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데이비드 에이어
주연 : 윌 스미스, 자레드 레토, 마고 로비, 비올라 데이비스
개봉 : 2016년 8월 3일
관람 : 2016년 8월 17일
등급 : 15세 관람가
결국 내 눈으로 확인하고야 말았다.
지난 며칠동안 영화에 대한 제 관심사는 온통 [수어사이드 스쿼드]뿐이었습니다. 8월에 개봉한 여섯편의 기대작 중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제외한 다섯편을 극장에서 관람을 마치고 나서부터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제 집착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결국 지난 8월 14일 구피를 설득해서 웅이와 함께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려던 계획이 무산되고부터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지 못하는 제 상황이 점점 짜증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주위의 평은 거의 최악이었고,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과 함께 국내 극장 상영이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입니다. 이쯤되면 나중에 다운로드로 나오면 보겠다는 생각으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포기해도 될텐데, 오히려 영화에 대한 기존의 기대감에서 '영화가 얼마나 엉망이길래?'라는 호기심이 더해져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제 열망은 깊어만 갔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짜증스러운 상황이 8월 17일 수요일로 끝났습니다. [스타트렉 비욘드], [서울역] 등 신작이 개봉하기 전까지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고야 말겠다는 제 열망은 결국 없는 시간을 쥐어 짜내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게끔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볼 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하루종일 굶어서 무더위에 배고픔까지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이렇게 억지로라도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고나니 마음만큼은 편하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안달 복달을 하며 어거지로 시간을 만들어 결국 극장에서 관람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저를 만족시켰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왜 그토록 많은 분들이 왜 이 영화에 대해서 실망감을 드러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제게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어렵게 본 영화이기에 웬만하면 재미있게 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의 단점들만 눈에 띄어서 정말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실망감을 한바가지 쏟아내기 전에 먼저 이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슈퍼맨'(헨리 카빌)이 죽은 그 이후부터 영화를 시작합니다. '슈퍼맨'이 죽은 상황에서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가진 적의 존재를 알게된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는 막강한 힘을 가진 슈퍼 빌런들을 이용해서 적을 물리치는 위험한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그렇게해서 뽑힌 슈퍼 빌런은 데드샷(윌 스미스), 할리퀸(마고 로비), 캡틴 부메랑(제이 코트니), 크록(아데윌 아킨노오예 아바제), 엘 디아블로(제이 헤르난데즈), 슬립 낫(아담 비치)입니다. 이제 그들은 고고학자인 문(카라 델레바인) 박사의 몸에 기생하는 고대의 마녀 인챈트리스를 무찔러야만 합니다. 과연 이 최악의 범죄자들은 아만다 월러의 바람대로 인챈트리스를 무찌르고 영웅이 될까요?
할리퀸이 이 영화를 살렸다고?
많은 분들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할리퀸에게만큼은 만족감을 표현했습니다. 어떤 분은 이 영화에 대해 '역대급 여자 캐릭터 한명이 멱살잡고 끌고 간다.'라는 한줄평을 남겼을 정도입니다. 사실 저도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기전, 가장 기대했던 캐릭터가 할리퀸이었습니다. 할리퀸은 마블과 DC를 통털어 가장 매력적인 빌런으로 손꼽히는 조커(자레드 레토)의 연인이자, 똘끼충만한 보기드문 여자 빌런이기 떄문입니다.
분명 할리퀸은 그 명성 그대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할린 퀸젤은 감옥에 갇힌 조커의 정신 상담을 담당하다가 오히려 조커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은 조커가 탈옥하도록 도와주게됩니다. 그 후 조커를 따라 할리퀸이라는 빌런으로 재탄생하는데, 아름다운 얼굴에 완벽한 몸매를 가진 할리퀸은 조커의 연인답게 똘끼로 똘똘 뭉친 캐릭터입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영화 초반은 데드샷과 할리퀸이 이끌고 간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잔인한 킬러지만 딸에 대한 사랑만큼은 차고 넘치는 데드샷이 너무 전형적인 캐릭터라면, 할리퀸은 이전의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였기에 데드샷보다 훨씬 눈에 띕니다. 왜 많은 분들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는 실망했으면서 할리퀸에게만큼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더군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의 인기 덕분에 솔로 영화 제작까지 확정이 된 할리퀸. 하지만 저는 그녀에게 100% 만족할 수는 없었습니다. 분명 영화 초반 그녀는 독특한 매력을 맘껏 발산합니다. 귀엽고, 매력적이면서, 위험하고, 똘끼가 철철 넘쳐흐르는 할리퀸의 모습은 그녀가 최악의 빌런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 역시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지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끔 만듭니다. 하지만 할리퀸의 매력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옅어집니다.
