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데이브 그린
주연 : 메간 폭스, 스티븐 아멜, 윌 아넷, 브라이언 티, 타일러 페리
개봉 : 2016년 6월 16일
관람 : 2016년 6월 18일
등급 : 12세 관람가
2년 전의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을까?
2014년 8월, 저는 웅이와 함께 [닌자터틀]을 관람했었습니다. [닌자터틀]은 1990년 개봉해서 그해 흥행 대박을 터트리며 시리즈 3편까지 제작된 [닌자 거북이]의 리메이크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마이클 베이가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솔직히 그 전까지 '닌자 거북이'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던 저는 [닌자터틀]의 개봉과 함께 1990년에 개봉했던 [닌자 거북이]와 '닌자 거북이'의 애니메이션판인 [닌자 거북이 TMNT]를 뒤늦게 챙겨보며 [닌자터틀]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 나갔습니다.
그러한 제 노력 덕분일까요? [닌자터틀]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무더운 여름을 잠시 책임질 수 있는 오락영화로 손색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저와 함께 '닌자 거북이'를 처음 경험한 웅이가 영화를 보고나서 너무 만족스러워해서 개인적으로 뿌듯했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년 만에 [닌자터틀]의 속편인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가 개봉했습니다. 2년 전 8월만큼이나 무더운 6월 중순의 토요일. 회사 여직원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웅이와 함께 부평까지 가야 했던 저는 기왕 부평까지 온 김에 부평에서 영화 한편 보자는 생각으로 부평역 롯데시네마에서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를 봤답니다.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는 여러모로 [닌자터틀]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새롭게 합류한 케이시 존스(스티븐 아멜)의 등장이 반갑습니다. [닌자터틀]에서는 '닌자 거북이' 4총사와 에이프릴 오닐(메간 폭스)의 인연, 그리고 에릭 삭스(윌리암 피츠너)와의 악연을 설명하기 위해 케이시 존스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키 마스크를 쓴 영웅 케이시 존스는 '닌자 거북이'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는 그러한 케이스 존스를 첫 등장시킴으로써 [닌자터틀]에 비해 캐릭터를 강화시켰습니다.
악당 캐릭터도 강화되었습니다. [닌자터틀]의 악당은 슈레더(토호루 마사무네)와 슈레더의 제자이지만 정체를 숨긴 기업가 에릭 삭스였습니다. 하지만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에서는 감옥에서 탈옥하며 복수심을 불태우는 슈레더(브라이언 티)와 지구를 정복을 꿈꾸는 외계인이 등장하며 스케일을 키웁니다. 특히 차원을 넘나드는 포털이 등장하는 영화 후반의 장면은 [어벤져스]를 연상시켰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슈레더의 부하이자 외계인의 건네준 보라색 약물로 인하여 코뿔소와 멧돼지로 변하는 락스테디와 비밥은 [닌자터틀]에서 미켈란젤로 혼자 고군분투했던 웃음을 함께 책임집니다. 그렇다면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는 [닌자터틀]보다 재미있었을까요? 아쉽지만 아닙니다. 분명 캐릭터도 늘어났고, 스케일도 커졌지만, 이상하게 영화의 재미는 오히려 반감되었습니다.
왜 [닌자터틀]보다 재미가 없었던 것일까?
사실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는 케이시 존스가 드디어 합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닌자터틀]보다 재미있어야 했습니다. 제게 있어서 [닌자터틀]의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케이시 존스의 부재였다고 할 수도 있을만큼 케이시 존스에 대한 제 기대감은 컸기 때문입니다. 케이시 존스는 하키 마스크와 하키 스틱으로 악당을 무찌르는 B급 분위기가 풍기는 영웅이지만, 에이프릴 오닐과 사랑에 빠짐으로써 [닌자터틀]에서는 부족했던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적임자입니다. 하지만 케이시 존스가 드디어 등장하긴 했지만 그의 역할이 아직은 미비해서 제가 기대했던 재미를 안겨주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이해는 됩니다. 케이시 존스가 등장하자마자 '닌자 거북이' 4총사와 맞먹는 활약을 펼치고, 에이프릴 오닐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분명 어색합니다. 어쩌면 [닌자터틀]의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이 2편을 위해 케이시 존스를 아껴두었듯이, 데이브 그린 감독은 3편을 위해 케이시 존스의 활약과 에이프릴 오닐과의 사랑을 아껴둔 것일지도 모릅니다.
