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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호텔 2] -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할리우드식 힐링

쭈니-1 2016. 1. 7. 18:29

 

 

감독 : 젠디 타타코브스키

더빙 : 아담 샌들러, 셀레나 고메즈, 앤디 샘버그

개봉 : 2015년 12월 24일

관람 : 2016년 1월 3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셜록 : 유령신부]의 아쉬움을 달래다.

 

2016년 저희 가족의 첫 영화는 [셜록 : 유령신부]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희 가족 그 누구도 [셜록 : 유령신부]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웅이는 영화가 너무 무서웠다고 하네요. 하긴 영화 초반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대낮에 총기를 난사하다 자신의 입에 총을 쏘는 에밀리아(루퍼트 그레이스)의 자살 장면과 영화 후반 에밀리아의 무덤에서 나온 해골이 홈즈를 덮치는 장면은 제가 봐도 공포스러웠습니다. 

[셜록 : 유령신부]로 인하여 생긴 웅이의 두려움을 잊게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영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는 기왕이면 착하고, 맘껏 웃으며 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몬스터 호텔 2]입니다. [몬스터 호텔 2]는 드라큐라, 늑대인간, 미이라 등 공포영화에 익숙한 몬스터들이 총출동하는 영화입니다. 소재만 봐서는 공포영화같지만 [몬스터 호텔 2]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무섭기보다는 귀엽고 코믹합니다.  

저와 웅이는 이미 2013년 1월, 이 영화의 전편인 [몬스터 호텔]을 재미있게 관람했었습니다. [몬스터 호텔]을 관람했던 당시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예술의 전당에서 <바티칸 박물관전>과 <불멸의 화가 반 고흐 in 파리전>을 연달아 관람한 후였기에 웅이가 지쳐 있었지만 [몬스터 호텔]를 보는내내 유쾌하게 웃으며 기운을 되찾았던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이쯤되면 [몬스터 호텔 2]는 [셜록 : 유령신부]에 의한 두려움을 잊게 하기 위한 안성마춤 영화인 셈입니다.

 

[몬스터 호텔]은 인간들에 의해 아내를 잃고 외동딸 마비스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인간은 출입할 수 없는 몬스터들의 낙원 '몬스터 호텔'을 세운 드라큐라 드락(아담 샌들러)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몬스터 호텔'에 인간 소년 조니(앤디 샘버그)가 얼떨결에 들아오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마비스가 조니와 사랑에 빠지며 '몬스터 호텔'에는 큰 소동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이 거의 그러하듯 드락이 마비스와 조니의 사랑을 허락하며 훈훈하게 막을 내립니다.

[몬스터 호텔 2]는 마비스와 조니의 결혼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비스와 조니 사이에서 태어난 몬스터와 인간의 혼혈아 데니스. 그런데 문제는 데니스에게 드라큐라의 기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데니스가 드라큐라 가문의 전통을 이어나가길 기대하는 드락은 마비스 몰래 데니스를 인간이 아닌 몬스터로 키우기 위한 특급 몬스터 트레이닝을 벌입니다. 

[몬스터 호텔]이 그러했듯이 [몬스터 호텔 2]도 드락과 그의 몬스터 친구들이 벌이는 유쾌한 소등극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동극의 절정은 이번에도 파티입니다. [몬스터 호텔]에서는 마비스의 118번째 생일 파티가, [몬스터 호텔 2]에서는 데니스의 5번째 생일 파티로 영화의 흥을 복돋아줍니다. 그러한 유쾌한 소동극은 극장을 가득 채운 웅이를 비롯한 어린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줍니다. 

 

 

귀여운 몬스터들의 소동극을 맘껏 즐겨라.

 

기본적으로 [몬스터 호텔 2]는 어린이를 위한 유쾌한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인 몬스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전편이 그러했듯이 그들의 역할은 공포가 아닌 코믹입니다. 프랭켄슈타인 프랭크는 소셜스타가 되어 인간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몬스터의 으시시한 숲은 인간들의 공원이 되었으며, 몬스터의 본성을 깨우기 위한 몬스터 캠프도 안전 제일주의를 강조하는 어린이 캠프처럼 운영됩니다.

물론 [몬스터 호텔 2]에서도 캐릭터간의 갈등이 존재합니다. [몬스터 호텔]이 인간 세상을 동경하는 마비스와 위험한 인간으로부터 마비스를 지키려 하는 드락의 갈등이 주요 내용이었다면, [몬스터 호텔 2]는 데니스를 위해 '몬스터 호텔'을 떠나 인간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결심한 마비스와 데니스의 드라큐라 본성을 깨우쳐서 마비스와 함께 영원히 '몬스터 호텔'에서 살고 싶은 드락의 갈등이 영화 내내 펼쳐집니다.

하지만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몬스터 호텔]에서도, 그리고 [몬스터 호텔 2]에서도 드락은 마비스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결국 마비스가 원하는대로 해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버지인 드락의 숙명인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데니스가 있습니다. 드락이 마비스에게 이길 수가 없듯이, 데니스의 어머니인 마비스는 데니스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영화의 갈등은 데니스의 선택으로 쉽게 봉합됩니다.

