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5년 영화이야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 능수능란한 캐릭터 교통정리

쭈니-1 2015. 4. 27. 17:54

 

 

감독 : 조스 웨던

주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햄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제레미 레너, 엘리자베스 올슨, 애런 존슨

개봉 : 2015년 4월 23일

관람 : 2015년 4월 26일

등급 : 12세 관람가

 

 

'어벤져스'는 쭈니네 가족도 춤추게 한다.

 

드디어 그토록 기다렸던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했습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개봉 당일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러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웅이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어쩔수없이 주말이 될때까지 기디려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주말이 되어서도 당장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러 갈 수는 없었습니다. 토요일에 회사 동호회의 야유회가 1박2일 일정으로 예정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다음 주말까지 관람을 미룰수는 없었습니다. 그랬다면 일주일동안 저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대한 궁금증으로 짜증이 폭발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저는 토요일에 회사 직원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일요일 오후 1시에 피곤에 쩔은채로 서울에 도착했지만 곧바로 쉬지 않고 가족들과 극장으로 향해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저희 가족의 '어벤져스' 사랑은 유별납니다. 슈퍼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저는 당연히 '어벤져스'에 열광할 수 밖에 없고, 제 영향을 받아서인지 웅이도 슈퍼 히어로 영화라면 저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저보다 더) 열광합니다. 오죽했으면 15세 관람가 등급을 얻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를 보기 위해 구피를 속이기까지 했으니까요. 구피 역시 슈퍼 히어로 영화를 좋아합니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지난 1월에 제가 졸라서 억지로 본 [오늘의 연애]이후 구피가 2015년 극장에서 본 두번째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의 '어벤져스' 사랑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관람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특히 저는 CGV에서 출시한 '어벤져스 버스트 콤보'에 FEEL이 확 꽂혀 버렸습니다. [청춘의 증언]을 보기위해 CGV부천에 갔다가 '어벤져스 버스트 콤보'에 마음을 빼앗긴 이후, [더 건맨]을 보러 가서는 급기야 거금 1만8천원을 내고 '어벤져스 버스트 콤보'를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어벤져스 버스트 콤보'는 총 4가지 종류의 피규어가 있습니다.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울트론입니다. [더 건맨]을 보며 '아이언맨'을 손에 넣은 이후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러 가서는 '헐크'와 울트론까지 손에 넣었습니다. (웅이가 1인 1콤보가 진리라고 외쳤지만, 구피는 2개만 사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캡틴 아메리카'뿐입니다.

이미 어린이날 선물로 '레고 마블 슈퍼히어로 헐크버스터 스매시'를 손에 놓은 웅이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고나서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 중간에 나온 쿠키 영상의 주인공 타노스에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구피 또한 회사 직원들과 함께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한번 더 보러 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번 주말에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하는 전시회 <어벤져스 스테이션>에 가기 위한 예매까지 마쳤습니다. 한동안 저희 집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으로 이야기꽃이 활짝 필 전망입니다.

 

 

1편에 비해 늘어난 캐릭터

 

이렇게 다른 슈퍼 히어로 영화와는 달리 '어벤져스'가 저희 가족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캐릭터의 유기적인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단순하게 [어벤져스]의 속편이 아닙니다. [아이언맨]을 필두로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2], [토르 :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가 한데 어우러져 [어벤져스]를 이루었듯이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아이언맨 3]를 시작으로 [토르 : 다크 월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가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진 거대한 영화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처럼 슈퍼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고, 이들 영화를 빠지지 않고 모두 챙겨봤다면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단순한 한편의 영화가 아닌, 거대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총결정판인 셈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너무 광활하다는 점입니다. [어벤져스]의 경우는 독립적인 단독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헐크'(마크 러팔로), '토르'(크리스 헴스워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외에도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까지 가세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의 활약은 영화의 재미를 풍성하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는 전편의 슈퍼 히어로 외에도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폭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제작 초기에서부터 새롭게 합류했다는 소식만으로도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쌍둥이 남매 퀵 실버(애런 존슨)와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는 물론,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던 비전(폴 베타니)과 우리나라 배우인 닥터 조(김수현)까지... 이쯤되면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캐릭터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이들 캐릭터를 적절하게 분배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수 많은 캐릭터들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주요 캐릭터가 단독 영화들을 통해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아직 단독 영화가 없는 호크 아이와 블랙 위도우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특히 [어벤져스]에서 그다지 존재감이 부족했던 호크 아이를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로 구축해 놓은 것은 굉장한 수확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정확히 필요한 곳에 배치했다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어벤져스' 내에서 브레인인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의 협력으로 탄생한 울트론(제임스 스페이더)과 괴물의 운명을 타고난 '헐크'와 블랙 위도우의 러브 라인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기존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능수능란한 캐릭터 교통정리

 