케이시 존스에 의한 실망감은 그렇기에 어느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당 캐릭터의 부실은 절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앞서 언급했듯이 락스테디와 비밥 그리고 삐뚤어진 천재 과학자 벡스터 스톡먼(타일러 페리)의 합류로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의 악당 캐릭터는 양적으로 풍성해졌습니다. 문제는 양적으로는 풍성해졌는데 질적으로는 빈약해졌다는 점입니다.
사실 [닌자터틀]에서도 슈레더와 에릭 삭스로 이루어진 악당 캐릭터가 빈약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린시절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갔다가 아버지가 전쟁터에서 죽자 슈레더의 손에 키워진 에릭 삭스. 그가 슈레더의 충실한 부하 역할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수익 창조를 목표로 하는 기업가인 만큼 뉴욕를 위기에 빠뜨리고 그 댓가로 큰 돈을 벌겠다는 그의 야심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슈레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에게 패망한 일본의 사무라이 슈레더. 그가 미국에서 권력에 집착하는 것 역시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에서는 슈레더의 모든 행동에 설득력이 없습니다. 너무 쉽게 탈옥에 성공하는 것까지는 그렇다치더라도, 외계인의 한마디에 덥썩 미끼를 물고 외계인의 충실한 부하 역할을 하는 슈레더의 모습에서는 전편의 카리스마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영화 후반부에 갑자기 벡스터 스톡먼을 배신하는 장면은 어리둥절하기까지합니다. 둘 사이에 뭔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결국 외계인에게 배신당하는 슈레더의 모습을 보며 그래도 '닌자 거북이'의 최강 숙적인 슈레더가 어쩌다가 저렇게까지 망가졌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웅이 돋보이려면 그만큼 악당이 강력해야합니다. 그런데 슈레더는 '닌자 거북이'를 돋보이게할만큼 강력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락스테디와 비밥이 더 강력해보일 정도였습니다.
장난같은 클라이막스
[닌자터틀]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설원의 숲에서 '닌자 거북이' 일행이 탄 대형 컨테이너 트럭과 풋 클랜 일당이 벌이는 카체이싱 장면입니다. 마이클 베이가 감독의 주특기가 카체이싱 액션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닌자터틀]의 카체이싱 액션은 제게 짜릿한 쾌감은 안겨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다면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에서도 [닌자터틀]의 카체이싱 장면과 비교할만한 명장면이 있을까요? 분명 후보 장면은 몇 있습니다. 브라질의 정글에서 토털의 일부분을 찾아 돌아가는 락스테디와 비밥을 막기 위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장면과 비행기 추락 이후 이구아수 폭포에서 벌어지는 액션씬.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포털을 통해 지구 공격무기인 테크노드롬의 조립을 막는 장면 등은 데이브 그린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액션 장면들입니다.
하지만 제게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의 그러한 액션씬은 전편보다 스케일이 커지긴 했지만 전편과 같은 짜릿함을 안겨주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테크노드롬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장난같은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워낙에 악당 캐릭터가 부실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결말이 너무 뻔히 보이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각자 개성이 다른 '닌자 거북이' 4총사가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하나의 팀으로 재탄생하는 과정도 뭔가 대충 그려진 듯 했습니다. 원래 팀의 리더인 레오나르도와 반항아 기질이 다분한 라파엘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닌자 거북이' 4총사의 팀웍은 가끔 삐그덕거립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쩌면 '닌자 거북이'을 인간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 보라색 약물로 레오나르도와 라파엘은 갈등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데이브 그린 감독은 레오나르도와 라파엘의 갈등에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대충 붕합시킵니다. 어쩌면 그러한 선택은 볼거리를 위주로 하는 SF 액션 블럭버스터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 대충 봉합되어서 오히려 레오나르도와 라파엘은 갈등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너무 까탈스러운 시선으로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를 봤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속편의 어쩔 수 없는 숙제입니다. 속편은 전편과 비교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대부분의 속편들은 전편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니게 되고, 그러한 강박은 스케일을 키우는 것으로 표출됩니다. 그러나 양적으로 풍성해진다고해서 전편보다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처럼 말이죠. 3편에서는 양적으로 빈약해도 질적으로 풍성해지길 기원해봅니다.
속편 영화를 볼땐 어쩔 수 없이 전편과 비교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는 전편보다 못한 전형적인 속편이다.
'닌자터틀' 시리즈가 오랫동안 지속되길 원하는 마음으로 3편은 좀 더 잘 만들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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