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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 3] - 이 즐거움이 영원히 계속되길...

쭈니-1 2016. 2. 2. 17:46

 

 

감독 : 여인영, 알렉산드로 칼로니

더빙 : 잭 블랙, 안젤리나 졸리, 더스틴 호프만, J.K. 시몬스, 브라이언 크랜스톤

개봉 : 2016년 1월 28일

관람 : 2016년 1월 30일

등급 : 전체 관람가

 

 

나와 웅이의 최고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가 웅이와 처음으로 극장에 간 것은 2006년 4월에 개봉한 [아이스 에이지 2]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고작 4살에 불과했던 웅이가 영화보는 도중 무섭다고 칭얼거리는 바람에 중간에 극장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그러나 웅이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보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었던 저는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고, 결국 2007년 1월 극장에서 웅이와 함께 [신나는 동물농장] 보기에 성공함으로써 제 소원은 이뤄졌습니다.

이후에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때마침 [로보트 태권 V]가 30년만에 재개봉해서 웅이와 저의 두번째 영화가 되었고, [빼꼼의 머그잔 여행], [로빈슨 가족] 등을 함께 보며 2007년 한해동안 웅이와 신나게 극장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웅이가 제 아들답게 영화광의 길로 접어든 것은 2008년부터였습니다.

2008년 웅이와 처음 본 영화는 [호튼]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근로자의 날, 오랜만에 혼자 집에서 푹 쉬고 싶었던 구피의 계략에 의한 영화 관람이었었습니다. [호튼]에 이은 두번째 영화관람은 [스피드 레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웅이는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에 나오는 자동차 캐릭터에 현혹되어서 영화를 본 것입니다. 그러나 세번째 영화관람인 [쿵푸팬더]는 달랐습니다. 웅이는 이 영화가 개봉되기 며칠 전부터 [쿵푸팬더] 보러가자고 졸랐던 것입니다. [로보트 태권 V]에 이어 웅이가 스스로 영화를 선택한 두번째 영화가 바로 [쿵푸팬더]입니다.

 

이렇게 웅이와의 소중한 추억이 있다보니 저 역시 [쿵푸팬더]는 굉장히 만족스럽고 소중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추억은 2011년 5월에 개봉한 [쿵푸팬더 2]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저는 회사일로 나무 바빠서 웅이와 제대로 놀아주지 못했었는데 때마침 [쿵푸팬더 2]가 개봉되는 덕분에 웅이와 함께 [쿵푸팬더 2]를 관람하며 관계 회복에 성공했습니다.

[쿵푸팬더]가 개봉했던 2008년, 웅이는 아직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못한 6살이었습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쿵푸팬더 2]가 개봉한 2011년에는 웅이가 초등학교 2학년, 9살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쿵푸팬더 3]가 개봉한 2016년에 웅이는 초등학교 졸업을 며칠 앞둔 예비 중학생입니다.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입니다. 

이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지만 [쿵푸팬더 3]의 개봉 소식을 들은 저와 웅이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쿵푸팬더]를 봤던 2008년에도 그랬고, [쿵푸팬더 2]를 봤던 2011년에도 그랬듯이 저와 웅이는 [쿵푸팬더 3]를 보러 가며 한껏 들떠 있었고, 영화를 볼땐 동심으로 돌아가 맘껏 웃었습니다. [쿵푸팬더 3]를 보고 집에 오자 TV에서 잭 블랙이 특별출연한 <무한도전>이 하고 있었고, <무한도전>이 끝나고 케이블 TV로 채널을 돌리자 영화 채널에서 [쿵푸팬더]와 [쿵푸팬더 2]가 연달아 방영해서 웅이와 저의 추억 여행은 토요일 내내 계속되었답니다.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포의 진짜 아빠 이야기

 

