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더글러스 맥키넌
주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개봉 : 2016년 1월 2일
관람 : 2016년 1월 2일
등급 : 12세 관람가
2016년 쭈니네 가족의 첫 영화
2016년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매년 이 맘때가 되면 한해의 마지막 영화, 그리고 새해의 첫 영화가 제겐 중요한 화두가 되곤 한답니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1년에 100여편의 영화를 보는 제게 다른 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똑같은 한편의 영화일 뿐인데 말입니다. 어찌되었건 2015년의 마지막 영화는 [히말라야]였고, 2016년의 첫 영화는 [셜록 : 유령신부]가 되었습니다.
[히말라야]와 [셜록 : 유령신부]의 공통점은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본 영화라는 점입니다. [히말라야]는 웅이와 함께 봤고, [셜록 : 유령신부]는 웅이와 구피, 그리고 신정 연휴를 맞이하여 오랜만에 서울에 온 처남과 함께 본 영화입니다. 이렇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니 혼자 영화를 볼때보다 훨씬 행복하고 좋네요. 2016년에는 이대로 쭈욱 사랑하는 가족들과 많은 영화를 볼 수 있기를...
저희 가족이 2016년 첫 영화로 [셜록 : 유령신부]를 선택한 것은 각기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일단 저는 2015년 10월부터 [셜록 : 유령신부]의 서포터즈 활동을 했었습니다. 영화 자체가 제겐 기대작이었기에 [셜록 : 유령신부]에 대한 기대평을 블로그에 쓰며 [셜록 : 유령신부]의 개봉을 기다렸더니 2015년 연말에 [셜록 : 유령신부]의 영화 예매권 4장이 제공되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서포터즈라는 의무감으로 [셜록 : 유령신부]를 2016년 첫영화로 선택한 것입니다.
영국 드라마 <셜록>은 보지 못한채 [셜록 : 유령신부]에 대해 막연하게 기대한 저와는 달리 구피와 처남은 영국 드라마 <셜록>의 팬입니다. 그렇기에 2015년 연말부터 감기몸살로 고생하고 있는 구피와, 극장에 가느니 집에서 편하게 누워 영화를 보겠다는 처남도 두말하지 않고 [셜록 : 유령신부]를 보기 위해 저를 따라 극장으로 나섰습니다.
웅이의 경우는 2015년 3월에 저와 함께 본 [피라미드의 공포] 덕분에 [셜록 : 유령신부]를 기대했다고 하네요. [피라미드의 공포]는 1985년에 제작된 베리 래빈슨 감독의 영화로 젊은 홈즈와 왓슨의 모험을 담았습니다. 저를 닮아서 겁이 많은 웅이에게 "[셜록 : 유령신부]에는 사람이 죽는 장면도 나오고, 무서운 유령도 나온다는데, 볼 수 있겠어?"라고 물었더니 웅이는 "괜찮아요. [피라미드의 공포]도 봤는데요. 뭘..."이라며 자신만만해 하더군요.
그렇다면 이렇게 각기 다른 이유로 [셜록 : 유령신부]를 관람한 저희 가족은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요? 일단 저는 상당히 당혹스러웠고, 구피와 처남은 실망한 눈치였으며, 웅이는 유령이 나오는 장면이 무서웠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기대에 비해서 저희 가족은 조금은 실망했다는 반응이었는데, 그것은 이 영화에 대해 제가 잘못된 정보를 가족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극장판? 아니 TV용!
제가 [셜록 : 유령신부]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정보라는 것은 바로 이 영화가 영국 드라마 <셜록>의 극장판일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사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는 그동안 흔히 있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세기말적 음모론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X 파일>입니다. <X 파일>은 1998년 [엑스 파일 : 미래와의 전쟁], 2008년 [엑스 파일 : 나는 믿고 싶다]가 극장판으로 만들어 졌었습니다.
