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존 추
주연 : 제시 아이젠버그, 마크 러팔로, 다니엘 래드클리프
개봉 : 2016년 7월 13일
관람 : 2016년 7월 22일
등급 : 12세 관람가
웅이의 여름방학 첫날
지난 목요일 방학식을 함으로써 웅이의 여름방학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방학식을 하던 날, 담임 선생님의 지도아래 반 친구들과 학교에서 물총싸움을 하던 웅이는 그만 넘어져서 무릎과 팔 뒤꿈치에 큼지막한 상처를 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로인해 상처가 덧난다는 이유로 웅이는 방학 첫날부터 외출 금지령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사실 남자아이들은 넘어지고, 상처나면서 크는 것 아니겠습니까? 비교적 얌전한 어린시절을 보낸 저도 툭하면 넘어져서 무릎에 딱지가 끊이질 않았었는걸요. 결국 저는 구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웅이의 여름방학 첫날을 기념하기 위해 웅이를 데리고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구피는 웅이와 영화를 보러가면 [부산행]을 같이 안봐주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저는 태연스럽게 "그러시던지..."라고 맞받아쳤습니다.
웅이의 여름방학 첫날을 기념한 영화는 [나우 유 씨 미 2]입니다. 사실 저는 2013년에 개봉했던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을 극장에서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나우 유 씨 미 2]의 개봉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었습니다. 하지만 웅이는 달랐습니다. 2013년 당시에는 웅이가 만 12세가 되지 않았기에 웅이에게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을 보여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웅이는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을 학교에서 이미 봤다고 하네요. 요즘 학교에선 영화도 자주 보여주나봅니다.
저는 보고 싶었던 [나우 유 씨 미 2]를 봐서 좋고, 웅이는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며 보낼뻔한 여름방학 첫날을 저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보낼 수 있어서 좋고, 이렇게 누이좋고 매부좋은 저와 웅이의 [나우 유 씨 미 2]의 관람은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구피는 웅이를 극장에 데려간 제게 잔뜩 삐쳐 있었지만... 뭐 웅이를 위해서라면 구피의 삐침정도는 감수할 수 있습니다. ^^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악덕보험회사 회장 아서(마이클 케인)를 엿먹이고, 태디어스(모건 프리먼)에게 개인적인 복수에 성공한 딜런(마크 러팔로)과 그가 모집한 포 호스맨, 다니엘(제시 아이젠버그), 메리트(우디 해럴슨), 헨리(아일라 피셔), 잭(데이브 프랭코)의 활약을 담았었습니다. 그리고 [나우 유 씨 미 2]는 그들의 통쾌하고 짜릿한 완전 범죄를 저지른지 3년이 지난 이후의 모습으로 영화를 시작합니다.
포 호스맨은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딜런은 30년간 준비한 개인적 복수까지 이뤄냈지만 3년 후의 그들 모습은 초라하기만합니다. FBI인 딜런은 포 호스맨과 한패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그로인해 포 호스맨은 별다른 활동없는 잠수상황입니다. 특히 포 호스맨의 유일한 홍일점이었던 헨리는 팀을 탈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딜런과 포 호스맨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서서히 깨지기 시작합니다.
완벽한 팀웍을 보이던 그들의 위기
[나우 유 씨 미 2]는 바로 이 시점에서부터 영화를 시작합니다. 다니엘은 딜런의 리더쉽을 의심하며 자신이 직접 포 호스맨을 이끌고 싶어합니다. 그러한 다니엘과 딜런의 분열은 포 호스맨을 최악의 위기로 이끕니다. 그들의 분열을 이용해서 IT업계의 큰 손 월터(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포 호스맨을 마카오로 납치했기 때문입니다.
월터가 원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컴퓨터를 컨트롤할 수 있는 카드를 포 호스맨이 훔쳐서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것. 하지만 다니엘은 이 위기를 이용해서 자신의 리더쉽을 팀원에게 인정받고, 딜런을 대신해서 포 호스맨을 이끌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는 사이 혼자 남은 딜런은 포 호스맨을 찾기 위해 아버지의 원수인 태디어스를 탈옥시키고, 그와 손을 잡습니다. 이로써 월터와 다니엘, 딜런과 태디어스는 위험천만한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월터가 아서의 사생아임을 감안한다면 [나우 유 씨 미 2]는 월터를 이용한 아서의 복수와 자신을 감옥에 넣은 딜런을 향한 태디어스의 복수가 동시에 진행되는 셈입니다. 속편이 전편을 능가하는 악당을 등장시키는데 반에 [나우 유 씨 미 2]는 전편에서의 악연을 속편에서도 고스란히 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속편 영화는 캐릭터를 새롭게 늘리며 전편보다 나은 영화적 재미를 구축하려합니다. [나우 유 씨 미 2]도 마찬가지인데, 전편에서 포 호스맨에게 무방비 상태로 당했던 아서에게 월터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생겼고, 메리트의 형이자 체면술의 대가인 체이스가 월터를 도움으로써 포 호스맨에게 복수를 하려는 아서 진영은 캐릭터가 풍족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서 진영과는 달리 딜런과 포 호스맨 진영은 새로 추가된 캐릭터가 없습니다. 분명 룰라(리지 캐플란)가 포 호스맨에 새롭게 합류했지만 이는 전편의 헨리 빈자리를 메꾸는 것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전편에서 딜런과 솔솔한 케미를 자랑했던 알마(멜라니 로랑)가 빠짐으로써 딜런과 포 호스맨 진영은 아서 진영과 비교해서 초라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속편 영화와는 분명 다른 선택입니다.
