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아메리칸 울트라] - 마구잡이로 때려부수는 B급 액션으로 묵은 스트레스 해소

쭈니-1 2016. 1. 5. 17:39

 

 

감독 : 니마 누리자데

주연 : 제시 아이젠버그, 크리스틴 스튜어트, 코니 브리튼, 토퍼 그레이스

개봉 : 2015년 8월 27일

관람 : 2016년 1월 2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웅이가 없는 밤은 어른들의 영화로...

 

저희 가족이 모두 [셜록 : 유령신부]로 2016년 영화 라이프를 활짝 열었던 1월 2일. 하지만 [셜록 : 유령신부]를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못했기에 뭔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때마침 웅이는 오랜만에 서울에 온 외삼촌과 함께 놀겠다며 처가집에서 자겠다고 선언을 한 덕분에 집에는 저와 구피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밤은 깊었고, 신정 연휴 마지막날인 1월 3일 일정을 위해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 했지만, 이대로 1월 2일을 보내기엔 아쉬운 상황. 결국 구피가 먼저 "우리 영화 볼까?"라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구피가 선택한 영화는 [셀프/리스]. 하지만 저는 이미 [셀프/리스]를 2015년 9월에 혼자 극장에서 봤기에 구피에게 다른 영화보자고 꼬드겼습니다. [셀프/리스]를 피하기 위해 제가 급조해서 구피에게 추천한 영화가 바로 [아메리칸 울트라]입니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이건 무슨 영화인데?"라고 묻는 구피에게 저는 [아메리칸 울트라]를 최대한 미화해서 설명해줬습니다. "응, 이 영화는 [트와일라잇]에 출연했던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스파이 액션영화야." [트와일라잇]을 좋아하고, 스파이 액션 장르도 좋아하는 구피는 그제서야 영화에 대한 의심을 풀고 "그래, 이 영화 보자!"라며 제 선택을 따랐습니다.

 

 

 

B급 정서가 물씬 풍기는 액션영화

 

'[트와일라잇]의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은 스파이 액션영화'라는 [아메리칸 울트라]에 대한 설명은 결코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더 자세하게 설명하려면 앞에 수식어가 하나 더 붙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B급 정서가 물씬 풍기는'입니다.    

실제로 [아메리칸 울트라]는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진지한 스파이 액션영화라고 하기엔 조금 어이가 없습니다. 주인공인 마이크(제시 아이젠버그)는 찌질해도 너무 찌질한 캐릭터이고, 그가 사랑하는 피비(크리스틴 스튜어트)도 마이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CIA에서 왜 마이크를 제거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얼렁뚱땅이고, 마이크를 제거하기 위해 온 킬러들도 위협적이라 하기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해 보입니다.

마이크가 펼치는 액션도 과장이 심한데, 숟가락으로 적을 죽이거나, 프라이팬으로 총알을 튕겨 적을 맞추기도 합니다. 마이크를 제거하려는 CIA 아드리안 예이츠(토퍼 그레이스)는 '저렇게까지 해야할 이유가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 과하고, 목숨바쳐 마이크를 구하려는 빅토리아 라세터(코니 브리튼)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이 영화는 병맛 캐릭터들의 B급 액션을 즐기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입니다.

 

 

 

[프로젝트 X]를 기억하는가?

 

[아메리칸 울트라]의 출연 배우들의 면면은 화려합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할리우드 A급 배우이고, 제시 아이젠버그도 [소셜 네트워크],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입니다. 특히 그는 2016년 최고의 화제작 중의 하나인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슈퍼맨의 숙적 렉스 루퍼를 연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스파이더맨 3]에서 베놈을 연기한 토퍼 그레이스와 명품 조연배우 존 레귀자모는 물론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로 오랜만에 우리 곁에 찾아올 빌 폴만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메리칸 울트라]는 이렇게 화려한 출연진보다는 감독의 이름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니마 누리자데로 2011년 고등학생들의 광란의 파티에 의한 난장판을 실감나게 보여줬던 2011년 영화 [프로젝트 X]를 연출했었습니다.

만약 [프로젝트 X]를 봤다면 [아메리칸 울트라]의 분위기도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아메리칸 울트라]는 겉으로는 스파이 액션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난장판 막가파 액션이 영화내내 진행됩니다. 정교하고 품격있는 스파이 액션을 기대한다면 100% 실망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영화인 셈입니다. 구피도 영화를 보는 중간 제게 "이 영화, 너무 B급 영화 같아."라고 투덜거렸고, 저는 뜨끔해야 했습니다.

 

    

 

B급 영화 분위기가 어때서...

 

하지만 저는 [아메리칸 울트라]가 제법 재미있었습니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찌질 연기도 좋았고, 퇴폐미가 물씬 풍기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토퍼 그레이스는 어찌나 얄밉던지, 달려가서 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피비가 아드리안을 실컷 두들겨 패는 장면이 속시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총을 쏴 죽이는 것은 좀...)

[아메리칸 울트라]는 마이크가 그리는 만화 '아폴로 원숭이의 모험'처럼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가득한데, 앞뒤 잴것 없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때려 부수는 액션 영화도 나름 좋았고, 영화의 결말도 속시원했습니다. 이쯤되면 2015년에 묵은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 버리고 2016년을 새롭게 맞이하는 영화로 제겐 안성맞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반가웠던 것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너구리 컵라면'입니다. '너구리 라면'은 제가 좋아하는 라면 중의 하나인데, 이렇게 할리우드 영화에서 만나게 되니 굉장히 반갑더군요. 영화를 보고나서 '너구리 라면'을 끓여 먹고 싶었지만 영화가 끝난 시간이 새벽 12시 30분이라서 애써 참았습니다. (2016년 쭈니의 새해 목표는 뱃살 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