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존 파브로
주연 : 닐 세티
더빙 : 벤 킹슬리, 빌 머레이, 이드리스 엘바, 루피타 뇽, 크리스토퍼 월켄, 스칼렛 요한슨
개봉 : 2016년 6월 9일
관람 : 2016년 6월 19일
등급 : 12세 관람가
이유없이 흥행하는 영화는 없다.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과 [정글북]이 동시에 개봉했던 지난 6월 9일. 저는 웅이에게 두 영화 중 한편을 선택하라고 이야기했고, 웅이는 주저하지 않고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을 선택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웅이가 어두운 분위기의 판타지 영화인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보다는 동화를 바탕으로한 디즈니 영화 [정글북]을 선택하길 내심 바랐습니다. 하지만 웅이는 [정글북]의 내용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는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이 더 보고 싶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은 극장에서 보고 [정글북]은 아쉽지만 나중에 다운로드로 보기로 결정했었습니다.
[정글북]은 북미에서 지난 4월 15일에 개봉한 후 3주 연속 주말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으며, 현재까지 무려 3억5천6백만 달러의 놀라운 흥행을 기록 중입니다. 이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데드풀]에 이은 2016년 북미 흥행 3위 기록입니다. 이러한 놀라운 흥행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6월 9일에 개봉한 [정글북]은 같은 날 개봉한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은 물론, 박찬욱 감독의 화제작 [아가씨]와의 경쟁에서 당당하게 승리하며 2주 연속 주말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냈습니다. 현재까지 [정글북]을 본 국내 관객은 183만명입니다.
흥행이 성공하는 영화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는 없죠. [정글북]의 경우는 영화적 재미가 흥행의 이유일 것입니다. 웅이의 말대로 너무 유명한 원작을 가진 영화라서 내용은 모두 알고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 그 이상의 볼거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결국 저는 [정글북]을 다운로드로 보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극장에서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결심에 구피 또한 적극적으로 동조해줬습니다. 사실 [정글북]을 보기 하루 전, 이미 웅이와 극장에서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를 본 상태이기에 구피가 [정글북]의 극장 관람을 반대할만도 했지만, 구피도 [정글북]이 재미있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순순히 [정글북]을 함께 보자며 극장 나들이에 동행해줬답니다.
이렇게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 이어 22일 만에 저희 가족을 모두 극장으로 불러들인 [정글북]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영화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1894년 영국의 소설가 J. 러디어드 키플링이 쓴 이야기를 1967년 디즈니에 의해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전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했기 때문입니다.
존 파브로 감독은 이렇게 유명한 '정글북'을 원작 애니메이션 그대로 영화 속에 재현합니다. 늑대에게 키워진 인간의 아이 모글리(닐 세티)와 모글리를 위협하는 호랑이 쉬어칸(이드리스 엘바), 그리고 모글리를 보호하려는 검은표범 바기라(벤 킹슬리)와 곰 발루(빌 머레이)의 모험 이야기는 웅이의 말 그대로 저 역시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1시간 45분이라는 영화의 러닝타임 동안 [정글북]에 푹 빠질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를 이렇게 영화 속에 푹 빠지게끔 했던 내용 그 이상의 볼거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너무나도 생생한 정글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상상력의 한계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입니다. 영화에서는 기술력 때문에 표현할 수 없는 장면들도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1967년 제작된 울프강 라이트만 감독의 애니메이션 [정글북]이 그러합니다. 어린 인간 소년 모글리가 정글에서 늑대, 검은표범, 곰과 함께 어울리고, 호랑이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은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다릅니다. 그림만 그린다면 얼마든지 표현이 가능합니다. 애니메이션 [정글북]이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입니다.
사실 '정글북'은 여러차례 실사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 기억에 남는 것은 1995년 국내에 개봉했던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정글북]입니다. 하지만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정글북]은 모글리(제이슨 스콧 리)를 청년으로 설정했고, 청년이된 모글리와 키티(레나 헤디)의 사랑, 그리고 그로 인한 욕심많은 인간들에 의한 위협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다시말해 실사영화로 표현하기 힘든 어린 모글리의 정글에서의 모험을 포기하고 청년이 된 모글리가 키티와 사랑에 빠짐으로써 겪게되는 모험에 초첨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할리우드의 기술력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1967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고, 1995년에는 내용과 설정을 바꿀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정글과 정글의 동물들, 그리고 어린 모글리의 모험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것입니다.
그 결과 탄생한 존 파브로 감독의 [정글북]은 애니메이션 [정글북]의 내용을 고스란히 물려 받았지만, 전혀 새로운 느낌의 영화로 탄생되었습니다. 어린 모글리가 뛰어 노는 정글의 풍경은 물론이고, 정글 속의 각종 동물들의 모습까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완벽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모글리를 키운 늑대 락샤(루피타 뇽)의 표정에서 엄마의 포근함이 느껴졌고, 모글리는 지키려는 바기라의 표정에서 아버지의 위엄이 느껴졌습니다. 분명 CG로 탄생한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지만 [정글북]은 마치 진짜 동물들이 연기를 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완벽한 기술력을 선보입니다.
