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6년 영화이야기

[엑스맨 : 아포칼립스] -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다.

쭈니-1 2016. 5. 30. 17:09

 

 

감독 : 브라이언 싱어

주연 :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 오스카 아이삭

개봉 : 2016년 5월 25일

관람 : 2016년 5월 28일

등급 : 12세 관람가

 

 

이 영화를 보기 전, '엑스맨' 캐릭터에 대한 애정부터 키웠다.

 

제 영향으로 마블 캐릭터를 좋아하는 웅이. 하지만 그런 웅이도 몇일 전까지만해도 '엑스맨'을 영화로 접하지 못했습니다. 웅이는 지금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한 영화들을 거의 대부분 봤지만 '엑스맨'은 영화 판권 문제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해있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제가 세계관이 어둡고, 잔인하기까지한 '엑스맨' 영화를 웅이에게 보여주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때가 된 것입니다. 웅이도 이제 중학생이 되었기에 조금 어둡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12세 관람가 등급인 '엑스맨' 영화를 보기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새로운 '엑스맨' 3부작의 마지막 영화인 [엑스맨 : 아포칼립스]가 개봉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구피는 여전히 '엑스맨' 영화는 너무 어두워서 웅이가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드러냈지만 이미 저는 웅이와 [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관람하기로 약속을 해버렸습니다.

웅이와 [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보기 전에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전 '엑스맨' 영화들을 다시보며 '엑스맨'의 캐릭터를 익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엑스맨' 영화가 너무 많았습니다. '엑스맨' 영화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2000년 [엑스맨]을 시작으로 2003년 [엑스맨 2 : 엑스투]로 절정에 올랐었습니다. 하지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수퍼맨 리턴즈]로 잠시 외도를 한 사이 브렛 래트너 감독이 [엑스맨 : 최후의 전쟁]으로 시리즈를 망가뜨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2011년 매튜 본 감독이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로 다시 '엑스맨' 시리즈를 살려냈고,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서 제작만 맡았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2014년에는 직접 메가폰을 잡고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빅히트시키며 '엑스맨' 영화는 다시 본 궤도에 올랐습니다.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무려 여섯번째 '엑스맨' 영화이자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서부터 시작된 프리퀼 3부작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엑스맨' 캐릭터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울버린'의 솔로 영화와 최근에 개봉한 [데드풀]까지 더한다면 '엑스맨' 영화는 더욱 많아집니다. 하지만 웅이와 이전 '엑스맨' 영화로 '엑스맨' 캐릭터를 익힐 시간은 제한적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와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두편만을 선택했고, 지난주 금요일에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를, [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보기 바로 직전에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웅이와 함께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보기 전에 웅이에게 이전 '엑스맨' 영화를 보여주려 한 것은 웅이에게 '엑스맨'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키워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엑스맨' 영화는 '엑스맨'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가 없습니다. 기왕 영화를 보려면 재미있게 보는 것이 남는 것이다라는 제 지론을 위해서라도 '엑스맨' 영화 복습은 필수였던 셈입니다.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이 시리즈 최악인 이유

 

'엑스맨' 영화에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브렛 레트너 감독의 [엑스맨 : 최후의 전쟁]만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엑스맨' 영화 중에서 최악의 영화로 손꼽히는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은 사실 그럭저럭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이기도 합니다. 성룡과 크리스 터커 주연의 액션 버디무비 [러시 아워]로 흥행 감독에 등극한 브렛 레트너는 오락액션영화에서 꾸준히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 감독입니다.