이렇게 드라마의 성공으로 극장판이 제작되는 경우는 드라마에서는 제작비의 한계로 보여줄 수 없었던 스케일을 극장판에서 보여주곤 합니다. [엑스 파일 : 미래와의 전쟁]이 그러했습니다. [엑스 파일 : 미래와의 전쟁]은 드라마의 성공 덕분에 블록버스터 규모로 제작되었고, 1998년 6월에 북미에서 개봉되어 개봉 첫주 3천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당당하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흥행성적은 8천3백만 달러로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저는 [셜록 : 유령신부]가 영국 드라마 <셜록>의 성공으로 [엑스 파일 : 미래와의 전쟁]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로 제작되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셜록 : 유령신부]는 시작부터가 수상했습니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난데없이 제작진의 [셜록 : 유령신부]의 세트에 대한 무한자랑부터 보여준 것입니다. 이건 마치 영화에 몰입하려는 관객에게 "이건 모두 가짜야."라고 속삭이는 것과 같습니다. 영화에 몰입하려면 영화 속 상황이 진짜라고 믿어야 하는데, 영화 무대 세트를 보여주며 가짜임을 대놓고 보여주고 "우리가 얼마나 세트 디테일에 신경썼는데..."라며 자랑을 해대니 제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수상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닙니다. 영화가 시작되기에 앞서 영화가 끝나고 특별 영상이 상영한다는 자막이 나옵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이 상영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입니다. 대부분의 쿠키 영상은 속편에 대한 힌트, 혹은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서비스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셜록 : 유령신부]의 쿠키 영상은 전혀 다릅니다. 바로 주, 조연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는 정말 어리둥절했습니다. 영화 시작전에 제작진이 세트의 디테일을 자랑하더니,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등 주, 조연 배우들의 친절한 인터뷰가 20여분 가량 이어집니다. 이것은 마치 DVD의 특별 부가영상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혹은 인기리에 방영되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지난주 결방되면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대신 방영하는 방식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셜록 : 유령신부]의 이러한 수상한 특별 영상의 비밀은 이 영화가 극장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도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셜록 : 유령신부]는 <셜록 시즌 3>가 끝나고 <셜록 시즌 4>가 시작되기 전에 내놓은 특별판 TV용 영화였던 것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극장 상영이 아닌 TV로 이미 전파를 탔다고 하네요. 결국 영국과 미국에서는 TV로 보는 드라마 특별편을 저는 극장에서 극장판이라 속은채 본 셈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나니 수상한 특별 영상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영드 <셜록>을 보지 않았다면...
뭐 좋습니다. TV용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고 해도 영화만 재미가 있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셜록 : 유령신부]의 진짜 문제는 이 영화 자체가 <셜록>을 빼놓지 않고 본 매니아를 위한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어차피 이 영화는 <셜록 시즌 3>가 끝나고 <셜록 시즌 4>를 기다리는 시청자를 위해 제작된 TV용 영화입니다. 저처럼 <셜록>을 보지 못한 관객은 당연히 [셜록 : 유령신부]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저와는 달리 <셜록>을 이미 봤다는 구피와 처남의 상황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구피와 처남은 <셜록>의 열혈 매니아라기보다는 시간 날때마다 띄엄띄엄 <셜록>을 본 뜨내기 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저희 가족은 [셜록 : 유령신부]의 스토리 라인을 쫓아가는 것이 상당히 버거웠습니다.
[셜록 : 유령신부]는 영화의 첫 부분에 '지금까지의 줄거리'라며 드라마 <셜록>의 하이라이트를 짤막하게 보여줍니다. 이렇게 시작된 하이라이트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고(솔직히 저는 <셜록>의 배경이 현대인줄도 몰랐습니다.) 홈즈(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살인을 저지르며 망명길에 오르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아마도 <셜록 시즌 3>의 마지막 장면같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줄거리'가 끝나고나서 시작된 [셜록 : 유령신부]의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으로 바뀝니다.
만약 [셜록 : 유령신부]가 이대로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영화를 진행시켰다면 차라리 나았을런지도 모릅니다. <셜록>의 열혈 매니아들에겐 현대 버전의 홈즈가 아닌 원작과 같은 빅토리아시대 버전의 홈즈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안겨 줬을 것이며, 저처럼 <셜록>을 보지 못한 관객에겐 이 영화 자체만으로도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셜록 : 유령신부]는 <셜록 시즌 3>와 <셜록 시즌 4>를 잇는 가교 역할에만 충실합니다.