그 중에서 저는 김수현이 연기한 닥터 조의 활용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한국 흥행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의 로케이션과 캐스팅이 아닌 비전의 탄생을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캐릭터라는 점에서 닥터 조의 역할을 중요합니다. 이러한 닥터 조의 캐릭터 활용만 보더라도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수 많은 캐릭터를 내세우면서도 이들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만약 소문대로 닥터 조가 마블 코믹스의 유일한 한국인 캐릭터인 아마데우스 조를 위한 사전 포섭이라면 조스 웨던은 진짜 천재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캐릭터를 늘려만 간다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지 3를 장식하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대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2부작으로 기획이 되어 2018년에 1부가, 2019년에 2부가 개봉된다고는 하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지 3에 새롭게 추가될 캐릭터가 '앤드맨',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캡틴 마블', '인 휴먼즈'입니다. 게다가 '스파이더맨'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새롭게 합류한다고 합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페이지 2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지만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페이지 3에 새롭게 합류할 '인 휴먼즈'도 슈퍼 히어로 집단임을 감안한다면 이들 캐릭터가 모두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 집결했다가는 아무리 2부작으로 기획된 영화라고 할지라도 캐릭터에 파묻혀 버릴 지경으로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니 그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함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분명  조스 웨던 감독은 '블랙 팬서'가 왕으로 있는 아프리카의 가상국가 와칸다와 '블랙 팬서'의 숙적 율리시스 클로(앤디 서키스)를 출연시킴으로써 새로운 캐릭터 탄생의 디딤돌을 놓기도 했지만, 기존 캐릭터들을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저는 '헐크'가 모든 임무를 마치고 홀로 '어벤져스'를 이탈하여 어디론가 떠나는 장면을 보며 혹시 <헐크 : 플래닛 헐크>를 암시하는 장면이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헐크 : 플래닛 헐크>는 사카아르라는 외계행성에서 '헐크'의 활약을 담고 있습니다. 단독 영화로써 흥행이 부진했던 '헐크' 입장에서는 '어벤져스'를 떠나 홀로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물론 <헐크 : 플래닛 헐크>의 영화화는 제 개인적인 기대일 뿐입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지 3중 '캡틴 아메리카'의 3번째 영화인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원작대로라면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며, '토르'의 3번째 영화인 [토르 : 라그나로크] 또한 원작대로라면 아스가르드의 멸망과 '토르'의 기나긴 동면'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과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지 3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원작대로라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는 그동안 '어벤져스'에서 활약한 정든 슈퍼 히어로들을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그러한 캐릭터 교통정리의 완벽한 가교역할을 한 셈입니다.

 

 

유일한 아쉬움은 울트론이다.

 

분명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지 2와 페이지 3를 잇는 완벽한 가교 역할을 해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 위용을 드러내는 새로운 '에벤져스' 멤버인 비전, 스칼렛 위치, 워머신(돈 치들), 팔콘(안소니 마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전 멤버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멤버의 활약에 기대감이 부풀어 올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영화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아쉬움은 바로 울트론입니다. 울트론은 외계의 침략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가 창조해낸 인공지능입니다. 하지만 그 원천 기술이 악의 집단 하이드라의 실험에 의한 것이기에 막상 탄생한 울트론은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가 기대했던 평화의 수호자가 아니었습니다.

울트론은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는 인류가 멸종해야 하고 진화된 새로운 인류가 지구를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개발한 무기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보며 그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스스로 아이언맨이 된 토니 스타크  입장에서는 울트론이야말로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자신이 개발한 최악의 무기이자 악몽인 셈입니다. 원작에서도 울트론은 '어벤져스'를 위협하는 최강의 적 중에 하나입니다. [어벤져스]의 로키(톰 히들스턴)와 치타우리 종족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울트론은 그러한 제 기대감을 채워주지는 못했습니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자체가 너무 많이 늘어난 슈퍼 히어로들을 교통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에 울트론은 뒤로 밀린 감이 있습니다. 게다가 울트론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전의 출연 때문에 울트론은 영화 초반의 위력과는 달리 초라한 최후를 맞이하고 맙니다. 

이렇게 울트론은 최강의 슈퍼 히어로 집단 '어벤져스'에 맞서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지만 그렇다고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지에서 쿠키 영상으로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드러냈던 타노스가 드디어 "내가 나서야 겠군."이라며 무시무시한 선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타노스는 명실상부한  '어벤져스' 최강의 적입니다. 타노스는 그는 인피니티 건틀렛이라는 무기를 이용하는데, '어벤져스 3'의 제목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인 이유는 바로 타노스와 그의 무기 인피니티 건틀렛 때문입니다.

그동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인피니티 건틀렛의 주요 재료인 인피니티 스톤은 계속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인피니티 스톤은 6개의 보석으로 이루어졌는데 각기 공간, 정신, 영혼, 현실, 시간, 힘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전이 그 중에서 정신을 지배할 수 있는 마인드 스톤을 가졌으니 타노스는 마인드 스톤을 제외한 다섯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어벤져스'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 이쯤되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지 3가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렇게 거대한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만으로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충분히 열광할 가치가 있는 영화들이다.

아직 나와 내 가족이 열광할 영화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