할리퀸은 조커에 대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캐릭터입니다. 어쩌면 그녀가 감옥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언젠가 조커가 자신을 구하러 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믿음대로 조커는 할리퀸이 인챈트리스와 한바탕 전쟁을 벌어기 전에 그녀를 구해냅니다. 문제는 조커의 할리퀸구출작전이 성공직전 아만다 월러에 의해 저지되고, 헬기 추락으로 조커의 생사는 알수 없게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할리퀸의 캐릭터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합니다.
어쩌면 할리퀸은 조커가 죽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자신을 버티게 해줬던 모든 것을 잃었고, 그래서 다시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으로 돌아갔는지도 모릅니다. 조커를 제외하고는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준 유일한 팀이니까요.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고분고분해지면서 영화 초반 보여줬던 할리퀸의 매력은 사라지고 맙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빌런이 빌런답게 보이지 않는 다는 점. 영화 초반 가장 빌런다웠던 할리퀸마저 영화 후반에 빌런인지 히어로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왜 빌런이 세상을 구해야만 하는가?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빌런이 세상을 구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치면 안됩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왜 빌런이 세상을 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빌런은 세상을 구하려하는지, 이 두가지를 이해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그런데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이 두가지 숙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아만다 월러는 슈퍼 빌런으로 구성된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으려 하면서 만약 '슈퍼맨'이 테러리스트라면 누가 그들을 막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정부 각료들에게 던집니다. 그러면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슈퍼 빌런들을 이용하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과연 슈퍼 빌런들을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 라는 점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아만다 월러는 인챈트리스의 심장을 해답으로 제시합니다.
아만다 월러가 인챈트리스의 심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챈트리스는 아만다 월러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인챈트리스가 기생하는 준 문 박사를 사랑하는 릭 플래그(조엘 킨나만)는 연인을 살리기 위해 아만다 월러의 말을 거역할 수 없을 것이며, 릭 플래그가 이끄는 '수어사이드 스쿼드'팀의 슈퍼 빌런의 몸에 폭탄을 삽입함으로써 만약 통제가 되지 않으면 슈퍼 빌런들을 죽이면 된다는 식의 논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는 허점 투성이입니다. 아만다 월러가 슈퍼 빌런들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은 인챈트리스의 심장입니다. 하지만 아만다 월러는 그토록 중요한 인챈트리스의 심장을 너무 쉽게 빼앗깁니다. 하긴 인챈트리스의 심장을 너무 쉽게 얻었으니 빼앗기는 것도 쉬울 수 밖에요. 이렇게 인챈트리스에 대한 통제권을 너무나도 쉽게 상실한 아만다 월러는 그 이후에도 허점투성이 행보를 이어나가고, 인챈트리스의 통제권을 상실했으니 릭 플래그에 대한 충성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게다가 조커 역시 너무나도 간단하게 할리퀸 몸 안의 폭탄을 무력화시킵니다. 할리퀀의 몸 안에 폭탄이 이렇게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면 다른 슈퍼 빌런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결국 아만다 월러는 슈퍼 빌런으로 세상을 구한다는 위험천만한 계획을 세워놓고, 인챈트리스의 심장도 얼렁뚱땅 빼앗기고, 슈퍼 빌런의 몸 안 폭탄도 간단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불량품을 사용한 셈입니다. (이 여자, 할줄 아는게 뭐야?)
DC는 아만다 월러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숼드 수장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줄 것이라 기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그녀는 너무 허술하고 멍청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정부기밀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동료들을 죽이지만, 결국 그녀 자신이 인챈트리스에게 조종당해서 미국의 군사기밀 시설을 노출시키는 장면은 그녀의 한심함을 극대화시킵니다. 이렇게 카리스마라고는 전혀 없는 한심한 아만다 월러가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이끄니 그들의 작전이 재미있을리가 없습니다.