 

이것이 어른은 물론 어린이 관객들도 [몬스터 호텔 2]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이유입니다. 캐릭터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 영화는 심각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몬스터 호텔 2]는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갈등을 쉽고 간단하게, 그리고 훈훈하게 마무리짓습니다. 그러한 광경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말. 그것이 제가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몬스터 호텔 2]를 보고나서 [셜록 : 유령신부]에 의한 웅이의 두려움이 해소되었냐고요? 물론입니다. 1시간 30분 동안 유쾌한 소동극을 보며 맘껏 웃었더니 저도, 웅이도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구피가 약속이 있어서 집을 비운 덕분에 웅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과 바베큐 치킨을 시켜놓고 동시에 먹으며 남자들만의 파티도 즐겼습니다.

한가지 웅이가 [몬스터 호텔 2]에서 아쉬워한 것은 영화가 자막이 아닌 더빙 버전이라는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는 당연히 더빙 버전을 선호할테지만, 이제 중학교 입학을 앞둔 웅이는 자막 버전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개봉 첫주가 아니라면 애니메이션의 자막 버전 상영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역시 웅이와 애니메이션을 보려면 자막 버전이 상영하는 개봉 첫주를 노려야겠습니다.

 

 

이 영화를 조금 다르게 보기.

 

자! 이쯤에서 [몬스터 호텔 2]의 영화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도 있습니다. [몬스터 호텔 2]는 귀여운 몬스터들의 유쾌한 소동기라는 간단한 한 줄로 설명이 가능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몬스터 호텔]에 묘한 여운을 느꼈듯이 [몬스터 호텔 2]에서도 뭔가 다른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영화의 따뜻한 시선입니다.

제가 [몬스터 호텔]에 묘한 여운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은 '인간이야말로 진정한 괴물이다.'라는 드락의 절규 때문이었습니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인간의 경계심은 결국 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른 종교를 가졌고, 나와 다른 문화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경계하고 배척하고 결국 서로 죽이기 위한 전쟁을 일으킵니다. 그러한 인간의 본성은 우리를 진정한 괴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죠.

[몬스터 호텔 2]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영화는 인간과 몬스터가 함께 공존하며 사는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비스와 조니 외에도 몬스터와 인간의 결혼은 이제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몬스터는 인간화 되었고, 인간들은 몬스터를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몬스터에 대한 인간의 경계심과 배척은 사라진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몬스터를 차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비스는 데니스를 위해 인간 세상에서 살아갈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조니는 걱정을 합니다. 왜냐하면 데니스가 몬스터와 인간의 혼혈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인간 아이들은 데니스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놀리고, 따돌릴 것입니다. 조니의 부모는 몬스터와 인간 커플을 집으로 초대해서 마비스의 인간 세상 정착을 도와주겠다고 선언하지만, 그러한 시선 자체가 마비스에겐 큰 부담이 됩니다. 

사정은 몬스터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락은 데니스가 몬스터가 아닌 인간일까봐 조바심을 냅니다. 데니스가 인간이면 마비스가 '몬스터 호텔'을 떠날 것이라 걱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드락은 처음부터 데니스가 드라큐라 가문의 전통을 이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결국 데니스는 드락에게 묻습니다. "할아버지는 제가 몬스터가 아니라서 싫어요?"

이러한 종족간의 차별은 데니스의 다섯번째 생일날 모습을 드러낸 드락의 아버지인 블라드의 등장으로 구체화됩니다. 인간을 경멸하는 블라드와 그의 동료들은 마치 백인우월주의자, 혹은 과격한 순혈주의자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자신의 손녀딸이 인간과 결혼했다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블라드와 데니스가 인간과 몬스터의 혼혈이라는 사실을 알고 데니스를 납치하는 블라드의 동료. 그리고 그 덕분에 드락은 깨닫습니다. 데니스가 인간이건, 몬스터이건 상관없이 자신은 데니스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할리우드식 힐링

 

요즘 저는 KBS 1TV에서 방영하는 <이웃집 찰스>라는 프로를 즐겨봅니다. <이웃집 찰스>는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프로입니다. <이웃집 찰스>를 보다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졌다는 이유도 은근히, 혹은 대놓고 차별한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대한민국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일 뿐인데 말입니다.

[몬스터 호텔 2]에서 몬스터들을 우리와 다른 인종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에 담긴 이야기는 영락없이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가 됩니다. 다문화 가정은 우리나라에서 이젠 매우 흔합니다. 당장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만 하더라도 다문화 가정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이웃집 찰스>에서 드러나듯, 아직 우리는 다문화 가정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일쑤입니다. 그러한 차별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혼혈아이들에게 특히 큰 상처가 됩니다. 데니스가 그러했듯이...

우리가 다문화 가정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혼혈아이들을 차별한다면 우리 또한 블라드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괴물일 뿐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드락의 깨달음처럼 그들 또한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이웃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마음속 차별을 없앤다면 우리가 사는 이곳은 훨씬 아름다운 곳이 되지 않을까요? 

 

영화를 보고나서 웅이는 "[몬스터 호텔 3]는

데니스와 늑대인간 웨인의 딸 위니의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요?" 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나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상상하는 것.

그것이 재미있는 영화의 힘이고,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