문제는 그가 브라이언 싱어에 이어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의 메가폰을 물려 받았을 때도 이전의 오락액션영화와 변반 다르지 않은 자세로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을 만들어나갔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매그니토(이안 맥켈런)는 그저 오락액션영화의 평범한 악당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누구보다 자신의 종족인 뮤턴트에 대한 애정이 강한 매그니토가 미스틱(레베카 로미즌)을 아무런 감정도 없이 헌신짝 버리듯 하는 장면만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엑스맨'의 세계관에서 중요 캐릭터 중 하나인 사이클롭스(제임스 마스던)는 아예 죽은 것으로 처리되고, '엑스맨' 세계관의 가장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진 그레이(팜케 얀센)가 피닉스가 되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장면도 스케일만 클 뿐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진 그레이를 죽여야 하는 '울버린'의 모습에서도 찡한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이 그럭저럭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이긴 하지만 '엑스맨' 영화 중에서 최악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던 브렛 레트너 감독의 연출력 때문입니다.

 

그와는 달리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캐릭터에 대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애정이 듬뿍 느껴집니다. 이미 최악이었던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을 뒤로 하고, '엑스맨'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던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는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에릭 랜셔(마이클 패스벤더), 그리고 레이븐 다크홀름(제니퍼 로렌스)의 어린시절을 통해 캐릭터를 일으켜세우는 작업부터 착수했었습니다.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는 솔로영화의 흥행부진에 빠져 있던 '울버린'(휴 잭맨)을 '엑스맨' 영화에 다시 소환했고,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서는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망가질대로 망가진 사이클롭스(타이 쉐리던)와 진 그레이(소피 터너)를 되살려냈습니다. 비록 이러한 과정에서 메인 빌런인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의 캐릭터가 약화되었지만, 그 대신 '아포칼립스'의 부하라고 할 수 있는 포 호스맨의 캐릭터를 강화하면서 이후 '엑스맨' 영화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에릭 랜셔, 즉 매그니토가 포 호스맨이 되는 과정을 봐도 그렇습니다. 이미 인간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찬 매그니토이기에 그가 포 호스맨이 되어 인류 문명을 무너뜨리려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매그니토에게 또 한번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안겨주며 그의 캐릭터를 더욱 강화시킵니다. 브렛 레트너 감독이 매그니토를 그저 단순한 빌런으로 소모한데 비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매그니토가 포 호스맨이 될수 밖에 없는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그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젊은 '엑스맨'의 등장이 반갑다.

 

솔직히 저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2000년 [엑스맨]부터 시작해서 '엑스맨' 영화를 단 한편도 빠뜨리지 않고 극장에서 꼬박 꼬박 챙겨보며 열광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다시말해 '엑스맨' 캐릭터에 대한 제 애정이 [엑스맨 : 아포칼립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고대 이집트에서 신으로 숭배받았던 최초의 뮤턴트 '아포칼립스'는 기대했던 것보다 위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센티넬보다 약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특히 아직 자신의 능력을 각성조차 하지 못한 진 그레이에게 철저하게 짓밟히는 장면은 신이라 숭배받던 최초의 뮤턴트 '아포칼립스'의 위상과는 걸맞지 않게 초라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 그레이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록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진 그레이가 자신의 또다른 자아인 피닉스로 변했을 때의  위력을 너무 안일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피닉스로 변했을 때의 진 그레이는 '아포칼립스'를 뛰어 넘는 최강의 뮤턴트임은 분명합니다.  최근 국내에도 발간된 <어벤저스 VS 엑스맨>에서 마블의 대표적 슈퍼 히어로 집단인 '어벤저스'와 '엑스맨'이 서로 대립하며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피닉스가 다시금 지구로 향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진 그레이가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서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했다는 것은 언젠가는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이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될 수도 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아! 제발 그러길...)

 

진 그레이의 등장과 더불어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바로 스콧 서머스, 즉 사이클롭스입니다. 이 캐릭터는 [엑스맨]과 [엑스맨 2 : 엑스투]에서 진 그레이를 사이에 두고 '울버린'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주요 캐릭터였지만, 역시나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어이없게 죽어버린 비운의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자신의 부재로 인해 벌어진 이 참극을 되돌리기 위해 사이클롭스의 첫 등장부터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입니다.

