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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전트 시리즈 : 얼리전트] - 평범해보이는 이야기안에 숨겨진 인간다움에 대한 통찰

쭈니-1 2016. 5. 19. 16:14

 

 

감독 : 로베르트 슈벤트케

주연 : 쉐일리 우들리, 테오 제임스, 마일즈 텔러, 안셀 엘고트, 나오미 왓츠, 제프 다니엘스

개봉 : 2016년 5월 11일

관람 : 2016년 5월 18일

등급 : 12세 관람가

 

 

갑작스러운 발뒤꿈치 통증으로 모든 계획이 어긋나다.

 

지난 토요일 아침, 갑자기 오른쪽 발뒤꿈치가 조금 뻐근함을 느꼈었습니다. 하지만 걷는데 별 불편함이 없어서 무시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저녁이 되자 발뒤꿈치 통증이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걸을때마다 통증이 밀려와 절룩거리며 걸어야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다음날인 일요일에 여동생 부부와 고척돔에서 프로야구 관람이 약속된 상황이라는 것이죠. 결국 저는 웅이의 부축을 받으며 절룩거리고 고척돔에서 프로야구를 관람해야 했습니다.

병원에 가지 못한채 일요일에 무리까지 했더니 월요일 아침에는 오른쪽 발뒤꿈치 통증이 극에 달했습니다. 발뒤꿈치에 힘을 주지 못하고 억지로 걸었더니 오른쪽 발바닥 전체가 아파서 걷는 것은 물론 서있는 것조차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에 결근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아픔을 겨우 참고 가까스로 회사로 출근했고, 바쁜 오전 업무를 마치고나서야 오후에 회사 근처 정형외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영문도 모르는채 느닷없는 발뒤꿈치 통증에 시달리고나니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었습니다. 당장 다가오는 주말에는 회사에서 춘계 체육대회가 열릴 예정이었고, 그 다음 주말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산소를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습니다. 구피와 [다이버전트 시리즈 : 얼리전트]를 보기 위해 환불이 안되는 전용 예매권까지 구입한 상황. 이 모든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분간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발에 깁스를 한채 병원에 입원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병원에서는 발뒤꿈치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겼다며 주사와 물리치료 그리고 약을 처방해줬는데, 마치 거짓말처럼 병원에 다녀온 후 1시간 만에 발뒤꿈치 통증이 약해지더니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처방된 약에 포함된 진통제 덕분일지도 모르지만, 통증을 느끼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습니다.

결국 회사 춘계 체육대회는 예정대로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심판이라도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아버지 산소에도 예정대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발뒤꿈치가 아팠을 땐 운전이 힘들어 아버지 산소에 가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는데 이젠 운전도 가능합니다. 구피와 [다이버전트 시리즈 : 얼리전트]도 보러 갈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일요일 저녁에 보러갈 생각이었는데, 결국 미루고 미뤘다가 신작이 개봉하기 하루 전인 수요일 저녁에 영화를 보고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매일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통증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오른쪽 발뒤꿈치가 뻐근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뻐근함이 통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열심히 병원에 다녀서 이번엔 오른쪽 발뒤꿈치 아킬레스건 염증을 완전히 뿌리 뽑을 계획입니다. 며칠동안 발을 절룩거리며 통증을 참고 걸어다녔더니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제닌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아까운 전용 예매권을 버리지 않고 극장 상영이 끝나기전 가까스로 볼 수 있었던 [다이버전트 시리즈 : 얼리전트]는 제목에서 친절하게 설명하듯이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세번째 영화입니다. 2014년 개봉했던 [다이버전트]는 다섯개의 분파로 나뉘어 통제된 삶을 사는 가까운 미래의 시카고 사람들을 담은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트리스(쉐일리 우들리)는 다섯개 분파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금기시된 존재 '다이버전트'로 판정되어 큰 위험에 빠집니다.

