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제임스 완
주연 : 빈 디젤, 폴 워커, 제이슨 스타뎀, 드웨인 존슨, 미셸 로드리게즈
개봉 : 2015년 4월 1일
관람 : 2015년 4월 7일
등급 : 15세 관람가
아듀! 폴 워커
폴 워커는 2013년 11월 30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당시 그는 친구의 차를 타고 자선행사 참가를 위해 가던 중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폴 워커와 운전자였던 폴 워커의 친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합니다. 어느덧 1년하고도 4개월 전의 일입니다.
이 충격적인 사고 소식이 발표된 이후 폴 워커 주연의 영화 [아워즈]와 [브릭 맨션 : 통제불능 범죄구역]이 국내에 개봉했습니다. 하지만 폴 워커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쉽사리 그를 떠나보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의 개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1년에 개봉한 [분노의 질주]는 폴 워커를 스타덤에 올려 놓은 그의 대표작입니다. 이후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을 포함해서 일곱편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그 중 폴 워커는 3편인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리프트]를 제외한 여섯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였습니다. 빈 디젤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중 다섯편의 영화에 출연했음을 감안한다면 폴 워커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대표하는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한 폴 워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의 촬영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폴 워커가 사망할 당시 그의 분량은 절반 정도 촬영한 이후였기에 남은 절반 가량의 촬영분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제작사 입장에서는 난감한 문제가 된 것입니다.
결국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의 촬영은 5개월 가량 중단되었고, 시나리오를 수정해서 폴 워커의 분량을 아예 빼거나,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해서 폴 워커를 살려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제작진은 폴 워커의 동생인 칼렙 워커와 코디 워커,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서 폴 워커를 살려내는 것을 선택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최상의 선택이 되었습니다.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4월 3일 북미 개봉에서 오프닝 성적 1억4천7백만 달러라는 기대이상의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북미에서 시리즈 최고 흥행 기록이 2013년 개봉한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의 2억3천8백만 달러임을 감안한다면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이 기록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에서도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의 열기는 뜨겁습니다.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이 국내에서 기록한 관객수는 179만명. 하지만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의 개봉 첫째주 누적관객수가 117만명입니다. 역시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의 기록을 이번 주중에는 무난히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폴 워커를 추억하고 싶은 관객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이렇게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이 기대이상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제이슨 스타뎀이 악당으로 합류한 시리즈 사상 최고의 초호화 캐스팅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려 2억5천만 달러가 투입된 제작비와 그로인한 스펙타클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기대감을 만족시켜준 것도 [분노의 질주 : 더 세븐] 흥행의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폴 워커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크게 작용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국내에서 그다지 호응이 좋았던 시리즈는 아닙니다. 그러나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에 대한 우리나라 관객의 반응은 뜨겁기만합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부분 폴 워커의 추모 영상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게 있어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빈 디젤을 위한 액션 영화에 불과했습니다. 폴 워커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배우도 아니고, 폴 워커의 사망 이후 개봉한 [브릭 맨션 : 통제불능 범죄구역]을 아직 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폴 워커의 추모 영상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이 노골적으로 폴 워커의 죽음을 내세워 관객의 감정을 건드린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정통 액션 영화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재미와 폴 워커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충돌하며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을 어색한 액션 영화로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분노의 질주] 시리즈 특유의 액션이 쉴새없이 터져나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며 혹시나 브라이언(폴 워커)이 데카드(제이슨 스타뎀)에게 죽음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해하며 영화를 봤습니다. 이미 4편인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에서 도미닉(빈 디젤)의 연인인 레티(미셸 로드리게즈)를 죽였다가 6편인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에서 살려냈었고,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에서는 주요 멤버중 한명인 지젤(갤 가돗)이 팀을 위해 희생을 선택했었습니다.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의 초반부에서도 3편인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리프트]의 주역인 한(성 강)이 데카드에게 죽음을 당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8편부터 출연이 불가능한 브라이언이 데카드에게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시리즈에서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멀쩡했고,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브라이언을 죽이지 않으면서도 폴 워커를 향한 추모를 가슴 찡하게 준비한 것입니다.
이 정도면 시리즈 사상 최강의 액션이 아니던가?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 블록버스터에 머물지 않고 영화가 끝난 이후 제게 가슴 찡한 감동과 여운을 안겨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제작진의 배려 덕분입니다. 브라이언의 죽음이라는 최악의 수를 둠으로써 폴 워커를 떠나보낸 팬의 가슴에 두번 못질을 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고, 브라이언의 웃음으로 폴 워커를 추모했으니까요.
