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알렉상드로 헤보얀, 베노이트 필립폰
더빙 : 조슈아 J. 발라드, 오마 사이, 니콜 프로보스트
개봉 : 2015년 9월 24일
관람 : 2016년 1월 10일
등급 : 전체 관람가
[굿 다이노]를 보고나니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상상력도 궁금했다.
웅이와 [굿 다이노]를 본 후 '만약 공룡이 정말 멸종되지 않았다면 우리 인류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그러한 순간이 좋습니다. 단순하게 영화를 보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에서부터 파생된 상상력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웅이와 함께 공룡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구촌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다보니, 문득 [뮨 : 달의 요정]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뮨 : 달의 요정]은 지난 추석 연휴에 개봉했던 프랑스 애니메이션입니다. 사실 저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이 웅이와 함께 보기엔 영화적 재미가 부족하고 조금 난해하다는 편견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크리스마스 연휴에 봤던 [어린왕자] 덕분에 그러한 편견은 깨졌습니다.
제가 [굿 다이노]를 본 후 [뮨 : 달의 요정]을 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이 영화도 새로운 상상력으로 무장한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입니다. [뮨 : 달의 요정]은 태양과 달을 지키는 요정들이 존재하는 신비로운 빛의 세계를 배경으로 얼떨결에 달의 수호자가 된 말썽쟁이 요정 뮨(조슈아 J. 발라드)의 모험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들
"고대 서적을 보면 태초에는 세상에 빛이 아예 없었다고 해. 그러다 엄청난 초인이 우리 별에 태양을 끌어왔지. 태양의 수호자는 사계를 관장하며 우리가 사는 곳을 돌봤어. 그리고 달은 첫번째 달의 수호자가 꿈의 세계에서 가져온 거래. 우릴 꿈꾸게 하는 것도 바로 달의 수호자야. 그렇게 해서 하루가 낮과 밤으로 나뉘었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미지의 세계입니다. 공룡이 어린아이들에게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현재에는 공룡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우리 인류는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하며 우주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 나가겠지만, 아직까지 우주는 신비로움 그 자체입니다. 신, 요정, 요괴 등 신화와 동화에서나 등장하는 존재들도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뮨 : 달의 요정]은 태양과 달에 대한 동화적 상상력과 요정이라는 신비한 존재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엄청난 초인이 태양을 끌어 왔고, 꿈의 세계에서 달을 가져왔다는 이 영화의 설정은 그렇기에 매력적입니다. 물론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상상력의 세계는 과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일을 사실처럼 꾸밀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아무리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해도 결국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캐릭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일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는 필수입니다. 그런 면에서 [뮨 : 달의 요정]은 달의 수호자 뮨, 태양의 수호자 소혼(오마 사이), 그리고 밀랍으로 만들어진 호기심많은 여성 캐릭터 글림(니콜 프로보스트)라는 개성강한 3각 캐릭터들을 잘 구축해 냈습니다.
태양과 달의 차이만큼이나 뮨과 소혼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뮨은 악몽을 기분 좋은 꿈으로 바꿔지는 능력 밖에 없는 말썽쟁이 요정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얼떨결에 달의 수호자가 되죠. 그와는 달리 소혼은 오랫동안 수업을 받은 준비된 태양의 수호자입니다. 하지만 여자들한테 인기를 끌기 위해 태양의 수호자가 되었을만큼 자기과시에 몰두합니다. 이렇게 달라도 너무 다른 뮨과 소혼은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함께 힘을 모아 태양을 훔친 네크로스와 맞서 싸웁니다.
뮨과 소혼이라는 서로 개성이 다른 두 수호자를 한데 묶어주는 것은 글림입니다. 저는 [뮨 : 달의 요정]의 캐릭터 중에서 글림이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태양이 닿으면 몸이 녹아보리고, 태양이 지고 달이 뜨면 몸이 굳어버리는 밀랍으로 만들어진 글림. 하지만 이렇게 약한 몸을 가진 글림은 뮨과 소혼을 도와 네크로스를 무찌르는데 앞장섭니다.
단순한 스토리 라인에 수놓은 판타스틱한 재미
사실 [뮨 : 달의 요정]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태양을 혼자 독차지하려는 악당 네크로스가 있고, 이제 막 수호자가된 뮨과 소혼은 처음엔 실수연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힘을 합쳐 네크로스를 무찌르고 태양을 되찾아옴으로써 빛의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여기에 여성 캐릭터인 글림이 끼어듬으로써 주인공의 구색도 완벽하게 갖춰집니다.
비록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이루는 배경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부럽지 않을 정도로 판타스틱합니다. 빛의 세계의 풍경은 물론, 빛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꿈의 세계에서의 색다른 색감은 3D와 2D를 매력적으로 뒤섞었던 [어린왕자]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저는 마치 아름다운 꿈을 꾸는 듯한 착각에 빠졌었습니다. (실제 구피는 제 어깨에 기대어 쿨쿨 잠이 들었답니다. ^^;)
[굿 다이노]를 보고나서 곧바로 [뮨 : 달의 요정]까지 보고나니 제 마음은 동심으로 충만했습니다. 웅이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애니메이션도 보고, 그림도 그리다보니 어른들만이 가질 수 있는 근심걱정은 잠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동심의 세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을 수는 없죠? 짧은 시간 동심의 세계를 즐겼다가 빨리 현실의 세계로 돌아와야 하는 것, 그것이 어른의 비애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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