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6년 영화이야기

[도리를 찾아서] - 너무 착하고 아름다워서 감동이 밀려온다.

쭈니-1 2016. 7. 13. 15:14

 

 

감독 : 앤드류 스탠튼

더빙 : 앨런 드제너러스, 앨버트 브룩스

개봉 : 2016년 7월 6일

관람 : 2016년 7월 10일

등급 : 전체 관람가

 

 

기말고사를 망치고 어깨가 축 늘어진 웅이

 

한때 웅이는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우등생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딱 한번 시험 점수가 올백점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웅이의 반 친구들은 웅이를 우등생 취급해준 것입니다. 그 이후로도 웅이는 시험을 볼 때마다 평균 90점대 이상의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특별히 학원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희가 앉혀놓고 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닌데, 웅이는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웅이가 중학교에 진학하자 구피는 이제 슬슬 웅이도 학원에 보내서 공부를 시켜야 한다며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웅이는 혼자 알아서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저와 구피는 1학년 1학기때까지는 일단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갔고, 학기를 마감하는 기말고사가 지난 주에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때처럼 웅이는 혼자 알아서 공부했습니다. 철없는 아빠인 저는 웅이를 꼬드겨서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를 보고 오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저와 영화볼 때를 제외하고 웅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EBS 강의를 들으며 주말동안 스스로 기말고사 시험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시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직 전체 과목의 점수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충격적이게도 국어 점수가 70점대라고 합니다. 웅이로써는 처음 70점대라는 시험 점수를 받게된 셈입니다.

 

솔직히 구피는 이러한 웅이의 시험 성적을 어느정도 예상한 듯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때 공부했던 방식으로는 중학교때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것은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당연한 상식입니다. 결국 구피는 웅이가 스스로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할 생각으로 가만 내버려 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구피의 의도는 맞아 떨어졌습니다.

충격적인 시험 점수를 받고 축 쳐진 어깨로 집에 돌아온 웅이. 그런 웅이를 구피는 꼭 안아줍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면 되니 실망할 필요없다며 웅이에게 용기를 복돋아줍니다. 그래서일까요? 웅이의 이번 여름방학 계획은 2학기 예습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방학동안 놀 계획만 열심히 세우던 웅이였는데, 이젠 방학동안 공부할 계획부터 먼저 세우네요.

구피가 엄마로써 제 역할을 하는 동안 저는 놀기 좋아하는 아빠로써 제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화 보기입니다. 기말고사 시험공부를 하는 웅이를 꼬드겨서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를 보러 가는 만행을 저지르며 웅이의 충격적인 시험 성적에 일조했던 저는 시험 성적에 실망한 웅이를 또다시 꼬드겼습니다. 시험 성적이 실망스러울 땐 재미있는 영화보며 기운을 차려야 된다며 웅이와 [도리를 찾아서]를 보고 왔습니다.

 

 

어린 아들을 찾아나섰던 말린, 이번엔 부모를 찾아나선 도리이다.

 

2003년 6월 국내에 [니모를 찾아서]가 개봉했었습니다. 당시 저는 구피와 결혼한지 몇달 되지 않은 새신랑이었고, 웅이는 구피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의 연이은 흥행 성공으로 픽사는 애니메이션의 신흥 강자로 서서히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무려 13년 전의 일이군요. 세월이 참 빠릅니다. [니모를 찾아서]가 무려 13년 전 영화라니...

픽사의 영화가 언제나 그랬듯 2003년에도 저는 [니모를 찾아서]를 보며 열광했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니모를 찾아서]가 웅이가 태어나기 전에 개봉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제가 아빠가 된 후 [니모를 찾아서]가 개봉했다면 저는 어린 '니모'를 찾아 나선 아빠 말린(앨버트 브룩스)의 모험에 감정이입을 하며 더욱 영화에 몰입했을텐데 말입니다.

암튼 인간에게 납치된 '니모'를 찾아나선 소심한 물고기 말린과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도리'(앨런 드제너러스)의 모험을 담은 [니모를 찾아서]는 국내에서 2013년 5월에 재개봉을 할 정도로 많은 팬을 확보한 걸작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리고 13년만에 제작된 [니모를 찾아서]의 속편 [도리를 찾아서]는 말린과 '도리'가 우여곡절 끝에 '니모'를 찾은지 1년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도리를 찾아서]의 내용은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도리'가 우연히 깊은 기억 속에 숨어 있던 가족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합니다. '도리'는 엄마, 아빠를 찾아 길을 떠나고, 말린과 '니모' 역시 '도리'의 모험에 동행합니다. [니모를 찾아서]가 아들을 찾아나선 부모의 이야기라면, [도리를 찾아서]는 부모를 찾아나선 딸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이 [니모를 찾아서]와 [도리를 찾아서]의 공통점이자 차이점입니다. 두 영화 모두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성애가 강조된 [니모를 찾아서]와는 달리 어린 시절 헤어진 아빠, 엄마가 보고 싶어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장애를 안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고 모험을 떠나는 '도리'를 통해 [도리를 찾아서]는 좀 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도리를 찾아서]의 마지막 장면은 제게 가슴 찡한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엄마, 아빠를 찾아나선 '도리'와 모두들 포기하라고해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도리'를 기다린 도리의 부모. 그들이 결국 다시 재회하는 장면에서 왜 픽사 애니메이션이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얻고 있는지 다시한번 깨달을 수가 있었습니다. 실제 [도리를 찾아서]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4주연속 1위를 차지했고, 현재 [슈렉 2]에 이은 역대 애니메이션 2위를 기록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변이 없는 한 [슈렉 2]를 넘어 역대 애니메이션 1위를 차지할 것입니다.) 