왜 빌런은 세상을 구하려하는가?
저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며 왜 '배트맨'이나 '플래쉬맨', '원더우먼'이 나서지 않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만다 월러가 베타휴먼으로 팀을 짜려 했다면 슈퍼 빌런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닌 히어로 진영에 먼저 도움을 요청해야했던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그녀는 컨트롤할 능력도 안되면서 슈퍼 빌런으로 팀을 짰습니다. 다행히 슈퍼 빌런들이 인챈트리스는 막아냈지만 하마터면 인류를 최악의 위기로 몰아놓을 뻔 했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배트맨'(벤 애플렉)과 '플래쉬맨'이 잠깐씩 등장합니다. '배트맨'은 영화 초반 데드샷과 할리퀸을 잡아 감옥에 처넣는 역할울 수행했고, 캡틴 부메랑은 '플래쉬맨'에게 붙잡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챈트리스가 인류를 위기에 빠뜨리려 했던 그 순간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인류의 위기보다 더 중요한 바쁜 임무가 있었던 것인지... 이런 히어로의 부재 때문에 결국 슈퍼 빌런들이 인챈트리스를 막기 위해 나섭니다. 그런데 나쁜 놈들인 그들이 갑자기 세상을 구하겠다고 뛰어든 이유가 무엇일까요?
데드샷은 딸을 보게 해주겠다는 아만다 월러의 약속을 믿었고, 할리퀸은 조커도 죽은 상황에서 이제 삶의 낙이 없으니 그냥 심심해서 인챈트리스와 한바탕 싸워보려고 나선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른 빌런들은? 특히 캡틴 부메랑의 행동을 눈여겨봐야합니다. 그는 정말 몸 안에 폭탄이 있는지 실험해보기 위해 슬립 낫에게 탈출을 해보라고 꼬드깁니다.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동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의리제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에는 갑자기 의리남이 되어 팀원들과 함께 인챈트리스와 맞서 싸웁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이런 식입니다. 무슨 자신감으로 아만다 월러가 슈퍼 빌런으로 팀을 짰는지도 이해가 안되는데, 갑자기 왜 빌런들이 히어로인척 하는지도 이해가 안됩니다. 빌런이면 빌런답게 싸우고, 빌런답게 아만다 월라의 뒷통수를 치려 해야하지만,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빌런들은 너무 고분고분합니다. 이래가지고는 빌런이 세상을 구한다는 이 영화의 독특한 설정은 그저 설정일뿐, 다른 슈퍼 히어로 영화와 별다른 차별점이 없어져버립니다.
게다가 인챈트리스 남매도 초반의 무시무시한 위력과는 달리 끝이 허무합니다. 특히 인챈트리스는 어떻게 오빠의 불러낼 수 있었는지 자세한 설명도 없고, 그렇게 갑자기 세상으로 소환된 인챈트리스의 오빠는 뭔가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처럼 행동하다가 폭탄 하나로 간단하게 제압됩니다. 그리고 인챈트리스 역시 요상한 춤만 추다가 허무하게 죽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재미없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모든 것이 대충대충입니다. 아만다 월라는 대충대충 인챈트리스의 심장을 손에 넣었다가 빼앗기고, 인챈트리스는 대충대충 오빠를 소환해서 인간에게 복수를 하려다가 폭탄 하나에 죽으며, 슈퍼 빌런들은 대충대충 슈퍼 히어로 흉내만 내다가 다시 감옥에 갇힙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도 그러더니, 아무래도 DC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캐릭터들을 치밀하게 영화로 옮기는 능력은 없나봅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설정으로 이렇게 대충대충 영화를 만들어낸 것을 보면 말입니다.
솔로영화를 통해 캐릭터를 완성해놓고 단체영화를 완성한 마블
그와는 달리 DC는 단체영화로 대충대충 마블을 따라 잡으려한다.
이렇게 DC가 조급증 때문에 대충대충 영화를 만든다면
평생 마블을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마블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인지도 높은 캐릭터를 다수 가지고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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