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6년 영화이야기

[국가대표 2] - 실화인 듯, 실화아닌, 실화같은 영화

쭈니-1 2016. 8. 18. 15:04

 

 

감독 : 김종현

주연 : 수애, 오달수, 오연서, 하재숙, 김슬기, 김예원, 진지희, 박소담

개봉 : 2016년 8월 10일

관람 : 2016년 8월 15일

등급 : 12세 관람가

 

 

[국가대표]와 [국가대표 2]의 연결점

 

지난 8월 9일 화요일부터 8월 15일 월요일까지 정확히 일주일동안 정말 열심히 영화로 달렸습니다. 7일간 다섯편의 영화를 봤으니 이 정도면 여름휴가와 광복절 연휴 기간동안 정신없이 영화만 본 셈입니다. 이렇게 영화로 보낸 일주일 동안의 마지막 영화는 [국가대표 2]입니다. [국가대표 2]는 2009년 7월에 개봉해서 848만명(공식통계)의 관객을 동원했던 [국가대표]의 속편입니다. 하지만 소재를 제외하고 [국가대표]와 연결되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국가대표]는 1996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국가대표 2]는 1999년 강원 동계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개최국 체면치레를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급조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국가대표]와 [국가대표 2]는 급조된 비인기종목 '국가대표'팀이라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감독과 주연배우, 그리고 스포츠 종목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국가대표'라는 제목을 공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국가대표 2]는 첫 장면부터 "우리 영화는 [국가대표]의 속편이다."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애씁니다. [국가대표 2]의 첫장면은 [국가대표]의 명장면 중 하나인 오버스트도르프 월드컵에서 차헌태(하정우)의 스키 점프 장면입니다. 하지만 스키점프 장면을 보던 사람들은 "요즘 누가 이런걸 보냐?"라며 채널을 돌려버리고, 동계 올림픽 종목 중 우리나라의 주종목인 쇼트트랙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박채경(오연서)의 캐릭터를 소개합니다.

 

[국가대표]와 [국가대표 2]의 연결점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급조된 '국가대표'인만큼 선수 구성원은 어정이 떠중이이지만, 그 중 에이스가 한명 있습니다. [국가대표]에서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 입국한 미국 국가대표였던 최현태가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에이스입니다. [국가대표 2]에서는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팀 소속이었다가 탈북한 리지원(수애)이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의 에이스입니다.

그런데 최현태와 리지원은 비슷한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최현태는 미국으로 입양보내졌기 때문에 미국인 취급을 받고 있고, 리지원은 북한 탈북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닙니다. 그리고 가족을 찾고 있다는 점도 같습니다. 최현태는 친엄마를, 리지원은 함께 탈북하지 못하고 북에 남겨놓은 동생 리지혜(박소담)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실력이 의심되는 못미더운 '국가대표'팀 감독도 비슷하고, 연맹으로부터 제대로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과, 제대로된 훈련장이 없어서 고생하는 모습 등등 [국가대표]와 [국가대표 2]는 스키점프와 여자 아이스하키로 종목이 바뀌었을 뿐, 서로 닮은 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렇듯 [국가대표 2]는 흥행작인 [국가대표]를 최대한 참고해서 만들어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입니다. 

 

 

리지원과 박채경의 캐릭터가 좋았다.

 

연휴의 마지막날 웅이와 함께 [국가대표 2]를 관람한 저는 꽤 재미있게 영화를 봤습니다. 제가 [국가대표 2]를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속의 캐릭터가 꽤 좋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였지만, 아버지 때문에 탈북할 수 밖에 없었던 리지원. 하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전무한 한국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국가대표 2]는 그러한 상황에서의 리지원의 절박감, 무기력함을 잡아냅니다.

리지원과 더불어 [국가대표 2]를 이끌어나가는 캐릭터는 박채경입니다. 고아 출신의 박채경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이지만, 만년 2인자에 불과했습니다. 아무도 2등에 불과한 그녀를 주목하지 않는 상황. 결국 그녀는 1등에 대한 욕심 때문에 무리한 레이스를 벌어게 되고, 결국 팀킬을 함으로써 국민밉상녀가 되고,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강제 퇴출되고 맙니다.

사실 박채경은 그렇게 정감가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 들어오지만 그녀는 열심히 할 생각도, 의지도 없습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탈북자인 리지원을 비꼬고, 같은 팀원들을 업신여깁니다. 하지만 저는 박채경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쇼트트랙 금메달을 위해서 대표팀 에이스의 '페이스 메이커'일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 또한 주인공이 되고 싶었고, 어쩌면 그것은 운동 선수라면 당연한 욕심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위해서 희생을 강요당하는 현실은 그녀를 국민밉상녀로 낙인 찍어 버린 것입니다.

 

그에 비해 다른 캐릭터들은 약간의 무리수가 있습니다. 아이스하키 협회 경리 출신으로 시간외 수당을 준다는 이유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 들어온 조미란(김슬기)은 사실 어거지 캐릭터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스하키 협회장에게 시원한 한방을 날리는 역할을 수행했으니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다른 멤버인 고영자(하재숙), 김가연(김예원), 신소현(진지희)은 거의 캐릭터가 생략되다시피 했으니까요.