2008년 [쿵푸팬더]가 처음 개봉했을때 이슈가 되었던 것은 팬더인 포(잭 블랙)의 아빠가 오리라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기자들이 "왜 포의 아빠는 팬더가 아닌 오리인가?"라는 질문을 감독에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 어느 기자는 "어차피 팬더가 쿵푸를 하는 애니메이션인데 팬더의 아빠가 오리라는 점이 뭐가 이상한가?"라는 반문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쿵푸팬더 2]에서는 포의 출생이 비밀이 그려졌습니다. 악행을 일삼던 공작새 쎈(게리 올드만)이 점잼이 염소(양자경)에 의해 팬더에게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팬더 마을을 습격해 팬더를 몰살한 것입니다. 포의 엄마는 가까스로 도망쳐나와 포를 숨겼고, 포는 오리인 핑(제임스 홍)에 의해 키워진 것이죠. [쿵푸팬더 2]는 부모의 원수인 쎈과의 대결에서 내면의 평화를 되찾아 쎈을 무찌르는 포의 활약과 성장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쿵푸팬더 2]의 마지막 장면에서 쎈에 의해 사라진줄 알았던 팬더 마을이 공개되고, 포의 진짜 아빠인듯 보이는 팬더를 마지막으로 영화를 끝맺음함으로써 3편을 예고했습니다. 결국 [쿵푸팬더 3]의 큰 뼈대인 포와 포의 진짜 아빠인 리(브라이언 크랜스톤)의 이야기는 5년전 [쿵푸팬더 2]에서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쿵푸팬더 3]는 [쿵푸팬더 2]의 마지막 장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잃어버린 아들이 살아 있다는 우주의 목소리를 들은 리는 아들을 찾아 포가 살고 있는 동네까지 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포와 재회합니다. 사실 저는 포와 리의 극적인 재회를 기대했지만 영화는 포와 리의 재회를 그다지 비중있게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떡밥은 이미 5년전 [쿵푸팬더 2]에서 투척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대신 [쿵푸팬더 3]가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포가 기(氣)를 터득하는 과정입니다. 영혼 세계의 전설적인 쿵푸마스터를 제압하고 현세로 온 악당 카이(J.K. 시몬스)를 무찌르기 위해서 포는 기를 터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포가 기를 터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팬더의 마을에 가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는 것이죠.

[쿵푸팬더 3]의 재미는 포가 팬더 마을에 가면서 본격화됩니다. [쿵푸팬더] 시리즈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뚱뚱하고 미련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악당을 무찌르는 귀여운 팬더 포입니다. 애니메이션 사상 역대급 캐릭터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포. 그런데 [쿵푸팬더 3]는 포와 같은 팬더가 수십마리나 떼지어 출연합니다. 귀여운 아기 팬더에서부터 시작해서 공주병에 걸린 팬더 메이메이(케이트 허드슨)까지... 화면 가득 채운 팬더의 향연은 영화를 보는 저와 웅이에게 행복감을 안겨줬습니다.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다.

 

[쿵푸팬더]는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수수께끼들이 한가지씩 풀립니다. [쿵푸팬더 2]에서는 "왜 팬더인 포의 아빠가 오리일까?"라는 수수께끼가 풀렸다면, [쿵푸팬더 3]에서는 "왜 우그웨이(랜달 덕 김) 대사부는 시푸(더스틴 호프만)의 격렬한 반대에서도 불구하고 포를 용의 전사로 지목했는가?" 라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갑니다.

우그웨이는 용의 전사가 되기 위해 오랜 세월을 수련한 무적 5인방, 타이그리스(안젤리나 졸리), 몽키(성룡), 바이퍼(루시 리우), 맨티스(세스 로건), 크레인(데이빗 크로스) 대신 얼떨결에 구경온 포를 용의 전사로 지목합니다. 그러면서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라며 알듯 말듯한 한마디를 남기고 영혼의 세계로 떠나버립니다. 포조차도 우그웨이가 나이들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한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애초에 이해가 안되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쿵푸팬더 3]에서 이 케케묵은 수수께끼가 말끔히 해소됩니다. 전쟁에서 큰 부상을 입은 우그웨이는 오랜 친구인 카이의 도움으로 팬더 마을에서 기 치료를 받고 부상을 완치합니다. 하지만 기의 위대한 능력을 목격한 카이는 이 힘을 혼자 독차지하려 하고, 어쩔 수 없이 우그웨이는 카이를 영혼의 세계로 추방해버립니다. 하지만 우그웨이는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언젠가 카이가 현세로 돌아올 것임을... 만약 그렇게된다면 카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기를 터득한 팬더 뿐이라는 사실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쎈에 의해 팬더가 몰살당하자 우그웨이는 카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좌절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런 그 앞에 갑자기 하늘에서 웬 팬더 한마리가 뚝 하고 떨어진 것입니다. 우그웨이가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라고 말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그웨이는 포를 용의 전사로 지목하고 편안하게 영혼의 세계로 떠납니다.

