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주연 : 빌 폴만, 리암 헴스워스, 제프 골드브럼, 제시 어셔, 마이카 먼로
개봉 : 2016년 6월 22일
관람 : 2016년 7월 3일
등급 : 12세 관람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스타일은 원래 이렇다.
토요일 저녁, 온가족이 거실에 모여 [인디펜던스 데이]를 관람한 후, 저희 가족은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원래 저희 가족에게 주말 늦잠을 포기하는 것은 여행을 갈 때를 제외하고는 극히 드문 일이지만, 웅이의 기말고사 시험 공부를 위해서 구피와 저는 일요일 늦잠을 기꺼이 포기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를 보기 위해 도착한 극장은 굉장히 많이 한가했습니다. 구피는 제게 "이 영화, 인기없구나?"라고 묻습니다. 사실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는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성적은 기대이하였고, 개봉 2주차에 접어들면서는 [굿바이 싱글], [레전드 오브 타잔] 등 신작들에게 밀려 박스오피스 4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구피의 말 그대로 인기없는 영화인 셈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스토리가 빈약하고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불만을 표현했습니다. 솔직히 저 역시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를 보고나서 그 분들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이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는 항상 그랬다는 점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도 그랬고, [고질라]도 그랬고, [투모로우]도 그랬습니다.
저는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를 보고나서 스토리의 빈약함, 개연성 부족 등을 지적하는 것은 불량식품인줄 뻔히 알고 먹었으면서 먹고나서 몸에 안좋다고 투덜거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엔 다르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매번 엇비슷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감독에게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를 보며 무엇을 기대해야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블록버스터 본연의 임무인 오락적 재미와 '크기'입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1998년 연출한 [고질라]에서 '문제는 크기이다.(Size Does Matter)'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비록 [고질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렸지만 [고질라]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크기'에 집착하는 새로운 경향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크기'에 대한 집착은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저는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에 대한 영화 이야기를 쓰는데 있어서 다른 모든 것을 철저하게 무시한채 오락적 재미와 '크기'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에 기대한 것이 바로 그것이고, 영화도 그것 위주로 봤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인디펜던스 데이]보다 막강해지고 거대해졌다.
[인디펜던스 데이]가 개봉한 것은 정확히 20년 전인 1996년이었습니다. 20년 동안 할리우드의 기술력은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1996년 당시 뉴욕의 마천루를 뒤덮은 외계의 비행체의 위용에 놀랬지만 지금 그러한 장면은 이제 흔한 장면에 불과합니다.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가 '크기'로 관객을 압도하려면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마천루를 뒤덮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그러한 사실을 모를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전편에 비해 '크기'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습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아무리 개연성을 무시하는 감독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개연성을 지켜줘야 영화의 오락적 재미도 생겨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인디펜던스 데이] 이후 20년 만의 속편이라는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의 특이함 덕분에 그러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었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가 개봉한 것이 20년 전이었듯이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 역시 [인디펜던스 데이] 이후 20년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할리우드의 기술력이 급속도로 발전했듯이 영화 속의 인류도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은 이후 20년 동안 외계 생명체의 기술력을 습득하여 급속도로 발전을 해왔던 것입니다. 그 덕분에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의 지구는 SF 블록버스터에 걸맞는 풍경을 보여줍니다.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의 첫번째 재미는 바로 이것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만약 고도의 과학 문명을 자랑하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략한다면... 이라는 평범한 상상에서 시작된 영화입니다. 외계 생명체는 건물 하나쯤은 산산조각을 낼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춘 무기, 그리고 적의 공격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방어막으로 인류를 공격합니다.
하지만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는 다릅니다. 이제 인류도 달에 기지를 만들 정도로 과학 기술을 발전시켰고, 외계 생명체의 2차 공격을 대비하며 20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막강한 공격력을 갖춥니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인류는 외계 생명체와 비교해서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존재였다면,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에서는 이제 어느정도 맞서 싸울 전력을 갖춘 셈입니다.
문제는 인류의 공격력이 강해졌듯이 외계 생명체 역시 더 막강한 군단을 이끌고 지구를 침략한다는 점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마천루를 뒤덮었던 외계 비행체는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에서는 도시 하나쯤은 가뿐히 뒤덮어 버릴 정도로 더욱 거대해졌습니다. 결국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는 20년전보다 막강해진 인류 문명과 20년 전보다 거대해진 외계 생명체의 대결이 됩니다. 여러모로 [인디펜던스 데이]보다 업그레이드된 것은 분명합니다.