이렇듯 [정글북]은 이미 관객들로부터 영화적 재미를 인정받은 애니메이션 [정글북]의 내용을 고스란히 물려 받으면서도 애니메이션 [정글북]과는 전혀 다른 생생한 정글과 정글 속 동물들을 표현해 냄으로써 애니메이션 [정글북]의 재미를 오히려 뛰어 넘는 성과를 이뤄냅니다. [정글북]이 모두가 아는 이야기로 이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정글북]은 기술력은 애니메이션 [정글북]의 명장면들도 자연스럽게 실사로 이뤄졌는데, 모글리를 유혹해서 잡아먹으려는 거대한 비단뱀 카아(스칼렛 요한슨)의 위협과 천하태평한 곰 발루의 배 위에 올라타 강을 헤엄치는 모글리의 장면 등, 존 파브로 감독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영화 속에 완벽하게 재현해놓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장점이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상상력의 한계가 무한하다는 점이라면 [정글북]은 실사영화이면서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고스란히 취한 영화입니다.
정글은 인간 세상의 축소판
그렇다면 애니메이션의 단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아무래도 영화의 표현이 그림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생생함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요즘 애니메이션 기술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실사영화만큼 생생한 영상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림은 그림일 뿐입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애니메이션의 한계입니다. 애니메이션 [정글북]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전 세계 수많은 어린이 관객들에게 환호를 얻어냈지만, 어린이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일 뿐입니다. 어른 관객에겐 그저 '애들과 함께 보니까 재미있네.' 정도의 감흥을 안겨줄 뿐입니다.
하지만 실사로 만들어진 [정글북]은 다릅니다. 우선 정글의 생생한 풍경과 CG로 만들어졌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동물 캐릭터들의 연기는 어린이 관객 뿐만 아니라 어른 관객인 제 시선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정글북]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감흥이 실사로 만들어진 [정글북]에서는 새롭게 느껴질 수가 있었습니다.
쉬어칸을 피해 편안한 안식처였던 늑대 무리를 떠나며 겪게 되는 모글리의 모험이 그러합니다. 애니메이션 [정글북]에서는 그저 재미있기만 했던 장면들이었는데 실사영화로 다시보니 어린 모글리가 집을 떠나 겪게 되는 모험은 우리 인간 세상의 축소판처럼 느껴졌습니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정글과도 같은 사회에 내던져진 우리 젊은 세대들의 모습이 [정글북]에서 느껴졌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감흥이었습니다.
모글리가 늑대 무리를 떠나고 보호자인 바기라와 헤어진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은 거대한 비단뱀 카아입니다. 카아는 모글리가 알고 싶어하는 모글리와 쉬어칸의 악연을 이야기하며 모글리의 환심을 삽니다. 그리고 바기라와 만나기 전까지 자신이 지켜주겠다며 달콤한 유혹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글리를 잡아먹기 위해 카아의 계략입니다.
우리가 사는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 대학을 졸업한후, IMF로 취업을 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구직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출판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는데 출판사 사장은 3개월만 기본 급여가 없는 인턴 판매직으로 근무를 하면 관리부서로 옮겨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는 관리부서가 아예 없는 방문판매 회사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유아용 도서를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파는 곳이엇습니다. 저는 3개월동안 급여도 받지 못한채 유아용 도서를 팔러 다녔고, 결국 3개월이 지나고나서야 제가 속았음을 깨닫고 그만두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저는 무턱대고 회사에 입사하지 않고 입사전 그 회사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모글리가 만나는 동물들은 모두 한결같이 모글리를 이용하려고만 합니다. 카아는 모글리를 잡아먹으려하고, 나중에 모글리의 친구가 된 발루는 모글리를 이용해서 벌꿀을 채집하려합니다. 원숭이의 왕인 루이(크리스토퍼 월켄)는 모글리를 이용해서 인간이 사용하는 불을 얻으려합니다. 그들은 모두 달콤하게 모글리를 유혹합니다. 하지만 처음엔 카아에게 속아먹어갈뻔 했던 모글리는 나중에는 루이의 유혹을 뿌리칠 정도로 성장합니다. 이렇게 사회 초년생들은 사회라는 정글 속에서 점차 성장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이야기에서도 재미를 보증할 수 있을까?
최근 디즈니는 [정글북]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정글북 2] 제작을 확정지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전세계적으로 9억2천3백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정글북]의 속편 제작은 이미 예상되었던 수순이기 때문입니다. 존 파브로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는다고하니 [정글북 2] 역시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내용입니다. [정글북]의 경우는 이미 애니메이션 [정글북]을 통해서 영화적 재미를 확보한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글북 2]의 경우는 [정글북]과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최근 북미에서 개봉한 속편 영화들인 [나우 유 씨미 2], [닌자터틀 : 어둠의 히어로], [거울나라의 앨리스] 등이 전편의 흥행성적에 훨씬 못미치는 저조한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전편과 이어지면서도 전편보다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이야기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그저 웅이에게 동화를 소재로한 디즈니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글북]을 기대했고, 나중엔 [정글북]의 국내외 흥행에 호기심이 생겨서 [정글북]을 보게 되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는 [정글북]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제 입장에서는 [정글북 2]가 기대되면서도 걱정되기도 합니다. 부디 [정글북 2]도 [정글북]처럼 저와 웅이가 푹 빠질 수 있는 영화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모글리가 정글에서의 모험으로 한층 더 성숙해지듯이
이 영화를 본 웅이를 비롯한 많은 어린이들도
사회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만큼 성숙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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