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J.J. 에이브럼스
주연 : 데이지 리들리, 존 보예가, 아담 드라이버, 오스카 아이삭
개봉 : 2015년 12월 17일
관람 : 2015년 12월 19일
등급 : 12세 관람가
웅이 덕분에 내 안의 포스가 되살아났다.
제겐 결코 풀수없는 오래된 수수께끼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제가 좋아할만한 모든 요소를 가진 영화입니다. 장르는 상상력을 무한자극하는 SF이고, 시리즈 전체가 거대한 대서사시입니다. 제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부터 시작해서 [호빗 시리즈]에 열광했듯이 [스타워즈 시리즈]에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서 재미있게 본 영화는 지난 2005년에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뿐입니다.
1977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이 공개된 후, 1980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1983년에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이 전세계 영화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6년이 흐른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이 개봉하며 프리퀼 3부작이 새롭게 선을 보였습니다.
결국 저는 여섯 편의 [스타워즈 시리즈] 중 맨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에 가서야, [스타워즈 시리즈]의 재미를 느낀 셈입니다. 이전 다섯 편의 영화는 TV에서 방영해주는 것을 띄엄띄엄 보거나, 비디오로 대여해서 보다가 지루함을 못이기고 졸아서 끝까지 영화를 보지도 못하고 비디오를 반납하는 등 다른 영화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수난을 당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혼자 의아해했죠. "나는 왜 [스타워즈 시리즈]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이러한 [스타워즈 시리즈]와의 악연은 웅이로 인하여 끝이 났습니다. 몇 년전 명절특집으로 케이블 TV에서 [스타워즈 시리즈] 여섯 편을 몰아서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우연히 그것을 본 웅이가 "아빠, [스타워즈]가 보고 싶어요."라고 선언을 했습니다. 때마침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작사인 루카스 필름이 디즈니에 넘어가면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3부작을 발표했습니다. 결국 저는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인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개봉하기 전에 복습하는 의미로 웅이와 에피소드 1부터 6까지 [스타워즈 시리즈]를 차례대로 다시 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분명 혼자 [스타워즈 시리즈]를 봤을 때는 지루해서 졸기까지 했던 제가 웅이와 함께 [스타워즈 시리즈]를 다시 보니 영화가 너무 재미있었던 것입니다. 급기야는 지난 금요일 저희 회사의 송년회에 참가했다가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를 관람하기 전에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을 봐야 겠다는 생각에 회식 2차도 빠지고 서둘러 집에 돌아와 밤늦게까지 웅이와 영화를 보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제 안에 잠들어 있던 포스를 깨운 상태로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를 보고 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의 30년 이후의 이야기로 제국의 또다른 이름인 다크 사이드로 부활한 악의 세력에 맞서 저항군의 전쟁을 담고 있습니다.
전개 자체가 추억을 상기시킨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시작은 갑자기 사라진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가 있는 비밀 지도를 손에 넣기 위한 저항군과 다크 사이드의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의 한바탕 전투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오프닝을 보고 있다보면 묘한 데자뷰가 느껴집니다. 그것은 바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입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시작은 제국의 치명적인 무기인 데스 스타의 비밀 설계도를 가지고 저항군에게 향하는 레이아(캐리 피셔) 공주와 이를 뒤쫓는 제국의 다스베이더의 전투입니다. 제국군의 화력에 버틸 수 없었던 레이아는 비밀 설계도를 드로이드인 R2-D2에 숨겨 탈출시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제국군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R2-D2와 C-3PO는 타투이 혹성의 루크 스카이워커의 소유가 됨으로써 그가 저항군의 새로운 희망이 되는 서곡을 알립니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도 비슷합니다. 데스 스타의 비밀 설계도가 루크 스카이워커가 있는 비밀 지도로, 저항군의 레이아 공주가 저항군 최고의 파일럿 포 다메론(오스카 아이삭)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다크 사이드의 화력에 버틸 수 없음을 깨들은 포는 비밀 지도를 드로이드인 BB-8에 숨겨 탈출시킵니다. 그렇게 다크 사이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BB-8은 레이아(데이지 리들리)에게 발견됨으로써 다크 사이드를 막는 저항군의 희망이 됩니다.
이렇듯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레이아 공주가 다스베이더에게 잡혀 고문을 당하듯, 포 역시 카일로 렌에게 잡혀 고문을 당합니다. 레이아 공주를 탈출시킨 것이 밀수꾼 한 솔로(해리슨 포드)였다면 포를 탈출시킨 것은 다크 사이드의 군인인 스톰 트루퍼였던 핀(존 보예가)입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 한 솔로는 얼떨결에 저항군을 도와주지만,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돈 뿐이었습니다. 그는 돈만 받으면 미련없이 저항군을 떠나려 합니다. 하지만 레이아 공주에게 사랑을 느낀 그는 결국 돌아와 루크를 구하고 저항군에 합류하여 놀라운 활약을 하게 됩니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스톰 트루퍼로 키워졌습니다. 하지만 선량한 마을 주민을 아무런 이유없이 학살하는 다크 사이드의 잔인함에 염증을 느끼고 탈출할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그가 포를 탈출시킨 것은 단지 파일럿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포의 활약으로 다크 사이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핀은 어떻게든 다크 사이드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머나먼 곳으로 도망칠 궁리만합니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레이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결국 도망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이가 위험에 빠지자 레이를 도와 다크 사이드와 맞서게 됩니다. 이렇게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새로운 캐릭터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과 묘하게 닮은 전개를 통해 새로운 관객층과 예전 관객층을 모두 아우르는 영악함을 보여줍니다.
