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대니 콜린스] - 당신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쭈니-1 2016. 1. 8. 17:40

 

 

감독 : 댄 포켈맨

주연 : 알 파치노, 아네트 베닝, 바비 카나베일, 제니퍼 가너, 크리스토퍼 플러머

개봉 : 2015년 9월 30일

관람 : 2016년 1월 7일

등급 : 15세 관람가

 

 

존 레논의 음악에 매료되다.

 

[대니 콜린스]는 2015년 추석연휴가 끝난 9월 30일에 개봉했었습니다. 흥행 기대작이라면 추석연휴 전에 개봉해서 명절 대목을 노렸을텐데,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개봉한 [대니 콜린스]는 흥행 기대작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조용히 개봉했다가 조용히 다운로드 시장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국내 누적관객은 고작 5만6천명.

솔직히 저도 이 영화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명배우 알 파치노가 최고의 부와 명예를 누리는 락스타를 연기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hoppin 다운로드를 통해 [대니 콜린스]를 보기 시작했더니 쉽게 '멈춤' 버튼을 누룰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흥행에 실패한 영화이지만 [대니 콜린스]는 분명 많은 매력을 가진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저를 사로 잡은 것은 존 레논의 노래입니다. [대니 콜린스]는 40년 전 존 레논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우연히 받게된 락스타 '대니 콜린스'(알 파치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대니가 새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존 레논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흘러 나옵니다. 아무리 팝 음악에 무외한인 저라고 해도 존 레논의 노래를 듣고 잇다보면 사르르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대니 콜린스]의 OST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알 파치노의 연기는 역시 최고.

 

[대니 콜린스]의 두번째 매력은 바로 알 파치노의 연기입니다. 이 영화에 별 관심이 없었을 때에도 저는 알 파치노의 연기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니 콜린스]를 보니 알 파치노의 연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멋지더군요. 영화 초반 부와 명예 그리고 40살 연하의 미인대회 수상자 아내까지 모든 것을 가졌지만, 매일 아침 자살을 생각하는 대니의 모습은 알 파치노의 연기에 의해 색다르게 표현됩니다.

대니는 여자와 마약, 술에 의해 타락한 락스타이지만, 장난꾸러기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일상에 허무함을 느끼며 자살을 생각했다가도 존 레논의 편지를 받고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오두방정을 떨기도 합니다.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쿨하게 넘기고, 자신을 증오하는 아들, 톰(바비 카니베일)이 자신을 아무리 밀쳐내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또다시 톰의 집을 찾아갑니다. 도시 외곽의 한적한 호텔 매니저 메리(아네트 베닝)에게 능글맞게 치근덕대면서도 선은 절대 넘지 않고, 호텔의 젊은 직원들을 사로 사랑에 빠지게 이끌기도 합니다. 

[대니 콜린스]를 보다보면, 호텔 직원들이 대니의 매력에 흠뻑 빠지듯이 저 역시도 이 재미있고, 타락했지만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늙은 락스타의 매력에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대니 콜린스]에서는 알 파치노의 노래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극중 대니의 최고 히트곡인 '안녕, 귀염둥이(Hey Baby Doll)'와 대니가 직접 작사, 작곡한 '아래를 보지마(Don't Look Down)'는 알 파치노의 거친 목소리에 의해 음악 영화의 진수를 맛보게 합니다.

 

      

 

내가 한때 아네트 베닝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대니 콜린스]에는 존 레논의 음악과 알 파치노의 연기가 있습니다. 사실 이 두가지만으로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봐야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하지만 [대니 콜린스]에는 그 이상이 있습니다. 바로 아네트 베닝의 매력입니다.

사실 저는 한때 아네트 베닝을 좋아했습니다. 그녀는 1991년 [벅시]라는 영화에서 라스베가스를 세운 전설적인 갱스터 벅시(워렌 비티)의 애간장을 태우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인 버지니아를 연기하며 제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그 외에도 [헨리 이야기], [러브 어페어], [대통령의 연인] 등 제 90년대 아네트 베닝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벅시]에서 만난 워렌 비티와 결혼하고 한동안 활동이 뜸하며 아네트 베닝은 제게 잊혀진 배우가 되었습니다.

[대니 콜린스]는 알 파치노의 매력적인 연기 만큼이나 아네트 베닝의 매력도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영화입니다. 천하의 대니조차도 마음 졸이게 하는 호텔 매니저 메리. 대니가 "미스 네바다 출신의 전처도 당신 발 뒤꿈치도 못 따라가요."라며 메리에게 장난스러운 고백을 하는데, 그러한 고백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한때 제가 좋아했던 아네트 베닝의 매력을 다시 느끼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도 [대니 콜린스]는 제게 축복과도 같은 영화였습니다.

 

 

 

아버지이기에 포기해야 했던 새로운 삶

 

존 레논의 감미로운 노래, 알 파치노의 명불허전 명연기, 그리고 아네트 베닝의 그동안 잊고 있었던 매력까지... 하지만 [대니 콜린스]의 진짜 재미는 바로 아버지로써 대니의 변화입니다. 그는 새로운 삶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그동안 외면했던 아들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아버지로써 그동안 그가 해주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갑니다.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손녀딸을 위해 몇년씩 대기해야 하는 최고의 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고, 암에 걸린 아들을 위해 병원에도 같이 갑니다. 하지만 그가 아버지이기 때문에 해야 했던 가장 큰 희생은 새로운 삶을 포기한 것입니다. 존 레논의 편지를 받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며 한적한 호텔에서 노래를 만들었던 대니. 하지만 그는 관중 앞에서 정작 자신이 만든 노래 대신 자신의 히트곡을 부릅니다. 그리고 결코 변할 수없는 자신의 처지에 좌절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아빠니까요. 그동안 너무 방탕한 삶을 살아왔기에 그의 재정상황은 엉망진창이지만 과잉행동장애에 걸린 손녀딸과 암으로 죽어가는 아들을 위해 그는 돈을 벌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국 투어를 다니며 예전처럼 자신의 히트곡을 불러야 합니다. 대니는 그토록 바랐던 새로운 삶을 포기하고 예전처럼 돈 벌이에 나서지만, 이젠 방탕한 삶을 위해서가 아닌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법니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그토록 원했던 새로운 삶이 아니었을까요?

 

 

 

당신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존 레논의 편지를 40년만에 전달받은 락스타의 인생 전환기. [대니 콜린스]는 어쩌면 간단한 한줄로 표현이 가능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엔 결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가 군데 군데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앉아 두 손을 꼬옥 잡으며 의사의 한마디를 기다리는 대니와 톰의 마지막 모습에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대니가 존 레논의 편지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했듯이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는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입니다. 그때까지만해도 저는 다른 아이들처럼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특별히 되고 싶었던 것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 분의 국어 수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입니다. 매일 일기를 쓰고, 영화를 보면 이렇게 영화 감상문을 쓰기 시작한 것이...

비록 제 직업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저는 블로그에 글을 쓰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니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는 존 레논의 편지로 엄청난 새로운 삶의 변화를 맞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존 레논의 편지 덕분에 가족을 위한 삶이라는 새로운 행복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죠. 그러한 작은 행복에 의한 삶의 변화... [대니 콜린스]가 담고 있는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