게다가 이 영화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영화적 재미에도 충실합니다. 2013년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을 보며 '시리즈 최강의 액션'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던 저는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을 보면서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의 악당이었던 오웬(루크 에반스)이 의식불명 상태로 감금되어 있는 영국의 한 병원을 쑥대밭으로 만든, 오웬의 형이자 인간 살인 병기인 데카드의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로 시작을 하는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이후 데카드와 루크(드웨인 존슨) 요원의 맞대결을 통해 액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놓습니다. 데카드는 자신보다 덩치가 두배는 커보이는 루크를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는 몸싸움을 벌였으며, 각종 무기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루크 요원을 쓰러 뜨립니다.
그 이후 벌어지는 데카드가 탄 차와 도미닉의 탄 차의 정면 충돌 장면은 데카드와 도미닉의 맞대결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데카드와 도미닉의 맞대결만으로 영화를 진행시키지 않습니다. 정체불명의 정부요원(커트 러셀)의 등장으로 데카드와 도미닉의 맞대결은 테러리스트 자캔드(자이몬 훈수)에게 납치된 천재 해커 램지(나탈리 엠마뉴엘)의 구출 작전으로 변환됩니다.
이후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관객을 위한 각종 액션을 준비합니다. 우리에겐 [옹박]으로 알려진 태국의 액션 스타 토니 자와 폴 워커의 날렵한 액션 대결에서부터 이종격투기 선수이자 이미 [익스펜더블 3]에서 묵직한 액션을 보여줬던 론다 로우지와 미셸 로드리게즈의 여성간의 대결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자동차가 비행기에서 고공낙하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랍에미레이트의 고층 빌딩 사이로 세계에서 일곱대밖에 없다는 슈퍼카가 빌딩과 빌딩 사이를 거의 날아서 이동하기도 합니다. 드론을 이용한 자캔드의 LA 폭격씬까지 도달하면 조금 심하다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건 액션이라고 하기엔 과한, 말그대로 전쟁을 방불케하는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은 안되지만 우리가 액션 블록버스터를 돈내고 보는 이유는 그러한 시원시원한 액션을 극장 화면으로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그런 의미에서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완벽한 영화인 셈입니다.
그는 떠났다. 하지만 시리즈는 계속 되어야 한다.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시리즈 최강의 액션과 더불어 폴 워커를 떠나보내야 하는 관객의 마음을 완벽하게 헤아린 영화입니다. 이제 우리는 폴 워커를 진정으로 떠나보내야 합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과연 폴 워커가 없는 가운데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분명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빈 디젤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빈 디젤이 출연하지 않았던 [패스트 & 퓨리어스 2]와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리프트]만 보더라도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빈 디젤은 폴 워커와 함께 했을 때 더욱 빛이 납니다. 빈 디젤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폴 워커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함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과연 앞으로 만들어질 [분노의 질주 8]은 폴 워커를 대신할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요? 도미닉은 물론 루크, 레티까지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는 넘쳐납니다. 로만(타이레스)이라는 코믹한 캐릭터도 준비되어 있고, 로만과 짝을 이루는 테즈(루다크리스)도 있습니다. 비록 지젤과 한은 죽었지만 램지가 합류했고, 데카드도 언제든지 감옥을 탈옥해서 도미닉에게 복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그들을 부드럽게 감싸 안을 수 있는 브라이언을 대신할 캐릭터가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섣부른 걱정이겠죠?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흥행성적이 점점 오르고 있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할리우드가 포기할리는 없으니까요. 그들은 어떻게든 브라이언의 빈 자리를 채우려할 것입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브라이언의 빈자리를 점차 잊게될 것입니다.
하지만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액션 영화임과 동시에 유난히 가족간의 끈끈한 정을 과시했던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FBI였던 브라이언이 범죄자인 도미닉에게 매료된 것은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도미닉 때문입니다.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던 도미닉 일행이 위험을 무릅쓰고 오웬과 맞선 것도 가족인 레티를 데려오기 위해서였고,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에서도 가족의 안정된 삶이 위협받자 도미닉 일행은 목숨을 걸고 데카드와 맞선 것입니다.
가족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가 되지 않습니다. 가족 중 누가 죽었다고 다른 누구로 그 가족의 빈 자리를 채울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이 죽었다고 해서 남은 가족의 인생이 끝나버리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기에 저는 브라이언의 빈자리는 그대로 놔두고, 도미닉을 중심으로 남은 멤버들이 브라이언의 몫까지 최선의 활약을 한다면 오히려 그 자체로 만족할 것 같습니다. 폴 워커는 떠났지만, 그 빈자리는 그대로 남겨두고, 남은 배우들이 떠난 사람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 시리즈를 이끌어 가는 것....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것이 가족을 떠나보내는 [분노의 질주]만의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폴 워커를 떠나보냈다.
이후에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폴 워커의 빈자리를 비워두고
관객으로 하여금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볼때마다
폴 워커를 회상할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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