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7년 영화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 - 내가 기다렸던 애니메이션이 왔다.

쭈니-1 2009. 12. 8. 19:22

 



감독 : 이성강
더빙 : 손예진, 류덕환, 공형진
개봉 : 2007년 1월 25일
관람 : 2007년 2월 1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한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저는 정말 오랫동안 제 영혼을 흔드는 한국산 애니메이션을 기다렸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할리우드의 디즈니와 드림웍스, 일본의 지브리의 애니메이션과 같은 성인들에게도 가슴 떨리는 감동을 안겨줄 애니메이션이 나올 것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기다림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로보트 태권 V], [똘이 장군], [마루치 아라치] 등 어린 시절 재미있게 본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많았지만 성인이 된 제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제 기나긴 기다림을 들춰보면 가슴 아프게도 그 시발점은 [블루시걸]부터였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용 성인 애니메이션이라는 화려한 깃발을 높이 들며 1994년 서울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헌액된 [블루시걸]은 최민수, 김혜수, 엄정화, 조형기라는 최고 스타들의 더빙과 전국 40만이라는 당시로선 꽤 흥행에도 성공을 거둔 영화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블루시걸]은 본격적인 한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의 첫 단추를 잘못 맞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스토리와 과장되게 글래머한 캐릭터들, 그리고 신음 소리만이 가득한 사운드까지... 정녕 오중일 감독은 에로틱한 그림만으로 성인 애니메이션이 완성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블루시걸]이후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우후죽순으로 개봉합니다. 하지만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를 제외하곤 전부 흥행에 대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일본의 TV용 애니메이션인 [슬램덩크]를 무작정 따라한 이규형 감독의 [헝그리 베스트 5], SF애니메이션을 표방했지만 방대한 원작의 스토리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한 이현세 감독의 [아마게돈], 그리고 신동헌 감독의 [돌아온 영웅 홍길동]까지...
그리고 끝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한동안 극장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한국산 애니메이션들은 연이은 흥행 실패와 함께 조용히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아주 오랫동안의 긴긴 겨울잠을 청하며...


 

 


새로운 도약은 그렇게 시작하였다.

그 사이 우리 관객들은 디즈니와 픽사, 드림웍스의 새로운 애니메이션에 환호했으며, 일본 시장 개방과 함께 찾아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매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영영 깨어날 것 같지 않던 우리 애니메이션도 서서히 그 기지개를 켜기 시작합니다.
그 시작은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입니다. 비록 국내 흥행엔 실패했지만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영화 축제인 안시 국제 애니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작품성에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김문생 감독의 [원더풀 데이즈] 역시 흥행 성적은 시원치 않았지만 우리 애니메이션의 기술력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서서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던 우리 애니메이션이 드디어 [천년여우 여우비]를 통해 화려한 비상을 시도합니다. [마리 이야기]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성강 감독이 좀 더 대중적인 화법으로 관객에게 다가선 이 영화는 비록 지브리의 애니메이션과 비교되며 독창적인 면에서 [마리 이야기]보다 낮은 점수를 받고는 있지만 분명 재미 면에선 한층 나아진 면모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원더풀 데이즈]를 보며 이제 기술력은 갖추어 졌으니 스토리만 보강하면 우리도 괜찮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했던 저는 [천년여우 여우비]를 통해 아름다운 영상과 귀여운 캐릭터,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전 설화인 구미호의 전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한국적이면서도 독특한 스토리와 이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써의 능력을 인정받은 이성강 감독의 연출력, 손예진, 류덕환, 공형진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까지. [천년여우 여우비]는 그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도약이라 일컬어도 될 만한 영화입니다.


 

 


나는 왜 여우비에 열광하는가?

[천년여우 여우비]를 저는 혼자 극장에서 봤습니다. 극장 안은 어른들과 함께 온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극장 안은 시끌벅적했고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아이들 때문에 영화를 맘 놓고 집중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신나는 동물 농장], [로보트 태권 V]처럼 웅이와 함께 극장을 찾았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더군요. 웅이와 왔을 땐 오히려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가 편안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래야지만 저 역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수시로 '저건 뭐야?'라고 질문하는 웅이의 질문을 답해 줄 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혼자, 그것도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인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전 영화 속에 빨려 들어가듯 눈과 귀가 모두 영화에만 집중되었습니다.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말입니다.
어린 구미호, 지구로 불시착한 외계인, 왕따 학생들과 그들에게 사회성을 길러주려는 선생님, 구미호 사냥꾼, 그림자 탐정 등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은 영화의 캐릭터들은 어느 사이 저와 호흡을 같이하며 제 감정을 쥐락펴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멍청해'라며 인간이 되기를 거부하던 여우비가 인간 소년 황금이를 만나 사랑을 느끼며 벌어지는 모험과 희생 속에서 저는 가슴이 아팠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쩌면 외계인이 떠나면 또다시 외톨이가 되어야만 하는 여우비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혼자가 되어버렸지만 개그맨을 꿈꾸는 황금이의 외로움이 혼자 영화를 봐야하는 제 마음을 뒤흔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에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이 영화의 그림과 주제가 절 매료시켰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분명한건 대부분 영화를 보고나면 다른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곤 했지만 [천년여우 여우비]만큼은 틀렸다는 겁니다. 뭔가 여운이 남아 좌석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모두들 나가버린 그 뒤에서야 여운을 털어버리며 아쉬운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여우비의 그 아름다운 희생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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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하으읍. 보고 싶습니다 ;ㅁ;.. 시간 없을 때는 꼭 좋은 영화가 나오죠..  2007/02/08   
쭈니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머피의 법칙이죠. ^^;  2007/02/08   
^_^
중학교 때 마리이야기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아서 여우비도 정말 보고 싶었는데.. 계속 못보고 있네요ㅠ_ㅠ 일본이나 미국이 아닌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 인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아!  2007/02/09   
쭈니 부끄럽게도 전 아직 [마리 이야기]를 보지 못했답니다. ^^;  2007/02/09   
액션영화광
아쉽게도 이 영화 놓쳤네요..ㅠㅠ 하지만 김관장을 봤으니 괜찮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이렇게 까지 발전하다니 놀랍습니다.^^
 2007/02/11   
쭈니 솔직히 [블루시걸]과 비교한다면 발전정도가 아니라 환골탈태입니다. ^^  2007/02/12   
소라빵
여우비는 정말 기막힌 애니메이션인듯하네요..
하지만 성우때문에 문제가 좀 많았죠..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것보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 성우도 아닌 연예인을 썼다니..
참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2007/02/17   
쭈니 성우문제는 참... 뭐랄까 아직 해결책이 딱히 안보입니다.
전문 성우가 더빙한 [원더풀 데이즈]의 경우도 더빙 문제가 가장 큰 핸디캡으로 발생했으니...
하지만 점점 나아지겠죠. ^^
 2007/02/17   
라울
쭈니님의 글을 보고
이거다!! 싶어서 바로 보았습니다아~
아 ~ 좋군요 ㅎㅎ
아직 일본 애니에 비해서 약간의 부족한 점도 보이지만
우리나라 애니가 이정도로 발전했다니 뿌듯합니다..
더 더 더 많은 국산 애니매이션이 나왔으면 하네요 ㅎㅎ
 2007/06/25   
쭈니 저도 동감입니다.
우리 애니... 분명 가능성있습니다. ^^
 2007/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