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위대한 소원] - 젊기에 슬픔도 웃음이 된다.

쭈니-1 2016. 5. 31. 13:43

 

 

감독 : 남대중

주연 :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 전노민, 전미선

개봉 : 2016년 4월 20일

관람 : 2016년 5월 30일

등급 : 15세 관람가

 

 

내가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안보는 이유

 

한때 저는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챙겨봤었습니다.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던 당시 제겐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은 제가 미처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영화를 소개시켜줬고,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키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안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TV 영화소개프로그램의 내용이 오히려 스포가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며칠전 우연히 TV 영화소개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위대한 소원]이라는 영화를 소개하는데, 몇 분동안 저는 혼자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위대한 소원]은 루게릭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고환(류덕환)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한 고환의 친구 남준(김동영)과 갑덕(안재홍), 그리고 고환의 아버지(전노민)가 고군분투하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고환의 마지막 소원은 바로 섹스하기입니다.

단 몇 분이지만 영화 속의 코믹한 장면들만 엑기스로 뽑아서 편집한 내용들을 보며 저는 [위대한 소원]을 봐야 겠다는 결심을 했고, 굿다운로드 어플인 oksusu에 [위대한 소원]이 출시되자마자 다운로드받아 [위대한 소원]을 봤습니다.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의 선기능과 악기능

 

물론 [위대한 소원]은 제가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보기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영화입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남준과 갑덕. 얼핏 기본 스토리라인만 놓고보면 슬픈 영화일 것이라 예상되지만, [위대한 소원]은 슬랩스틱 섹스 코미디로 영화를 포장합니다. 제가 [위대한 소원]에 개봉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이 언밸런스한 두 장르를 영화가 어떻게 잘 조화시킬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제 관심에 TV 영화소개프로그램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위대한 소원]을 계획보다 앞당겨 보게 되었고, 이것은 분명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의 선기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이 다운로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이 충실하게 수행한 셈입니다.

문제는 너무 많이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편집을 절묘하게 했는지 영화에서 가장 웃긴 장면들을 모두 소개하면서도 영화의 1시간 30분이라는 영화의 러닝타임 중에서 무려 1시간 가량의 스토리 라인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해버립니다. 그 덕분에 저는 막상 [위대한 소원]을 처음 보면서도 마치 두번째로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기분에 빠져 들었습니다.

 

 

 

마지막 30분, 반전은 없었다.

 

고환의 섹스 파트너를 찾기 위한 남준과 갑덕, 그리고 고환의 아버지의 좌충우돌 소동기가 영화의 2/3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상세하게 소개한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1/3은? 우여곡절 끝에 고환의 섹스 파트너가 병원을 찾은 이후입니다. 과연 고환은 죽기 전의 소원이었던 섹스를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는 뭔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반전은 없습니다. 영화의 초, 중반이 섹스 코미디로 저를 웃겼다면 영화의 후반은 감동으로 영화 본연의 임무를 다하려합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것은 [위대한 소원]의 감동은 너무 노골적이지 않고, 오히려 잔잔하다는 점입니다. 중반까지 웃겼다가, 후반에 울리려는 요즘 우리나라의 슬픈 코미디 영화들과는 약간은 차별화를 둔 셈입니다.

전체적인 [위대한 소원]에 대한 제 느낌은 일단 실컷 웃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미리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봤기 때문에 기대만큼 웃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고환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주변 사람들의 엉뚱한 행동들은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웃겼습니다. 그리고 후반부도 오히려 눈물을 쥐어 짜지 않고 잔잔해서 좋았습니다.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죽기 전의 소원? 아름다울리가 없잖아.

 

[포키스], [아메리칸 파이]를 한국식으로 변환시킨 섹스 코미디로써 [위대한 소원]은 충분히 오락적 재미를 갖춘 영화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년인 덕분에 영화를 보고나서도 은근히 여운이 남았습니다. 특히 고환의 마지막 소원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착각은 웃기면서도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근육이 굳어 죽어가는 루게릭 병에 걸렸지만 혈기왕성한 사춘기 소년인 고환은 자나깨나 섹스 생각 뿐입니다. 하지만 그런 고환의 마음을 몰라주는 가족들은 고환을 위해 엉뚱한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아버지는 고환과 마라톤에 도전하고, 어머니(전미선)는 고환의 어릴적 우상이었던 농구선수 우지원에게 편지를 보내며, 친구들은 고환을 바다로 데려갑니다. 만약 [위대한 소원]이 감동적인 영화라면 마라톤, 우상과의 만남, 그리고 바다에서 친구들과의 마지막 여행은 충분히 감동적인 소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소원]의 고환은 그런 영화적인 감동보다는 현실적인 소원을 원했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고환이지만, 그도 그저 평범한 자기 또래 친구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위대한 소원]은 그러한 고환의 모습을 코미디로 포장했지만, 어쩌면 그의 소원은 가장 현실적이기에 '위대한 소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