2015년 개봉한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두번째 영화인 [인서전트]는 시카고를 장악하려 하는 제닌(케이트 윈슬렛)에 맞서 싸우는 트리스와 포(테오 제임스)의 모험담이 주요 내용입니다. 결국 포의 어머니이자, 다섯개의 분파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은 무분파의 리더 에블린(나오미 왓츠)의 도움으로 트리스는 제닌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인서전트]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제닌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트리스가 아닙니다. 실제 [인서전트]는 에블린의 공격으로 제닌이 무너지는 과정을 거의 생략하다시피합니다.

[인서전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닌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선지자들의 메시지입니다. 제닌은 그 메시지가 다섯개의 분파로 나눠진 시카고의 질서를 위협하는 '다이버전트'를 없애고 질서를 지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정작 선지자들의 메시지는 '다이버전트'만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고, 이제 시카고를 둘러싼 벽을 넘어 바깥 세상으로 나오라고 말합니다. [인서전트]의 마지막 장면은 선지자들의 메시지에 환호하던 사람들이 벽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다이버전트 시리즈 : 얼리전트](이후 [얼리전트])는 시카고의 모든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다 함께 벽을 넘고, 선지자의 메시지처럼 트리스가 벽 밖의 사람들과 만나 진정한 인류의 희망이 되기만하면 됩니다. 그런데 [얼리전트]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제닌을 죽이고 새롭게 권력을 움켜쥔 에블린은 제닌이 그랬던 것처럼 공포정치로 시카고 사람들을 압박합니다.

재판이라는 명분으로 제닌파의 사람들을 공개 처형시키고, 바깥세상에 대한 접근을 금지시킵니다. [인서전트]에서 포가 걱정했던 일들이 실제 벌어진 것입니다. (포는 트리스에게 동맹을 제안하는 에블린의 의도를 의심했었습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선지자들의 메시지가 담긴 큐브를 열었던 트리스 입장에서는 바깥세상을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지지하는 동료들과 함께 벽을 넘어 바깥세상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핵 전쟁으로 오염된 구역을 지나 드디어 트리스 일행은 그녀를 기다리는 바깥 세상의 사람들과 조우하게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일까요? 독재자 제닌을 물리쳤고, 제닌의 뒤를 이어 공포정치를 펼치려는 에블린을 따돌리고 바깥세상의 사람들과 만났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럴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얼리전트]가 끝나고나서도 '다이버전트' 시리즈는 시리즈의 마지막인 [어센던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험공간이 아닌 집으로써의 시카고 (스포 포함)

 

에블린의 추적을 피해 벽 밖으로 탈출한 트리스 일행은 시카고의 문명보다 훨씬 발전한 미래 문명을 지닌 바깥 세상 사람들과 조우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유전자 복지국의 국장인 데이비드(제프 다니엘스)를 만나게 되고 그 간의 사정을 듣게 됩니다. 왜 바깥 세상의 사람들은 시카고에 벽을 치고 그 안에 사람들이 다섯개의 분파로 나뉘어 마지막 인류라 믿으며 살게끔 했을까요? 

데이비드는 이 모든 것은 유전자 조작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좀 더 완벽한 인간이 태어나는 기술을 개발한 인류. 하지만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인류는 오히려 악몽을 초래하고 맙니다. 지능이 높게 유전자를 조작하면 감정을 없는 사람이 태어나는 식으로 무엇 하나를 뛰어나게 조작하면 무엇 하나가 부족한 인간이 테어난 것이죠. 결국 유전자 조작을 통해 전쟁에 적합한 인간을 찍어내듯 만들어낸 권력자들은 핵전쟁을 통해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고 만 것입니다.

시카고에서의 실험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스스로 예전의 정상적인 유전자로 되돌아가는 자정능력을 기대하며 벌였던 실험이고, 다섯개 분파의 모든 특성을 지닌 '다이버전트'의 등장은 유전자의 자정능력을 증명하는 실험 성공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결국 트리스는 가정 성공적인 실험체이고, 다른 시카고 사람들은 실패한 실험체입니다.