처음 [쿵푸팬더]를 봤을 때는 이러한 설정들을 그냥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니까..."라는 생각에 너그럽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쿵푸팬더 2]가 포의 출생의 비밀을 벗기고, [쿵푸팬더 3]가 우그웨이의 과거를 통해 포가 용의 전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니 [쿵푸팬더]를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치밀한 구성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과연 [쿵푸팬더]는 애초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것일까요? 그렇다면 3부작이 완성되기까지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3부작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면, [쿵푸팬더]가 애초에 가지고 있었던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들을 [쿵푸팬더 2]와 [쿵푸팬더 3]가 보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8년이라는 시간이 이해가 됩니다. 좀 더 완벽한 이야기를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결정적인 순간은 좀 약하다.

 

[쿵푸팬더]는 국내에서 467만(공식통계) 관객을 동원했고, [쿵푸팬더 2]는 506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쿵푸팬더 2]는 국내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에서 천만 관객을 넘긴 [겨울왕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입니다. 그 뒤를 잇는 것이 496만 관객을 동원한 [인사이드 아웃]이고, 그 밑이 [쿵푸팬더]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에서 [쿵푸팬더] 시리즈가 2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을만큼 [쿵푸팬더] 시리즈는 국내 관객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입니다. 이번에 개봉한 [쿵푸팬더 3]도 개봉 첫주말에 137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고하니 [쿵푸팬더] 시리즈에 대한 우리나라 관객의 사랑은 여전히 식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포의 목소리를 연기한 잭 블랙의 내한은 이러한 국내 영화팬들의 사랑이 바탕으로 이뤄진 이벤트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쿵푸팬더] 시리즈가 국내 영화팬들의 사랑을 좀 더 많이 받으려면 분명 고쳐야할 부분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얼렁뚱땅 마무리되는 클라이막스의 부실함입니다. 솔직히 [쿵푸팬더]에서 포가 타이렁(이안 맥쉐인)을 무찌르는 결정적인 장면은 조금 부실했습니다. 아무 것도 씌여있지 않은 용의 문서를 통해 모든 것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우시 손가락 기술로 타이렁을 쓰러뜨리는 것은 포가 독학으로 배웠다며 대충 넘어갑니다.

 

[쿵푸팬더 2]에서 포가 내면의 평화를 깨닫고 쎈을 무찌르는 장면과 [쿵푸팬더 3]에서 포가 기를 터득해서 영혼의 세계에서 카이를 무찌르는 장면도 역시 우시 손가락 기술과 마찬가지로 자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물론 내면의 평화와 기를 터득하는 장면을 자세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써는 분명 어려움이 따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클라이막스인만큼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악당을 무찌르는 결정적인 클라이막스는 조금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쿵푸팬더 3]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웅이도 [쿵푸팬더 3]에 대만족했으니 2008년부터 시작된 [쿵푸팬더]시리즈와 저와 웅이의 인연은 2016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쿵푸팬더] 시리즈와 저와 웅이의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쿵푸팬더 3]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쿵푸팬더 4] 역시 언젠가는 만들어질 것입니다. 1편에서 2편이 만들어지기까지 3년이 걸렸고, 2편에서 3편이 만들어지기까지 5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4편은 아마 웅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쯤 개봉되지 않을까요? 그때도 과연 웅이가 저와 함께 [쿵푸팬더] 시리즈의 재미를 이어나가려고 할런지... 포의 진짜 아빠인 리가 등장하자 포를 빼앗길까봐 팬더 마을까지 쫓아가는 핑처럼 저도 웅이와의 즐거움이 웅이의 성장에게 빼앗길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련한 먹보 포가 용의 전사로 점차 성장하듯이 사람은 누구나 성장해 나간다.

내가 그러한 성장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동심에 의한 즐거움을 웅이와 영원히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