그 중 가장 무리수가 있는 캐릭터는 대표팀 감독인 강대웅(오달수)입니다. 아무도 임시로 생겨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감독을 맡으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거지로 감독이 된 강대웅은 초반엔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관심도 없고, 열정도 없고, 능력도 없어보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각성하는데, [국가대표]에서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였다가 스키점프 대표팀 코치가된 방종삼(성동일)을 의식한 조금은 무리수를 둔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저는 캐릭터 부분에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국가대표 2]는 6명의 '국가대표'팀과 감독인 강대웅의 캐릭터를 모두 잡아내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결국  리지원과 박채경에 올인했습니다. 그러한 것이 [국가대표]보다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기엔 부족함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실화일까?

 

분명 [국가대표 2]는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영화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에 대한 진한 여운이 남기보다는 오히려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생겨 버립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실화 때문입니다. 저는 [국가대표 2]를 보고나서 이 영화의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실화인지 검색해봤고, 그 결과 영화의 거의 대부분이 실화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가대표 2]에서 실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열악한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상황 뿐입니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탈북 선수가 '국가대표'의 에이스이긴 하지만 그녀에겐 북에 남겨놓고온 여동생이 없다고 합니다. 결국 영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북한과의 경기에서 리지원이 여동생과 극적인 만남을 가지는 장면은 영화의 재미를 위한 허구인 셈입니다.

그러한 사실을 알게되자 저는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국가대표 2]에서 제 눈시울을 가장 뜨겁게 만든 장면이 경기가 끝난 후 공항에서 리지원과 리지혜가 이별 장면이었는데, 이것이 실화가 아니라니... 김종현 감독은 공항에서의 이별 장면에서 아예 대놓고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하겠다며 덤벼듭니다. 만약 이 장면이 실화였다면 김종현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물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진한 여운이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니 조금은 속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도 리지원과 리지혜의 사연이 너무 극적이라서 실화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습니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는 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가슴아픈 사연 한개 정도는 집어넣을 수 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사실 [국가대표]에서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온 차헌태의 사연도 실화는 아니었습니다. 분명 이 부분이 실화였다면 영화에 대한 감동이 배가 되었을테지만, 아니라고해도 어쩔 수가 없죠.

리지원과 리지혜의 가슴아픈 사연보다 [국가대표 2]가 저를 더 실망하게 만든 것은 영화속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이안 게임에 출전해서 벌인 게임 내용입니다. 영화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북한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1승 2무 1패로 아쉽게 매달 획득에 실패합니다. 특히 마지막 게임인 북한과의 경기에서 혈투 끝에 비기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열악한 국내 환경과 제대로된 훈련조차 할 수 없었던 그들이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 강호들과 맞붙어 대등한 경기를 하는 장면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찡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저렇게 멋진 경기를 펼쳤을까요?

 

 

그녀들의 경기가 창피했니?

 

영화를 보고나서 검색한 결과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의 성적은 1승 2무 1패가 아닌 4전 전패입니다. 그것도 1골만 넣고 80골을 허용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1대30으로 패했고, 북한에게도 0대10으로 졌습니다. 제가 화가나는 것은 경기 결과가 아닙니다. 이 처참한 결과를 미화한 [국가대표 2]의 만행입니다. 과연 경기 결과마저 엉터리로 이뤄졌는데 이 영화를 실화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경기 결과가 결코 창피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녀들의 첫 걸음이었고, 그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가대표 2]가 이러한 경기 결과를 가감없이 영화에서 보여줬다면 오히려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요? 처참하게 패하고, 모든 이들이 그녀들을 비웃어도 결코 아이스하키를 포기하지 않는 그녀들의 열정만 보여줬어도 [국가대표 2]의 감동은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짙은 여운으로 배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겁하게도 [국가대표 2]는 그녀들의 경기 결과를 최대한 미화시켰습니다. 왜? 그녀들의 땀과 열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야 했던 처참한 경기 결과가 [국가대표 2]는 창피했던 것일까요? 도대체 왜요? 잘 해야만 감동이고, 못하면 감동이 아닌 건가요? 영화를 보고나서 [국가대표 2]에게, 그리고 김종현 감독에게 진심으로 화가 났습니다. 그들은 그녀들의 땀과 열정을 오히려 거짓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요.

 

대한민국의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열악한 국내 환경과 싸워야 했고, 최하위 팀이라는 비웃음에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2005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세계선수권 최하4부 리그에서 첫 승을 신고했고, 3부 리그로 승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는 [국가대표 2]의 인공조미료가 잔뜩 뿌려진듯한 가공된 이야기보다, 실제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더 감동적입니다.

만약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국가대표 2]를 관람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될까요?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4전 전패를 한 전력을 1승 2무 1패로 미화한 영화를 보며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았을까요?  최선을 다했기에 4전 전패도 떳떳할 수 있었던 그녀들이지만, 영화를 본 주위 사람들이 '정말 1승 2무 1패'를 했냐고 물으면 아마 창피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결국 [국가대표 2]는 실화를 소재로 했다고 하면서도 스포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 결과마저 가상으로 꾸며낸 실화같지 않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는 어느정도 영화의 재미를 느꼈으면서,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를 보며 느꼈던 재미에 배신감을 느끼게하는 흔치 않는 경험을 안겨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감동은 인공조미료를 팍팍 뿌린 듯한 엉터리 이야기가 아닌,

진정성있고, 진솔한 이야기일 것이다.

[국가대표 2]가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열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이따위 거짓 감동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