'밀레니엄 팔콘'이 등장할 때 느끼는 전율
영화의 시작부터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과의 묘한 데자뷰로 추억을 상기시킨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초중반에 이르러서는 추억을 원하는 관객에게 카운트 펀치를 날립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밀레니엄 팔콘'입니다. '밀레니엄 팔콘'이 처음 등장한 것 역시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입니다. 한 솔로의 소유인 '밀레니엄 팔콘'은 은하계에서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에서는 스톰 트루퍼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레이와 핀이 타고 도망치는 고물 우주선으로 등장합니다. 고물 우주선이라며 투덜거리던 레아와 핀의 대화에서 '혹시...'라며 기대를 했던 저는 '밀레니엄 팔콘'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자 나도 모르게 '우와!'라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솔직히 저는 '밀레니엄 팔콘'보다는 제국군의 무시무시한 전쟁기계인 AT-AT 워커를 더 좋아하지만, 그래도 '밀레니엄 팔콘'을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너무 반갑더군요.
하지만 '밀레니엄 팔콘'의 등장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새로운 3부작의 시작으로 레이, 핀, 포, 카일레 렌 등 새로운 캐릭터가 주축을 이룬 영화라고는 하지만 '밀레니엄 팔콘'이 등장한 이상 한 솔로와 츄바카 역시 빼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미 한 솔로와 츄바카가 등장하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스틸사진이 공개된 상황이기에 저는 그들이 어떻게 첫 선을 보일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J.J. 에이브럼스 감독다웠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밀레니엄 팔콘'을 등장시킴으로써 추억을 제대로 자극했던 그는 한 솔로와 츄바카 역시 상당히 극적인 순간에 복귀시킵니다. 한 솔로와 츄바카가 처음 등장할 때 저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외쳤습니다. "웰컴 투 스타워즈 월드!!!"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이후 10년만입니다. 결코 짧지만은 않은 시간의 간극을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완벽하게 메꿔나가고 있었습니다. '밀레니엄 팔콘', 한 솔로, 츄바카의 복귀 뿐만 아니라 레이아 공주, 그리고 영화의 맨 마지막에는 루크 스카이워커까지 등장하며 새로운 3부작을 위한 완벽한 시작을 알렸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다스베이더도 등장하냐고요? 물론 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추억을 대거 소환시킨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다스베이더를 빼놓을리가 없죠. 다스베이더의 상징이기도한 그의 불탄 헬멧이 영화에 아주 잠깐 등장하니 결코 놓치지 마시길...
이미 B급 SF영화의 신화 [스타트렉 시리즈]를 2009년 [스타트렉 : 더 비기닝]을 통해 새로운 SF 블록버스터로 재탄생시켰던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메가폰을 잡으며 어떻게 새로운 그리고 기존의 관객의 마음을 모두 사로 잡을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능수능란한 추억 소환에 저는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동안 행복했습니다.
이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이후 영화의 결말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에 추억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답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루퍼]를 연출했던 라이언 존슨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8]에게 바톤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이야기는 바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전에도 [스타워즈 시리즈]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명대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에 나왔던 "I am your father'입니다. 아직도 수 많은 매체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 명대사는 다스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가 사실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였다는 충격적인 반전을 담고 있습니다. 이 반전은 [식스센스], [유주얼 서스펙트]와 더불어 영화의 기막힌 반전을 설명할때 빼놓지 않고 등장할 정도입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이 만들어진 후, 새로운 3부작으로 프리퀼이 결정된 것도 다스베이더에 대한 인기와 "I am your father"의 속사정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 때문이었습니다. 그만큼 [스타워즈 시리즈] 자체가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했던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을 담은 대서사시로써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다스베이더는 이미 죽었고, 루크 스카이워커는 더이상 아버지 때문에 고민할 나이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절실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등장한 것이 한 솔로와 카일로 렌의 관계입니다. 카일로 렌은 한 솔로와 레이아 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그러했듯이 포스의 어두운 면에 사로 잡혀 다크 사이드의 슈프림 리더(앤디 서커스)의 수하가 됩니다. 그가 불탄 다스베이더의 헬멧을 보며 할아버지처럼 강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장면은 그렇기에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이전 3부작이 보여줬던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살짝 변형시킵니다. 이전 3부작에서 악의 길을 걷는 것이 아버지이고, 선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아들이라면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에서는 그 반대로 악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아들이고, 선의 길을 걷는 것이 아버지인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변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는 아들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아버지가 악일지라도, 혹은 아들이 악의 길을 선택할지라도, 아버지는 아들을 해치지 못합니다.
레이와 루크 스카이워커의 관계도 2017년에 개봉할 [스타워즈 에피소드 8]의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만약 레이가 루크의 딸이라면 아나킨과 루크라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비해 소홀히 다뤄졌던 아나킨과 레이아 공주의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루크와 레이의 이야기로 새롭게 재탄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라이언 존슨 감독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개해나갈지 2017년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웅이와 함께 열광할 수 있는 영화가 늘어날 때마다 나는 행복하다.
먼 훗날 웅이와 나눌 추억의 이야기가 또 한편 생겨났기에...
'영화이야기 > 2015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왕자] - 완벽한 원작에서 탄생한 완벽한 애니메이션 (0) | 2015.12.30 |
---|---|
[대호] -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에 대한 향수와 신화를 섞은 판타지. (0) | 2015.12.24 |
[극적인 하룻밤] - 몸따라 마음이 가버린 비정규직의 극적인 사랑 (0) | 2015.12.16 |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 절대로 이뤄질리가 없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판타지 (0) | 2015.12.11 |
[하트 오브 더 씨] - 우리를 눈 멀게 하는 탐욕... 공멸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 (0) | 2015.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