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5년 아짧평

[아마조니아] - 다큐와 어린이 영화의 애매한 경계

쭈니-1 2015. 9. 16. 13:54

 

 

감독 : 티에리 라고베르트

개봉 : 2015년 8월 5일

관람 : 2015년 9월 12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주말에 웅이와 즐겁게 놀아주는 방법

 

모든 직장인 부모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저 역시도 주말이 되면 집에서 뒹굴거리며 쉬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특히 가을은 회사 행사가 많아 제겐 굉장히 피곤한 계절입니다. 9월 첫째주에는 제주도로 야유회 답사를 다녀왔고, 셋째주에는 회사 동호회에서 쭈꾸미 낚시를, 넷째주는 추석이며, 10월에도 매 주말마다 스케쥴이 주루륵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난 9월 12일, 13일은 제가 유일하게 집에서 뒹굴거릴 수 있는 주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피와 웅이에게 당차게 선언했습니다. "이번주는 집에서 뒹굴거릴테니, 아무도 날 건드리지마!" 하지만 역시 문제는 웅이죠. 아빠, 엄마와 하루종일 놀 수 있는 주말만 기다린 웅이. 그런 웅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비록 집에서 뒹굴거리더라도 웅이에게 영화는 보여주자는 생각에 고른 것이 [아마조니아]입니다.

[아마조니아]는 아마존의 광활한 정글을 소재로한 다큐멘터리 영화이기에 웅이의 흥미를 살 수 있을 것이고, 교육에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마조니아]는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초등학교 저학년용 어린이 영화처럼 보였습니다. (결국 다음날 저와 구피는 웅이와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자전거를 타러 감으로써 집에서 뒹굴거리겠다는 제 계획은 무산되었습니다.)

 

 

 

도시원숭이 샤이의 모험

 

[아마조니아]는 2013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작이자,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 특별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하지만 티에리 라고베르트 감독은 딱딱한 다큐멘터리 형식 대신 도시원숭이 샤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어린이도 재미있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완성해냈습니다. 그 결과 [아마조니아]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아마존에 불시착한 서커스단 원숭이 샤이가 아마존에서 생존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샤이는 아나콘다, 재규어, 부채머리독수리 등 아마존의 무시무시한 맹수들에게 쫓기기도 하고, 독버섯을 먹다가 죽을뻔 하기도 하지만 자신과 같은 동족인 꼬리감는원숭이 코코를 만나 아마존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잡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샤이가 다시 인간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잡지만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아마존의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에게 실망하고 다시 아마존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어린이 영화다운 교훈도 획득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어린이가 보기엔 딱 알맞은 재미와 교훈을 갖춘 영화인 셈입니다.

 

 

 

너무 어린이용이다.

 

문제는 웅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느덧 훌쩍 커버린 웅이에게 [아마조니아]는 너무 유치해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사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너무 딱딱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래서 어린이도 보기 쉽게 <TV 동물의 왕국>처럼 나래이션을 넣은 것까지는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샤이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에게도 인간의 목소리를 입힌 것은 제가 보기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닌 것같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장점은 사실적이라는 것입니다. [아마조니아]는 실제로 아마존 정글을 카메라로 잡아냈고, 샤이를 연기한 원숭이들을 제외하고는 실제 아마존의 동물들로 영화를 구성했다고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적인 영상이 더빙으로 인하여 반감되고 말았습니다. [아마조니아]를 보면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느낌보다는 디즈니가 제작한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착한 영화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결국 [아마조니아]는 다큐멘터리의 딱딱함을 없애기 위해 다큐멘터리의 장점마저 잃어버린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몇마리의 원숭이가 동원되었을까?

 

아무래도 영화 자체가 초등학교 저학년의 눈높이에 맞춰져있다보니 [아마조니아]를 보는 저희 가족의 집중력은 중반부터 흔들렸습니다. 브라질에서 몇년간 생활한 구피는 [아마조니아]의 초반을 보다가 그만 자버렸고, 저와 웅이는 [아마조니아]를 위해 몇마리의 원숭이가 동원되었을까? 라는 농담으로 영화를 보는 시간을 채웠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샤이의 이름을 따서, 샤일, 샤이, 샤삼, 샤사... 이렇게 이름을 붙이다보니 영화의 마지막에는 샤구, 샤십까지 가더라고요. 특히 샤이가 독버섯을 먹고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샤이가 죽고 샤삼이 샤이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농담이 은근히 설득력을 가졌습니다. 물론 압니다. 독버섯은 실제 독버섯이 아닐 것이고, 원숭이가 독버섯을 먹고 쓰러지는 장면도 훈련된 행동일 것이라는 사실을... 

[아마조니아]를 보면서 영화에 동원된 샤이가 몇 마리인지 셀만큼 솔직히 저와 웅이에게 [아마조니아]는 너무 유치했습니다. 차라리 아마존 정글의 생생한 모습과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장면이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려낸 순수 다큐멘터리였다면 웅이에게도 제게도 유익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