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영화에 대한 생각들

1년전 살해당한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다... [더 폰]

쭈니-1 2015. 9. 3. 17:24

 

 

만약 당신이 영화 제작자라고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하루일과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찾아온 수 많은 시나리오 작가를 만나는 일입니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시나리오 작가들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당신을 찾아옵니다. 그들의 아이디어를 모두 듣기엔 당신의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시나리오 작가에게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주 짧게, 한 문장으로 당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세요."

그때 한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합니다.

"1년전 살해당한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 당신이 영화 제작자라면 이 시나리오 작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을까요? 제가 영화제작자라면 의자를 땡겨 앉으며 "그래요? 그래서 어떻게 되죠?"라며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10월 22일 개봉 예정인 [더 폰]의 정보를 간략하게 본 제 심정이 그러합니다.

 

 

1. [더 폰]은 공포영화?

 

'1년전 살해당한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다.'라는 설정을 듣는 순간 영화 제작자인 저는 가장 먼저 안병기 감독, 하지원 주연의 2002년 공포영화 [폰]을 떠올립니다. [폰]은 잡지사 기자인 서지원(하지원)이 귀신들린 전화의 비밀을 캐는 영화로 당시 흥행에도 성공했던 영화입니다. 

분명 죽은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는 설정만 놓고 본다면 [폰]과 같은 공포영화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주인공이 의처증 때문에 아내를 살해한 범인이라면 죽은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는 주인공에게 굉장한 공포를 안겨줄 것입니다. 영화 제작자인 저는 시나리오 작가에게 묻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어떻게 되죠? 죽은 아내의 귀신이 남편에게 복수를 하나요?"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닙니다. 남편은 아내가 살해당했던 1년 전으로 모든 것을 되돌릴 단 한번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2. [더 폰]은 타임슬립영화?

 

'주인공은 1년 전으로 모든 것을 되돌릴 단 한번의 기회를 갖게 된다.'라는 시나리오 작가의 말은 영화 제작자인 저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미 일어난 과거의 사건을 되돌린다는 것은 SF, 판타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국내 영화 제작 환경상 SF, 판타지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난감한 제 표정을 읽은 시나리오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영화는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SF영화는 아닙니다."

타임슬립 영화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타임머신'이 기계적인 시간여행이라고 한다면 '타임슬립'은 자연스러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가는 시간여행을 뜻합니다. 1994년 일본의 무라카미 류의; 소설 <5분 후의 세계>를 통해 처음 등장한 신조어라고 하네요. 대표적인 영화로는 [어바웃 타임], [시간 여행자의 아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미드나잇 인 파리] 등이 있습니다.

영화 제작자인 저는 시나리오 작가가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SF영화가 아니라는 말에 혼란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타임슬립 영화일까? 라는...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는 영화의 장르를 명확하게 밝힙니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될 것입니다."

 

 

 

 

 

 

3. [더 폰]의 미스터리 스릴러는 어떻게 구현될까?

 

죽은 아내가 전화를 했고, 주인공은 1년 전의 사건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의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이쯤되면 시나리오 작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대한 제 궁금증은 극에 치닫게 됩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되죠?"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는 제 애간장을 태우려는 듯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단지...

"주인공은 아내를 구하기 위한 사상 최악의 사투를 펼치게 됩니다."

시나리오 작가의 말을 들은 그 순간 제 뇌리에 스친 것은 손현주가 폰을 들고 필사적으로 달리는 장면입니다. 손현주는 푸근한 인상과는 달리 스릴러 영화인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에서 맹활약을 하며 영화를 흥행작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숨바꼭질]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가장의 사투를 담은 영화로 [더 폰]의 전개와도 어느정도 맞아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주연을 손현주로 합시다."

영화 제작자인 저는 즉흥적으로 시나리오 작가에게 제안을 하고, 시나리오 작가도 밝은 미소를 보입니다. 그래서 그 영화는 어떻게 진행되냐고요? 그 실체는 10월 22일에 극장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