영화 초, 중반까지 딜런과 포 호스맨이 아서에게 일방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렇게 새로운 캐릭터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딜런과 포 호스맨이 당하면서 영화가 끝날 수는 없죠. 결국 영화 후반에 딜런과 포 호스맨 진영에서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듭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우 유 씨 미 2]의 문제는 바로 이 시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회심의 카드가 오히려 영화를 미지근하게 만든다. (스포 포함)
[나우 유 씨 미 2]의 회심의 카드는 바로 중국입니다. 최근 들어서 할리우드는 부쩍 중국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국 시장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에 개봉한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의 경우 북미 시장에서 폭망했어도 중국 시장에서 대박이 난 덕분에 수익을 올렸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할리우드가 중국 시장을 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나우 유 씨 미 2]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필 월터가 숨어서 지내는 곳이 마카오이고, 포 호스맨을 마카오로 납치했다는 설정 자체가 중국에서의 흥행을 위한 회심의 카드인 셈입니다. 어쩌면 [나우 유 씨 미 2]의 감독으로 중국계 미국인 감독인 존 추를 발탁한 것도 그러한 계산에 의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영화의 주요 무대가 중국으로 바뀐 만큼 중국 배우들도 꽤 눈에 띕니다. 그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마카오의 마술 상점을 하고 있는 부부(채천)와 리(주걸륜)의 등장은 의미심장합니다. [나우 유 씨 미 2]는 아서 진영과는 달리 새롭게 추가된 새로운 캐릭터가 없는 딜런과 포 호스맨을 위해 영화 후반에 부부와 리를 딜런과 포 호스맨을 위한 회심의 카드로 제공합니다.
그런데 이 회심의 카드라는 것이 결코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뭔가 부부와 리가 딜런과 포 호스맨의 반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단지 부부와 리가 아서에게 반격을 준비하는 딜런과 포 호스맨에게 "우리도 있잖아."라며 한번 미소지어주는 것이 끝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부부와 리는 그저 중국 흥행을 노린 캐릭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나우 유 씨 미 2]에서 마지막 히든 카드는 태디어스입니다. 처음엔 태디어스의 목적이 딜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으로 보였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것이 아님이 밝혀집니다. 결국 태디어스는 딜런의 복수 대상이 아닌 그의 편이라는 것이 밝혀지는데, 그러한 마지막 반전은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에서 이미 사용했던 것입니다.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에서 포 호스맨을 뒤쫓는 FBI요원 딜런이 사실 포 호스맨과 한편이라는 설정과, [나우 유 씨 미 2]에서 딜런에게 복수를 하려는 듯 보였던 태디어스가 오히려 딜런을 도와주고 있었다는 설정은 상당히 유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지막 히든 카드 역시 전편보다 못합니다. 딜런이 포 호스맨을 뒤쫓는 척 하면서 그들을 도와줬다는 전편의 설정은 결정적이었지만, [나우 유 씨 미 2]에서의 태디어스 역할은 전편의 딜런과 비교해서 전혀 임팩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편보다 못한 속편
분명 저와 웅이는 [나우 유 씨 미 2]를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볼거리도 풍부했고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영화가 진행되어 무더운 여름에 보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전편인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과 비교를 한다면 [나우 유 씨 미 2]는 전편보다 훨씬 못한 속편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에서는 마지막 반전에서 묘한 희열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나우 유 씨 미 2]에서는 그러한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비행기 트릭의 경우는 너무 뻔히 보였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주인공이 죽을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서의 비행기가 가짜임은 쉽게 추측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우 유 씨 미 2]는 북미에서 6천4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치는 흥행 참패를 기록했습니다.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의 북미 흥행기록이 1억1천7백만 달러임을 감안한다면 전편보다 절반 정도 밖에 못 벌어들인 셈입니다. 하지만 기대대로 중국에서의 흥행은 좋았습니다.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이 중국에서 2천2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친 반면, [나우 유 씨 미 2]는 무려 9천6백만 달러를 벌었으니까요. 중국 흥행이 북미 흥행보다 오히려 더 높습니다. [나우 유 씨 미 2]의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도 전체적인 흥행 성적을 놓고 비교한다면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이 3억5천1백만 달러, [나우 유 씨 미 2]는 2억8천5백만 달러입니다. 중국에서 1억 달러 가까이 흥행했기에 망정이지, 중국 흥행이 없었다면 제작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고 폭삭 망한 영화가 될 뻔했습니다.
[나우 유 씨 미 2]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중국 흥행을 위해 공들인 것만큼, 전편을 뛰어 넘기위한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다면 어쩌면 중국 흥행이 줄어들었어도 전체적인 흥행성적은 올라가지 않았을까요? 결국 중국 흥행이라는 눈에 보이는 달콤한 열매를 위해 영화의 모든 것을 중국에 맞춰 버렸고, 그로인하여 치밀했어야할 시나리오가 헐거워져버렸습니다.
딜런과 포 호스맨의 모험은 과연 계속 진행될 수 있을까요? 만약 3편이 나온다면 제발 눈에 보이는 달콤한 열매를 위해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치밀한 시나리오를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나서 웅이가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해줘서 망정이지, 만약 저 혼자 이 영화를 봤다면 전편보다 못한 이 영화에 실망감만 잔뜩 안고 극장 밖으로 나설뻔 했습니다.
상업영화는 어차피 관객을 위한 영화이다.
이 영화가 중국관객만 아닌 전 세계 관객을 위한다면
억지 설정, 억지 캐릭터 대신 좀 더 치밀한 설정, 치밀한 캐릭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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