우선 사이클롭스의 형인 하복(루카스 틸)을 먼저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 투입시켰고, 형을 정신적 지주로 삼는 사이클롭스는 아껴뒀다가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서야 첫 등장시킨 것입니다. 그로인하여 하복의 죽음과 사이클롭스의 각성, 그리고 진 그레이의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사이클롭스는 마블 원작에서 찰스 자비에에 이어 '엑스맨'을 이끄는 리더가 됩니다. 어이없게 죽어서는 안될 중요 캐릭터입니다. 비록 브렛 레트너 감독은 그러한 사실에 관심조차 없었겠지만...

그 외에도 '엑스맨'의 주요 캐릭터인 스톰, 나이트크롤러, 엔젤 등도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서 첫 등장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비록 기대했던 사일록(올리비아 문)의 캐릭터가 약해 실망스러웠지만, 그 대신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서 끝나버린줄 알았던 찰스 자비에와 모이라 맥태거트(로즈 번)의 로맨스가 다시 시작됨으로써 여러모로 앞으로의 '엑스맨'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하나 놓치지 않은 브라이언 싱어의 세심함

 

[엑스맨 : 아포칼립스]의 백미는 예상하지 못했던 '울버린'의 등장입니다. '울버린'은 '엑스맨' 멤버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캐릭터로 [엑스맨 탄생 : 울버린]과 [더 울버린], 이렇게 두편의 솔로영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엑스맨 탄생 : 울버린]입니다.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은 '울버린'이 복수를 위해 웨폰X가 되어야 했던 사연에 촛점을 맞췄지만, 전설적인 원작을 영화화했던 것에 비해 정작 흥행성적은 미지근했습니다.

그런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막간을 이용해 웨폰X가 된 '울버린'을 짧게 등장시킵니다. 월리엄 스트라이커(조쉬 헬먼)에게 잡힌 비스트(니콜라스 홀트), 미스틱, 퀵실버(에반 피터스)를 구히기 위해 몰래 잠입한 진 그레이, 사이클롭스, 나이트크롤러가 우연히 기억을 잃은채 짐승처럼 울부짖는 '울버린'을 구해준 것입니다. 특히 이 장면에서 진 그레이와 '울버린'의 짧은 교감까지 보여주는 세심함을 잊지 않습니다. 아마 이 장면은 앞으로 진행될 세번째 '울버린' 솔로영화에 중요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엑스맨' 캐릭터는 물론 '엑스맨' 영화와는 별도로 솔로영화로 발전해야할 '울버린'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 캐릭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저로하여금 [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만족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저 역시 '엑스맨' 캐릭터를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죠.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웅이에게 '엑스맨' 영화를 전부 보여주지 못하고 [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봐야 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웅이가 [엑스맨 2 : 엑스투]를 본 후 [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봤다면 나이트크롤러의 첫 등장에서 저처럼 희열을 느꼈을텐데... 그리고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을 봤다면 다시 살아난 진 그레이와 사이클롭스의 모습에서 찡한 감정을 느꼈을텐데...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웅이와 '엑스맨' 영화들을 다시한번 꼼꼼히 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앞으로 개봉할 예정인 '엑스맨' 영화는 2017년 [언타이틀 울버린 시퀼]입니다. [더 울버린]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언타이틀 울버린 시퀼]은 '울버린'의 세번째 솔로영화이자, 어쩌면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이를 위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웨폰 X를 잠깐이지만 등장시켰고, 영화의 엔딩크레딧 뒤, 히든 영상에서도 [언타이틀 울버린 시퀼]에 대한 힌트를 제공했습니다.

분명 '엑스맨'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으신 분이라면 마지막 히든 영상에 허탈감을 느끼실지도 모르지만, '엑스맨'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는 저와 관객이라면 마지막 히든 영상 덕분에 아직 개봉이 1년이나 남은 [언타이틀 울버린 시퀼]에 대해 기대를 하게 되겠죠. 역시 이 영화의 관건은 '엑스맨'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네요.

 

 

내가 사랑하는 '엑스맨' 캐릭터가

이렇게 애정을 듬뿍 받으며 스크린에서 부활하니,

어찌 영화가 재미있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