 

당연히 데이비드 입장에서는 유전자 자정능력을 증명한 트리스만 소중할뿐, 트리스와 함께 시카고를 탈출한 포를 비롯한 트리스의 동료들은 물론 시카고의 남은 사람들에게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트리스에게 시카고는 고향이고, 시카고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시카고의 권력을 두고 에블린과 요한나(옥타비아 스펜서)가 서로 전쟁을 선포하자 트리스는 이 전쟁을 막으려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처음으로 트리스와 포의 의견이 갈린다는 점입니다. [트와일라잇]의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 커플 못지 않은 닭살커플인 트리스와 포. 그들은 시카고를 탈출하기 전, 바깥 세상에 아무 것도 없어도 서로만 있으면 상관없다며 공공연하게 속삭입니다. 하지만 데이비드를 믿지 않는 포와는 달리 트리스는 데이비드를 철썩같이 믿었고, 시카고에서의 전쟁을 막기 위해 다시 시카고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포와는 달리 트리스는 데이비드와 함께 인류의 지도자들에게 시카고의 전쟁을 막게 도와달라고 청하려합니다.

[얼리전트]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트리스와 포의 목표는 같습니다. 에블린과 요한나가 서로 전쟁을 벌이며 서로를 죽이는 살육전을 펼치기 전에 전쟁을 막는 것. 이렇게 목표는 같지만 방법은 서로 달랐습니다. 포는 직접 그 전쟁을 막으려하고, 트리스는 바깥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하려합니다. 

 

 

순혈인과 결합인

 

어찌보면 [얼리전트]는 [메이즈러너]와 너무 비슷한 소재를 가진 SF영화일지도 모릅니다. [메이즈러너]처럼 위기에 빠진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건 갇힌 공간에서의 실험이 있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실험에 동원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험을 한 사람들은 인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자신의 비안간적 행위를 정당화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실험에 동원된 사람들은 그들에 저항합니다. 

하지만 [얼리전트]에는 [메이즈러너]에는 없었던 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적인 것에 대한 통찰입니다. [다이버전트]에서는 다섯개 분파로 이뤄어진 미래 사회를 마치 유토피아처럼 소재합니다. 에러다이트는 지식을 탐구하고, 돈트리스는 질서를 지키며, 애머티는 농사를 통해 먹을 것을 공급하고, 캔더는 정직함으로 공직 사회를 이루며, 애브게이션은 이타심을 발휘해서 사람들을 돕습니다. 그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다이버전트]의 사회는 분쟁없이 평화롭게 흘러갈 것입니다.

그러나 다섯개 분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다이버전트'가 출연합니다. 그리고 [인서전트]에서는 그러한 '다이버전트'야말로 인류의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얼리전트]에서는 '다이버전트'가 유전자 조작이 아닌 자연적으로 태어난 우리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우리의 지금 이 모습이 미래사회의 '다이버전트'인 셈입니다.

 

[얼리전트]에서 순혈인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나지 않은 자연적으로 태어난 인류를 뜻합니다. 처음 인류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무엇 한가지 특성만 특출난 인류, 즉 결합인을 만들어내지만, 그것은 축복이 아닌 저주였습니다. 우리 인류는 무엇 한가지만 특출난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훨씬 더 복잡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존재인 셈이죠.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얼리전트]의 또한가지 주제는 바로 평등입니다. 바깥 세상은 순혈인을 우대하고, 결합인은 그저 실험체 취급을 합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인류 문명의 위기가 결합인들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기에 결합인은 실험을 통해 순혈인으로 바뀌야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하지만 트리스는 순혈인이든, 결합인이든, 똑같은 인간이고, 모두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우리가 사는 사회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결합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 많은 장애인들과 소수 인종들과 어우러져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대한 차별이 아닌 평등이야 말로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요인일 것입니다.

[얼리전트]는 원래 한편의 원작소설을 두편의 영화로 나뉜 탓에 끝부분이 조금 허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전히 '다이버전트'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어센던트]를 기대하는 것은 인간다움에 대한 이 영화의 주제가 영화의 마지막까지 어떻게 이어질지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귀여운(?) 배신자 피터(마일즈 텔러)의 최후도 보고 싶고요. ^^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트리스는 성장하고,

트리스와 포의 사랑은 점점 닭살이 되어 가고 있는 반면,

관객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점점 또렷해지는

인간다움에 대한 주제가 나는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