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엘리자베스 뱅크스
주연 : 안나 켄드릭, 헤일리 스테인펠드, 레벨 윌슨, 브리타니 스노우
개봉 : 2015년 5월 28일
관람 : 2016년 1월 13일
등급 : 15세 관람가
우리나라에서는 환영받지 못한 아카펠라 소녀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대박이 났지만,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쪽박이 난 영화들은 꽤 많습니다. [피치 퍼펙트]가 그러합니다. 2012년 순수 제작비 1천7백만 달로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피치 퍼펙트]는 북미에서만 6천5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1억1천5백만 달러의 알짜 흥행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2013년 3월 국내 개봉 성적은 누적관객 1만3천명에 불과했습니다.
2015년 5월에 북미 개봉한 [피치 퍼펙트 2]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치 퍼펙트 2]는 북미에서만 무려 1억8천4백만 달러의 메가히트를 기록했고, 월드와이드 성적도 2억8천7백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누적관객 7만5천명을 동원하는데 그쳤습니다.
대학 여성 아카펠라 동아리 벨라스 멤버들의 유쾌한 활약을 그린 [피치 퍼펙트]는 비록 국내 관객이 열광할만한 스타급 배우는 없지만 만국 공통어라 할 수 있는 흥겨운 노래와 풋풋한 청춘, 그리고 사랑이 있는 영화입니다. 이를 토대로 북미에서는 흥행에 대성공했고, 이미 3편 제작이 선언되었을 정도로 새로운 프렌차이즈 시리즈로 발돋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니라 관객들은 아카펠라 소녀들의 활약에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눈과 귀가 즐거웠던 [피치 퍼펙트] 그리고 [피치 퍼펙트 : 언프리티 걸즈]
저는 2013년 8월 [피치 퍼펙트]를 봤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소식에 관심이 많기에 이미 [피치 퍼펙트]의 북미 흥행성공소식을 들었고, 흥겨운 아카펠라 음악과 대학생들의 풋풋한 사랑이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제 취향과도 어느정도 맞는 영화라는 생각에 [피치 퍼펙트]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 대학 동아리에서의 추억도 생각났고, 아카펠라 음악에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습니다.
[피치 퍼펙트 : 언프리티 걸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에겐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이미 미국에서 최고의 아카펠라 그룹으로 자리잡은 벨라스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며 시작합니다. 벨라스는 대통령 생일파티 축하공연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낯 뜨거운 사고를 저질렀고, 그로인하여 국내 대회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받습니다.
이 징계에서 풀려날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국제대회 우승 뿐. 벨라스는 국제대회를 휩쓴 독일의 아카펠라 그룹 DSM에 맞서 명예를 되찾아야 합니다. [피치 퍼펙트 : 언프리티 걸즈]는 속편답게 1편의 전국 대회에서 국제 대회로 스케일을 늘렸으며, 벨라스를 나락에 떨어뜨림으로써 국제 대회 출전이라는 당위성을 자연스럽게 부여시킵니다.
영특한 속편 영화
어쩌면 [피치 퍼펙트 : 언프리티 걸즈]가 북미에서 전편을 능가하는 흥행 성공을 거둔 것은 속편의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 억지 설정이 아닌 관객이 쉽게 수긍할만한 당위성을 적절하게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피치 퍼펙트]가 전국 대회를 무대로 했기때문에 [피치 퍼펙트 : 언프리티 걸즈]는 세계 대회를 무대로 할 것이 분명했지만, 이를 위해 벨라스를 나락으로 먼저 떨어뜨림으로써 그녀들에게 세계 대회를 꼭 우승해야하는 절박함을 안겨준 것입니다.
게다가 속편의 전형적인 방식인 새로운 피를 수혈한 것도 적중했습니다. 2010년 코엔 형제의 서부극 [더 브레이브]로 데뷔하자마자 제8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헤일리 스테인펠드(수상은 [파이터]의 멜리사 레오가 차지했습니다.)를 벨라스 창립멤버의 딸이자 벨라스에 가입하는 것이 꿈인 당찬 신입생 에밀리로 새롭게 투입한 것입니다.
에밀리는 작사, 작곡 능력을 발휘해서 주인공인 베카(안나 켄드릭)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나락으로 떨어진 벨라스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면서 결국 국제 대회 우승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야 하는 불안감
[피치 퍼펙트 : 언프리티 걸즈]는 이렇게 젊음의 풋풋함과 흥겨운 음악이 있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피치 퍼펙트]를 보며 제 대학생활 동아리 활동의 기억이 떠올랐던 저는 [피치 퍼펙트 : 언프리티 걸즈]를 보면서는 대학 졸업반이었던 당시의 막막했던 심정이 기억났습니다.
베카는 유명 음반 기획사의 인턴으로 취직을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사실을 벨라스 멤버들에게 말하지 못합니다. 모두들 국제 대회 출전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베카는 왜 아무도 졸업후의 일을 걱정하지 않는지 의아해합니다. 그러한 베카와는 달리 벨라스의 리더인 클로에(브리타니 스노우)는 자신의 모든 것과도 같은 벨라스에만 집착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자신의 속내를 떨어놓습니다. 자기도 졸업후 어떻게해할지 막막하다고...
학교는 청춘에겐 울타리입니다. 그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젊음을 실컷 즐기면서 전쟁터와도 같은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그 울타리 밖으로 나갈 때가 되면 두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더이상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랬기에, 베카와 클로에의 갈등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녀들의 마지막 무대는 훈훈했다.
[피치 퍼펙트]에서 벨라스의 리더로 베카와 의견 충돌을 빚었던 오브리(안나 캠프)는 졸업후 펜션을 운영하며 졸업 후의 진로를 걱정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충고합니다. "난 졸업할 때 숲속에서 펜션을 운영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이렇게 하고 있잖아." 맞습니다. 그것이 정답입니다.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오늘을 열심히 살다보면 미래는 자연스럽게 살아지는 것입니다. 제가 IMF 한파를 해쳐나와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갈팡질팡하던 벨라스 멤버들이 속마음을 털어 놓음으로써 그들만의 화음을 되찾고 국제 대회에서 멋진 노래를 부릅니다. 벨라스는 다른 아카펠라 그룹처럼 기존 곡을 부르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노래를 부르고, 과거 벨라스 선배들이 무대를 함께 합니다. 그러한 벨러스의 무대는 독일의 DSM만큼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훈훈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나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도 잠시 기다리세요. 영화의 맛깔스러운 조연인 범퍼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피치 퍼펙트 : 언프리티 걸즈]는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즐길 것이 많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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