에서 제다이는 아나킨의 스승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 등 극소수만 살아남고 모두 죽음을 당합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제다이는 정체를 감추고 조용히 살아가는데, '데스 스타'의 설계도가 우여곡절 끝에 루크에게 전해지고 나서야 오비완은 루크를 제다이로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결국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제다이가 존재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제다이는 아니지만 제다이 사원의 수호자인 치루트와 베이즈가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이 두 캐릭터가 중국시장을 노린 인위적인 캐스팅이 아닌가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다보니 치루트와 베이즈는 주인공인 진과 카시안 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이 영화의 캐릭터가 치밀하게 이뤄졌음을 뜻합니다.

제국에 의해 제다이 사원이 파괴되면서 지켜야할 것을 잃은 치루트와 베이즈. 하지만 앞이 안보이는 치루트는 끝까지 포스의 힘을 믿었고, 베이즈는 그러한 치루트의 어리석음을 비웃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치루트의 곁을 지켰습니다. 이렇게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훔치기 위한 불가능한 임무에 진과 카시안, 그리고 치루트와 베이즈, 보디와 안드로이드 K-2SO가 가세하며 영화는 클라이막스로 치닫습니다.

 

 

위대한 승리의 뒤에는 평범한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영화결말이 언급됩니다.)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영화 자체만으로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적 재미를 지니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임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됩니다. 제가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에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그러한 이유입니다. 이 영화는 독자적인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스핀오프, 혹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프리퀼로써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을 보면서 가질 수 밖에 없는 궁금증과 의문을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완벽하게 해소시켜줍니다. 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빼앗기 위한 진과 카시안, 치루트와 베이즈, 보디와 K-2SO의 활약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웅이가 가장 놀라워했던 것은 주인공이 모두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최소한 진과 카시안만큼은 끝까지 살아남아 속편을 기약할줄 알았는데,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전혀 그들의 생존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빼앗기 위해 제국의 심장부에 침투한 그들은 제국군에 맞서 싸우다 한명씩 장렬하게 전사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데스 스타'의 설계도가 반군의 손에 들어갔고, 그 덕분에 반군은 제국을 무너뜨릴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분명 반군의 승리는 제다이와 루크 등 몇몇 영웅들의 활약이 결정적입니다. 하지만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말합니다. 제국과 반군의 치열한 전쟁의 감춰진 이면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을 봤을 때는 '데스 스타'를 파괴하는 루크의 활약에 환호했겠지만,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위해 희생된 이들을 집중 조명한 것입니다. 위대한 승리 뒤에 감춰진 평범한 이들의 희생... 그것이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가 관객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 외에도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는 '스타워즈'의 팬을 위한 서비스도 풍성합니다. 영화 사상 최고의 악당으로 칭송받고 있는 다스베이더를 다시한번 만날 수 있고, 제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제국의 전쟁 무기 'AT-AT Walker'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순간 레이아 공주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짜릿함마저 느꼈습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하게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 바통을 넘겨주다니...

앞으로 '스타워즈 시리즈'는 계속된다고 합니다. 2017년에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8]이 개봉할 것이며, 한 솔로(해리슨 포드)의 이야기도 두번째 스핀오프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어쩌면 2017년 연말도 '스타워즈'에 푹 빠져 지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포스와, 포스는 나와 함께 한다.

치루트가 주문처럼 중얼거리던 저 한마디는 어쩌면 신념에 의한 희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