그 결과 빅토리아 시대에 벌어진 '유령신부' 사건과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홈즈의 숙적 모리아티 교수가 갑자기 홈즈 앞에 등장하고, 홈즈는 현대와 빅토리아 시대를 오고가며 '유령신부' 사건에 매달립니다. 아마도 <셜록>의 열혈 매니아라면 모리아티의 난데없는 등장에 오히려 열광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죽은 줄 알았던 모리아티가 <셜록 시즌 4>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부활할 것이라는 예고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셜록 시즌 3>와 <셜록 시즌 4>의 가교 역할로써의 특별판 TV용 영화가 아닌 [셜록 : 유령신부] 자체만으로 영화를 즐기고 싶었던 제겐 모리아티의 등장은 너무 앞뒤가 맞지 않았고, 그로인하여 흥미진진하던 '유령신부' 사건도 흐지부지되어 버렸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나면 '유령신부' 사건은 어느새 사라지고, 모리아티 부활만 남아 버립니다.
영화의 서포터즈로써 난감할 뿐...
앞서 이야기했듯이 자살한 신부가 되살아나 남편을 죽여 런던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유령신부' 사건은 영화 후반 버려진 교회에서 홈즈가 사건의 전말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으로 서둘러 마무리됩니다. 솔직히 저는 첫번째 살인 사건의 비밀을 알아채지 못했지만, 두번째 살인 사건의 경우는 범인을 쉽게 알아챘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사건에서 한가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홈즈 또한 범인에게 제가 가진 의문과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범인의 얼굴이 갑자기 모리아티로 바뀝니다. 그럼으로써 제가 알고 싶었던, 그리고 홈즈 또한 궁금해했던 질문의 해답은 사라져 버립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셜록 : 유령신부]를 재미있게 즐길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마무리짓지 못한 '유령신부' 사건. 그것이 <셜록 시즌 3>와 <셜록 시즌 4>를 잇는 특별판 TV용 영화 [셜록 : 유령신부]가 아닌, [셜록 : 유령신부] 자체에 대한 제 솔직한 평가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저는 상당히 난감해졌습니다. 어찌되었건 지난 3개월간 [셜록 : 유령신부]의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제 블로그 이웃분들에게 [셜록 : 유령신부]를 추천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내 자신부터가 [셜록 : 유령신부]를 재미있게 보지 못한 탓에 영화를 추천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럼으로써 저를 [셜록 : 유령신부]의 서포터즈로 뽑아준 영화 홍보사와 저를 믿고 이 영화를 기대한 블로그 이웃분들에게도 미안해져버렸습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그러하듯이 [셜록 : 유령신부] 또한 <셜록>의 열혈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합니다. 원작의 홈즈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멋진 연기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멋진 케미를 자랑하는 마틴 프리먼의 연기 앙상블은 <셜록>을 보지 않았더라도 [셜록 : 유령신부]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여기에 너무나도 익숙한 홈즈와 왓슨, 그리고 홈즈의 최대 숙적인 모리아티 등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여성에게 참정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했던 '유령신부' 사건도 의미심장합니다. 만약 영화 후반 모리아티로 인하여 '유령신부' 시건이 흐지부지되지 않고 멋지게 마무리되었다면 분명 제 영화 이야기는 [셜록 : 유령신부]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이러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셜록 : 유령신부]의 제작진은 <셜록 시즌 3>와 <셜록 시즌 4>의 가교 역할로써의 [셜록 : 유령신부]에 너무 충실했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셜록>에 대한 제작진의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그들의 자부심은 <셜록>을 위해 '유령신부' 사건 따위는 어떻게 마무리되든 상관없다는 투입니다. 이건 영화를 위한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위한 영화입니다. 그러니 드라마가 아닌 영화를 보러간 제 입장에서는 2016년 첫 영화로 안타깝게도 최악의 선택을 한 셈입니다.
드라마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에는 한가지 중요한 숙제가 있다.
드라마를 봤기 때문에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없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셜록 : 유령신부]는 영화가 아니기는 하지만,
영화인줄 알고 본 내겐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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