 

 

너무 착하고 아름다운 바닷속 세계 

 

자! 그렇다면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엄청난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도리'는 어떻게 머나먼 길을 떠나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었을까요? 바로 그러한 과정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입니다. 사실 바닷속 세상은 서로 먹고 먹히는 무시무시한 약육강식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도리를 찾아서]는 그러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간단하게 무시해버립니다.

사실 그러한 것은 [니모를 찾아서]에서 이미 선보였었습니다. 작고 힘없는 물고기에 불과한 말린은 '니모'를 찾기 위해 머나먼 여행을 떠나면서 수도 없이 위험에 처합니다. 특히 채식주의를 선택한 상어 트리오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상어들은 피 냄새 때문에 광분하게 되지만, 약육강식의 세계를 무시한 [니모를 찾아서]의 세계관이 돋보이는 명장면이었습니다.

[도리를 찾아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리' 혼자 부모를 찾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도리'에겐 가족과도 같은 말린과 '니모'가 '도리'를 돕기 위해 나섰지만 그들은 영화 중간에 서로 헤어지게 됩니다. 다시말해 어젯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도리' 혼자 엄마, 아빠를 찾아나서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이죠. 그런데 '도리'는 아주 조금씩 엄마, 아빠가 있는 곳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새로운 친구들이 '도리'를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도리'의 새로운 친구 중 대표적인 캐릭터가 바로 문어 행크입니다. 캘리포니아 바다생물연구소에서 사는 행크는 넓은 바닷로 되돌려 보내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행크는 '도리'의 꼬리 지느러미에 달려있는 수족관 직행 티켓을 얻기 위해 '도리'를 돕지만 나중에는 '도리'와의 우정을 위해 위험한 모험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물 밖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행크가 있었기에 '도리'의 엄마, 아빠 찾기는 훨씬 수월하게 진행될 수가 있었습니다.  

행크와 더불어 '도리'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준 것은 시력이 좋지 않은 고래상어 데스티니와 음파탐지능력이 고장났다고 믿는 벨루가 고래 베일리입니다. 데스티니와 베일리는 '도리'를 위해서 무조건 헌신하는 캐릭터입니다. 그외에 말린과 니모가 '도리'를 찾아 바다생물연구소에 들어가도록 돕는 바다사자들과 바닷새, 영화 마지막 치명적인 귀여움으로 바다생물연구소의 수송 차량을 멈춰세운 수달까지... 그들은 '도리'의 일을 내 일처럼 도와줍니다.

그런데 가만히 따지고 보면 이들 중 작은 물고기에 불과한 '도리'의 천적도 있습니다. 실제 저는 바다사자들이 '니모'와 말린을 잡아먹겠다고 달려들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없더군요. 아름다운 바다속 풍경과 바다생물연구소의 전경과 더불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도리'를 도와주는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 착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인간 세상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를 보고나서 우리가 사는 세상도 [도리를 찾아서]의 세상처럼 착하고 아름다우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도리'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들은 '도리'가 돌아올 것이라 믿고 오랜 세월동안 '도리'를 기다리며 '도리'가 집을 찾아 올 수 있도록 조개를 줍습니다. 그러한 '도리' 부모의 마음은 실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잃어버린 자식을 찾기 위해 생업을 접고 길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됩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에구...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라고 안타까워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쉽게 잊어버립니다. 왜냐하면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만약 [도리를 찾아서]처럼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더 쉽게 잃어버린 자식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어린이를 대상으로한 애니메이션과 우리 사회가 같을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도리'와 너무 착한 '도리'의 친구들이 이뤄내는 기적을 보며 마음 한 구석이 훈훈해지고, 그러한 세상이 부러웠습니다.

 

[도리를 찾아서]가 끝난 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영화는 엔딩크레딧 이후에 쿠키영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와 웅이는 끝까지 남아 쿠키영상을 보고 나왔지만 다른 분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상영관 밖으로 나가버리더군요. [도리를 찾아서]의 쿠키영상은 [니모를 찾아서]에서 치과의사의 어항을 탈출한 물고기들의 모습입니다. 13년만에 그들의 모습을 보니 왜그렇게 반갑던지...

[도리를 찾아서]는 영화 시작 전에는 어린 물새의 성장기를 다룬 [파이퍼]라는 아름다운 단편영화를 선보였습니다. 그러고보니 [도리를 찾아서]는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영화가 완전히 끝나는 그 순간까지 관객에게 아름다운 선물을 안겨주는 영화입니다. 이러니 제가 나이 마흔이 넘도록 픽사 애니메이션에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웅이가 커서 더이상 저와 영화를 보러 다니지 않으려고해도 픽사 애니메이션만큼은 혼자라도 극장으로 보러다녀야 겠습니다. 

[도리를 찾아서]의 쿠키영상까지 모두 보고 극장 밖을 나선 저와 웅이는 집으로 돌아가며 영화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특히 우리의 주제는 '3편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였습니다. 저는 3편의 제목은 [말린을 찾아서]가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니모'과 '도리'를 찾았으니 이번엔 매번 누군가를 찾아나서야 했던 말린을 찾아 '니모'와 '도리'가 나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3편도 13년 후에야 제작된다면 제 나이는 환갑을 바라보고 있겠군요. 설마... 그렇게 되지는 않겠죠? ^^

 

내가 애니메이션에 유독 열광하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곳과는 달리

너무 착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인간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간접체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