젊은 피 수혈이 영화에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
[인디펜던스 데이]는 당시 스타급 배우라고 하기엔 약간은 부족한 빌 폴만, 제프 골드브럼, 윌 스미스를 캐스팅함으로써 제작비의 대부분을 특수효과에 주력했었습니다. 특히 윌 스미스의 캐스팅은 신의 한수였는데, 당시만해도 윌 스미스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데뷔작 [나쁜 녀석들]로 주목받은 가수 출신의 흑인 배우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인디펜던스 데이]의 흥행성공으로 정상급 배우가 되었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는 전편의 배우들을 다시 불러 모았습니다. 빌 폴만과 제프 골드브럼이 흔쾌히 속편 출연에 응했지만 너무 거물급 배우가 되어 버린 윌 스미스는 출연료 문제로 속편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극한 상황에세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던 스티븐 스티브 힐러 캐릭터에 매료되었던 저로써는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는 속편답게 전편보다 풍부해진 새로운 캐릭터들을 대거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스티븐 스티브 힐러가 사랑에 빠진 스트립걸 자스민의 아들 딜런(제시 어셔)은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은 어엿한 전투조종사가 되어 있었고, 토미스 J. 휘트모어 대통령의 귀여운 딸 패트리샤(마이카 먼로)는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에서 대통령 보좌관으로 성장했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의 꼬맹이들이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에서 청춘남녀로 성장해서 외계 생명체와 맞서 싸우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새로운 캐릭터인 제이크 모리슨(리암 헴스워스)이 새롭게 합류함으로써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의 젊은 피 수혈에 방점을 찍습니다.
제이크 모리슨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신, 구 캐릭터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는 딜런의 라이벌이자 패트리샤의 연인입니다. 게다가 반항아 기질이 다분한 전투조종사인 그는 [인디펜던스 데이]의 스티븐 스티브 힐러 역할까지 해냅니다. 출연료 문제로 아쉽게 출연이 좌절된 윌 스미스의 빈자리를 젊은 피인 리암 헴스워스가 메꾼 셈입니다.
중국 흥행을 위해 어거지로 끼워넣은 레인 라오(안젤라 베이비)와 같은 새로운 캐릭터도 분명 존재하지만, 대체적으로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에 새롭게 합류한 캐릭터들은 기존 캐릭터들과 함께 영화의 재미를 풍성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전편보다 거대해진 스케일과 풍성해진 캐릭터로 속편의 재미를 채워넣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분명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는 전편보다 거대해졌고, 캐릭터도 풍성해졌습니다. 여기까지는 이 영화를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분명 오락영화로써 가볍게 즐길 수 있기는 하지만 쾌감을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영화를 너무 크게 벌려 놓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외계 생명체부터 보죠. 이번 외계 생명체에는 전편과는 달리 여왕이 등장합니다. 여왕이 행차한 만큼 외계의 비행체 역시 전편과 비교해서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이렇게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는 외계 생명체의 여왕를 등장시킴으로써 '크기'를 키웁니다. 문제는 여왕이라는 존재에는 단점도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여왕 덕분에 외계 생명체의 공격 규모가 커졌지만 반대로 인류의 입장에서는 여왕만 없애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거대해진 외계 생명체 부대와 인류의 전면전을 기대했지만, 여왕의 존재 때문에 여왕과 인류의 전쟁으로 규모가 축소됩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진정 '크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여왕은 등장시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작은 도시 하나를 뒤덮어버릴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외계 비행체가 여왕의 죽음과 함께 허무하게 무너집니다. 분명 여왕 덕분에 시작은 거대했지만, 여왕 때문에 마지막은 허무했습니다.
3편을 염두에 둔 설정인 스피어의 존재도 제가 보기엔 너무 과한 무리수였습니다. 지구를 침략한 외계 생명체는 행성을 오가며 행성의 핵을 에너지로 삼아 행성을 파괴합니다. 그러한 그들의 만행에 수많은 다른 외계 생명체들이 고향 행성을 잃었고, 스피어는 그들의 만행으로 고향 행성을 잃은 외계 생명체들을 하나로 모아 반격을 준비합니다.
다시말해 만약 3편이 만들어진다면 더이상 전쟁의 무대는 지구에 머물지 않고 우주로 규모가 커질 것입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1편보다 커진 2편을 만들었지만, 2편보다 더욱 커질 3편의 토대로 닦아놓은 셈입니다. 문제는 너무 과하게 벌려 놓은 느낌이 든다는 점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가 북미 흥행에 부진하며 3편 제작이 불투명한 가운데, 만약 3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의 설정은 과하게 벌려만 놓고 수습을 하지 못한 셈이 됩니다.
일단 저희 가족은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에 별다른 불만은 없습니다. 주말 내내 기말고사 시험공부에 매달렸던 웅이에겐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2시간 동안의 짧은 휴식이 되었고, 일주일 내내 아버지의 병간호로 심신이 지친 구피에게는 복잡한 머릿속을 비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20년 전의 추억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합니다. 솔직히 하나 하나 따지고 든다면 헛점이 너무 많은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는 그런 헛점들과 함께 봐야하는 영화라는 것을 알기에 저는 그런대로 즐거웠습니다.
전편에 비해 '크기'가 커진만큼
영화의 하이라이트 역시 거대해졌다면 영화가 더욱 재미있었을텐데...
여러모로 여왕의 등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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